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관한 명상  / 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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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세상을 어지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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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놈을 얻겠다고, 많이 가지겠다고

노동을 하고, 직업을 갖고, 사업을 벌이고

또 싸움에 전쟁까지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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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화폐가 없던 시절엔

물건과 물건을 서로 주고 받았다

곡식이나 과일과 야채를

베나 피륙 등으로 바꾸고

땅이나 사람을

소나 양 돼지 같은 가축들로

바꾸기도 하였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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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소금이나 금은 같은 보석들이

교환의 수단이 되기도 하면서

물건을 재는

자(尺)와 되(升)와 저울(衡)이 만들어지고

저자(市場)가 생겨났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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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주화가 지폐로 바뀌면서

은행이 세워지고 주식이 상장되고

재화를 축적하는 재벌이 등장하지 않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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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렇게 혼란케 만든 것은 돈이다

만약 돈이 없어진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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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과 주식회사는 문을 닫고

모든 시장들도 거래가 중단되리라

연료를 공급할 수 없어 엔진들이 멈추게 되면

공장도 직장도 다 사라지고 말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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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사람들은 먹이를 구하기 위해

농촌과 어촌으로 밀려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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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세상은 새로운 원시 농경사회로 되돌아가고

달팽이처럼 느림보가 된 사람들은

행복이 속도나 소유와는 무관함을 드디어 깨닫고

나무며 짐승이며 새들의 친구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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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보,『광화문 비각 앞에서 사람 기다리기』(시학,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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