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이 오시는 길 모바일등록
김별 2023.01.06 22:4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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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 오시는 길 / 김별

 

칼날 같은 바람 속에 떨고 있는

앙상한 나뭇가지마다 

송이송이 눈꽃이 핀 이 아침 

님에게 소식을 묻습니다 

아직은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이른 그리움과 앞선 욕심으로 

얼음처럼 차고 시린 눈부심에 속까지 서늘해 

얼굴을 가려도 코끝이 아려 

겨드랑이에 손을 묻어도 손끝이 곱아 

가슴을 뚫고 휑하니 지나는 바람에 

닿을 수 없는 아득한 소식을 물었습니다 

님은 좋은 사람이었고 

착한 사람이었고 

영원히 아름다운 사람일거란 

그런 말도 하지 않겠습니다 

욕이 되도록 모질게 살았건만 

세상을 견딘 만큼 지혜를 얻지 못했고 

나이를 먹은 만큼 아름다워지지 못했고 

진실을 별처럼 바라보지 못한 

다만 파르르 떨고 있는 나의 어리석음이 

아팠노라 

잃어버린 세월만큼 안타까웠노라 

원망스러웠노라 

쿵! 가슴 빙벽에 얼음 무너지는 천둥소리를 

혼잣소리로 들었노라 

돌아보면 여기까지 온 길은 

굽이굽이 가파른 능선을 따라만 이어졌고

벼랑 끝에서 던져버리지 못한 만신창이의 몸뚱이를

넝마처럼 끌고 건너야 했던 

가시밭길이었거나 늪이었거나 소용돌이였는데 

그럴 수 있었다면 평탄하게 살고 싶었는데 

돌릴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훌훌 벗어버리고 싶은데 

처음으로 돌아가면 

다 잘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무엇이 있어 사람을 기다려 줄 수 있을까요 

이미 모든 것은 늦고 

기다릴 수 없는 것들은 떠나고 

여기 더는 피할 곳이 없는 지친 한 마리 짐승처럼

살을 맞고 쓰러져 상처를 감싸고 아파합니다 

아! 그저 

사는 것이 꿈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미리 알 수 있는 거짓말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진실보다는 

비탈진 언덕에 모든 걸 내려놓고 주저앉아 

큰 소리로 한 번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도 아니라면 천지에 목을 놓아 엉엉 울어버렸으면 좋겠습니다

꿈보다 행복하신지요 

풍랑이 잠든 바다처럼 평안하신지요 

이제 안아 볼 수도 입 맞출 수도 없이

아주 타인이 되어버린 사람이지만

내 언 가슴을 안아주던 그 참새보다 작던 가슴 

여전히 따듯하신지요 

말라버린 꽃처럼 향기를 잃어버렸다 해도 

모든 게 다 그렇게 안녕하신지요 

어쩌면 당신을 이미 저 먼 우주 밖으로 추락해버린

돌아 올 수 없는 별똥별로 잊어야 겠지만 

불길이 휩쓸고 지나간 능선을 잡고 선

겨울나무처럼 말라 

고춧대를 뽑아 쌓아 놓은 검불더미처럼

불티 하나도 위험한 두려움 속에

대자연의 질서는 순환하고 거역할 수 없는 것

꽃잎처럼 던져진 목숨을 싣고

강물 같이 흘러야 할 순리를 두고

무엇을 약속하고 기다릴 수 있을까요

물구나무를 선들

세월을 되돌리고 무엇을 바꾸랴만

기약할 수 없는 것을 

그만 편히 보내 줄 수 없는 것은

싫어도 작두를 타야 하는 무녀와 같이 

벗어날 수 없는 가혹한 운명의 

죽기 전엔 다 갚을 수 없는 못다 한 목숨값이 되었을까요

그것조차 아니라 해도 

거친 들판 눈밭에 

파릇파릇 돋아난 보리싹이 

물보라 파도를 타고 넘실대듯이 

대한 지나고 입춘 지나

어느새 유채꽃 산수유도 노랗게 물들겠지요 

그때 님은 

비오리 떼 낙하 한 벼랑 끝에 떨고 있는 

진달래꽃 한 아름 꺾어

흰구름 떠가는 언덕 너머로

종달새 노래를 높이높이 띄우며 

황사보다 먼저 

신열 든 바람보다 먼저 

바람 든 가시내보다 먼저 

푸석푸석한 마음 구석구석에 민들레 꽃잎을 

넓게 넓게 뿌리며 오세요 

초목마다 터지는 형형색색 향기로운 꽃잎 면류관을 쓰고 

님이 오시는 길 

등불을 들어 눈부시게 밝히겠습니다 

아직 세차게 후려치는 날선 채찍에 귓볼이 터지고 

밤마다 언 강 쩡쩡 금가는 소리

악몽이 아니라도 잠들 수 없어 뒤척이는 밤을 

벌떡 일어서는 몽상이거나 거짓이거나 

눈꽃 속에서 본 나비의 환영일지라도 

생솔가지를 지펴 따듯해져 오는 방구들처럼 

메케한 연기 속에 손바닥을 짚어 전해져 오는 

실핏줄 같은 온기를 느껴요 

눈 감고 가만히 귀 기울이면 

들릴 듯 말 듯 어리는 미세한 숨결은 

분명 님이시지요 

절실할 것도 감동할 것도 없이 그저 밋밋하고 

어지러운 바람 속 무심한 한숨에도 쉬이 꺼지는 

또 하루를 살아야 하기에 

뼛속까지 저린 그리움의 계절이 오기도 전에 

손에 잡은 따듯한 찻잔에도 눈물이 납니다 

봇물이 터지듯 막혔던 가슴 

한꺼번에 용암 같은 불길이 터지고 맙니다 

그것이 생살을 찢어 소금을 뿌리는 아픔이라 해도

끝까지 참고 견디며 가시처럼 삼켜야 할 말

정녕 그대가 그립습니다 

유리창에 핀 성에꽃마저

가슴으로만 맞고 보낸 일어서지 못한 청춘과 

쌓고 쌓아도 허물어져버린 천탑의 돌무더기를

설령 꿈속에 꿈이었다 해도 너무 가혹해

차라리 언 땅에 나를 묻어 잊고 싶건만 

다시 그대가 

만성병이 되어버린 그리움이 

꺾어 진 무릎을 작대기에 의지해 세우게 합니다

그대는 옻샘

더운 날은 차게 시린 날은 따듯하게 솟는 

얼지 않는 생명, 

그 이유가 되어버린 그리움의 원천이기에

그대여! 

강물은 굳이 바다를 약속하지 않는다 해도

아픈 몸 털고 일어나세요 

일어나 

시냇물의 버들가지를 흔들어 섬섬옥수 옥구슬을 

몇 섬이고 만들며 출발 하세요 

여기 물기 한 점 없이 영혼마저 다 말라버린

바람보다 가벼워진 육신들의 벌판조차

활활 타오를 당신의 불길을 온몸으로 원하건만

정작 삼 백 예순 날을 기다려도

그대를 맞고 다시 보낼 자신이 없어

어느 순간 귀를 막고 눈을 감고 말았기에 

몇 번이나 강산이 변하도록

당신은 기어이 오지 못 하였습니다

그렇게 파인 가슴동굴에 

동굴진주를 만들지 못한 멈추어버린 시간 속 

무결점 석순으로 자란이여

이 그리움의 끝

하루에도 몇 번이나 환영 속에 그대를 맞고 다시 보내야 합니까

철새들이 비워놓은 천길 허공 속으로 떠났기에 

돌아올 수 없이 지워져버린 길이라 해도

아득히 먼 곳

별보다 먼 곳에서 출발 할 그대를

천년을 살아도 태어난 자리가 무덤인 나무와 같이

이제 죽을 일 하나로 

며칠 더 남은 살 일 하나로 

요동치며 노래하며 연어처럼 돌아 올 그날을 기다립니다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안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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