목련 전차 - 손택수
뚜르 2023.03.27 08:44:11
조회 196 댓글 2 신고

목련 전차 - 손택수

목련이 도착했다

한전 부산지사 전차 기지터 앞

꽃들이 조금 일찍 봄나들이를 나왔다

나도 꽃 따라 나들이나 나갈까

심하게 앓고 난 뒤의 머릿속처럼

맑게 개인 하늘 아래,

전차 구경 와서 아주 뿌리를 내렸다는

어머니 아버지도 그랬겠지

꽃양산 활짝 펴 든

며느리 따라 구경오신 할아버지도 그랬겠지

나뭇가지에 코일처럼 감기는 햇살,

저 햇살을 따라가면

나무 어딘가에 숨은 전동기가 보일는지 모른다

전차바퀴, 기념물 하나만 달랑 남은 전차기지터

레일은 사라졌어도, 사라지지 않는

생명의 레일을 따라

바퀴를 굴리는 힘을 만날 수 있을는지 모른다

지난밤 내려치던 천둥번개도 쩌릿쩌릿

저 코일을 따라가서 동력을 얻진 않았는지,

한 량 두 량 목련이 떠나간다

꽃들이 전차 창문을 열고 손을 흔든다

저 꽃전차를 따라 가면, 어머니 아버지

신혼 첫밤을 보내신 동래 온천이 나온다.

시집 <목련전차> 2006년 창비

 

<블로그 '시와 음악이 머무는 곳'>

 

제목 작성자 조회수 작성일
중복글 관련 안내드립니다(2019.07.01)  (5)
[필독] 저작권 관련 게시글 삭제 처리 기준 (2017.02.15 링크 추가)  (28)
좋은글 게시판 이용안내  (18)
먼 여름  file 모바일등록 new 가을날의동화 28 11:50:32
되돌릴 수 없는 것   new 뚜르 83 08:51:16
그날 나는 슬픔도 배불렀다 / 함민복  file new 뚜르 65 08:51:09
♡ 위대한 생각은 가슴에서  file new (1) 청암 62 08:00:36
스마일   new 도토리 45 07:25:39
장미의 계절   new 도토리 58 07:24:38
들꽃 가정   new 도토리 40 07:23:49
용서는 사랑에 완성이래요   new 직은섬 45 07:07:41
6월의 일   도토리 124 23.06.01
6월 첫날의 시   도토리 111 23.06.01
6월의 시   도토리 149 23.06.01
유월엔 보리바람 슬프다  file 모바일등록 가을날의동화 138 23.06.01
정지선과 신호등이 필요하다   뚜르 165 23.06.01
6월 아침 /박인걸  file (1) 뚜르 144 23.06.01
우산이 되여 주고 싶습니다   직은섬 109 23.06.01
♡ 세월  file (2) 청암 130 23.06.01
❤️소중한 것은 당신입니다 ♡❤️모셔온 글   모바일등록 (1) 백두산 156 23.06.01
천숙녀의 [젖은 이마]  file 모바일등록 (1) k남대천 199 23.05.31
오월에 띄우는 편지 /정태중  file (2) 뚜르 150 23.05.31
영화의 여운을 느끼는 법   뚜르 135 23.05.31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