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모바일등록
김별 2023.01.27 22:35:31
조회 189 댓글 2 신고

겨울비 / 김별

 

찬비 속에

우산도 없이 살아온 날들

비를 맞아도

마음까지 젖지는 말기를 바란 날들이 얼마인가요

 

꽃을 잃고 

싱그러움마저 잃어버린 세월은 또

몇 해던가요

 

향기조차 말라버린 꽃처럼 

살아있음의 잔인함까지를 

헛헛한 그러함으로 받아들일 줄 알아야 했던 날까지

 

하늘은 눈부시고

눈물꽃은 하루에도 몇 번을

구름꽃처럼 피었다 졌던 것을

 

철새들이 비워놓은 빈 언덕 하늘가에 서서

체념을 배워버린 날들은 또

몇 해인가요

 

눈발보다 더 찬 빗발이기에

마음은 얼음보다 더 시리건만

 

다시 비가 옵니다.

밤새 비를 맞다 잠에서 깼는지 모르겠습니다

 

괭이 걸음 같이 살금살금 내린 비에

어느새 옷깃이며 온몸이

마음부터 젖어

이마는 불덩이같이 뜨거워

 

비는 

오늘 내가 감당해야 할 시간과

일과와 약속까지 적시고 맙니다

 

당신은 이 빗속에 아직 깊은 잠에 취해

뗏목처럼 둥둥 떠내려가고 있을까요

 

이 비가 그치고 

경이롭도록 파란 하늘과 

 

곱고 깨끗한 얼굴의 해가 떠오를 때까지

당신을 깨우고 싶지 않습니다

 

나는 다만 유리창에 

당신을 향한 그리움을 그치지 않는 빗줄기처럼

줄기줄기 써내려 가려 합니다.

 

빗발은 더 굵어지고

어깨가 저리도록 이까지 딱딱 부딪칩니다

 

식어버린 난로에 장작 하나를 던져 넣고

시린 무릎을 감싸며

찻물을 올려봅니다.

 

서리꽃이 피었던 나무가 흠뻑 젖도록 

눈이 될 수 없는 비는 계속 내리고

 

해가 바뀌고 

폭설이 다시 도시를 고립시켰지만

멍울이 터지고 꽃이 필 때까지

당신의 머리맡을 지켜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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