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국수~
포비 2022.09.21 10:42:05
조회 198 댓글 1 신고

조분순 칼국수


수원 권선동에 조분순 칼국수 라는 이름의 식당이 있는데

80세가 넘은 할머니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혼자서 

쉬엄 쉬엄 칼국수를 밀어 팔아 손님도 띠엄 띠엄, 

그러나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아들 내외와 대학생 손자 손녀가 와서 

도와 손님이 북적인다. 

 밀가루에 콩가루를 섞어 소금을 한줌 넣어 물을 붓고 

반죽 기계에 넣으면 골고루 잘 섞이면서 얇게 밀어 서너 번을 왕복, 

곱게 두루말이로 나오게 한다.

이 두루말이 뭉치를 국수로 뽑아 간밤에 끓여 놓은 국물 가마솥에 넣고 

애호박을 잘게 썰어 넣고 긴 국자로 휘저으며 끓인다.

국수를 그릇에 담고 김가루와 쑥갓을 고명으로 위에 얹어 

쟁반에 내놓으면 평일에는 손님들이 들고가서 먹고 

여자 손님들은 빈그릇을 씻어 놓고 간다.

주말에는 손님이 밀려 할머니와 아들 내외와 

손자 손녀 다섯명이 정신없이 일한다.

 토요일 한바탕 점심손님이 끝날 즈음이면 

용주사 신도회 무량심 회장이 차에 열무와 얼갈이 고추를 

잔뜩 싣고 운전기사와 들어온다. 

아들이 작은어머니 오셨느냐고 반기며 무량심의 손을 잡고 방으로 안내한다.

수원지방법원 판사인 아들은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식당에 나와 앞치마를 두르고 

머리에 수건을 동이고 어머니를 돕는다.

그러지 않아도 자꾸 손님이 느는데 법원 사람들까지 

가족들을 데리고 와서 주말 점심때면 난리를 치른다. 

어떤 때는 손자 손녀 대학생 친구들이 몰려와서 일을 도와 주기도 한다.


1970년, 화재로 집을 잃은 조분순 모자가 팔달문 옆 천막에 

노숙을 하며 채소 좌판으로 연명할 때 용주사 신도 무량심이 

권선동에 가게를 얻어주고 국수장사를 시켰고 아들 정현섭을 공부시켰다.

수원고 출신 정판사, 조할머니 국수집 아들 

정현섭 판사의 소년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학교에서 일찍 돌아와 어머니를 도와 국수를 팔고 

밤이면 수원역과 시외버스터미널 주변을 돌며 찹쌀떡을 팔던 소년이다.

소년은 야간대학을 나와 어려운 시험에 합격해 어머니를 기뻐서 울게 만들었다.

정판사는 무량심을 작은어머니라고 부르며 극진히 모신다. 

 이제 그만 가게를 접고 쉬라고 정판사가 어머니께 말씀드리면 

저 보살님이 저렇게 정정하게 내 집에 와서 

맛있게 먹고 가는데 어떻게 그만두느냐, 끝까지 할란다 고 한다.

어떤 여자 손님이 칼국수를 끓이는 정판사를 보고 

선비같이 귀골로 생긴 사람이 고생한다며 막일하는 사람 손이 

어찌 그리 고우냐고 하자 제가 아이들이 많아 

월급으로는 대지를 못합니다고 하며 싱긋이 웃는다.


조분순 칼국수식당 앞에는 대형 옹기 단지 하나가 

뚜껑이 닫혀 있고 비닐로 싼 종이 안내문이 붙어 있다.

  "쌀 읍는 사람 조곰씩 퍼 가시오, 

   나중에 돈 벌면 도로 채우시오, 조분순 식당" 

어머니가 쓴 글씨인데 아이들이 새로 컴퓨터로 출력해다 준다고 해도 

정판사는 그냥 두라고 한다. 

처음에는 오가는 사람들 화제가 되고 퍼가는 사람도 많더니 

요새는 밤에만 한두 명 퍼 간다. 

하늘같은 은혜를 베풀어 준 무량심에게 국수장사 수익금으로 

얼마씩이라도 갚아야 한다고 가지고 갔더니 

무량심이 운전수를 시켜 큰 단지를 식당 앞에 가져다 놓게 하고 

그 돈으로 쌀을 부어 놓으라고 시켰다.

한때는 단지가 달랑달랑 바닥 긁는 소리가 날 때도 있었고 

넘쳐서 옆에 봉지 쌀을 놓고 가는 사람도 있었고,  

김문수 도지사가 국수를 먹고 나가다 

슈퍼에서 한포대를 사서 메고 와 부어 놓은 적도 있다.

참 살기 좋은 세상이 되었다.

쌀을 퍼가지 않는다.

가끔씩 독 밑바닥이 드러날 때가 있는데 

고약한 심성으로 퍼가는 사람을 어쩔 수 없으나 

권선동 주민들이 뚜껑을 열어보고 쌀봉지를 들고 와 부어 놓는다.

국수 수익금으로 쌀을 채울 일이 없어 

어머니는 이제 그만 단지를 치울까 무량심에게 물어보려고 한다. 

넉넉하고 좋은 세상이 이리 빨리 올 줄 꿈에도 몰랐다.    

정판사는 은퇴하면 용인에 장만해 놓은 땅에 집을 짓고 

두 어머니를 모시고 살려고 계획 중이다.  대경거사


사람 사는 느낌이 물씬 풍기는 글이다.

정리 요약한 글이지만,

수 많은 수고로움과 살아 온 그 과정은 어떠했을까?

자신밖에 모르는 나는 진한 반성을 해야 한다.

행복한 과정과 결말 같은 이야기라 웃게 되는 고진감래다.

무량심이라는 분!

생불이 따로 없고, 

차라도 마시고 싶을 뿐이다.

수원 권선동에 가서 살고 싶고,

칼국수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

권선동!

어찌 낯선 느낌이 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제목 작성자 조회수 작성일
요 것이 인생이다   직은섬 210 22.11.17
명자나무 꽃 /백승훈   (4) 뚜르 164 22.11.16
비난을 옮기는 입술이 되지 마라   (4) 뚜르 260 22.11.16
♡ 서로 사랑하면  file (4) 청암 289 22.11.16
동글동글   (1) 도토리 148 22.11.16
眞正한 懺悔가 답인것 같다.,   (2) 화당리 178 22.11.16
혼자라는 것   (2) 곽춘진 288 22.11.16
감성의 아름다운 늦가을  file 미림임영석 267 22.11.15
구름같이 나무같이   도토리 187 22.11.15
♡ 모든 것에는 가장 좋은 때가 있다  file (2) 청암 303 22.11.15
마음가짐을 바꾸자   뚜르 311 22.11.15
물발자국   (2) 뚜르 156 22.11.15
존경을 가르친 아버지   (2) 김용호 230 22.11.15
독거소녀 삐삐 ​/최정란   뚜르 173 22.11.14
하루는 알고 내년은 모르는 메뚜기   뚜르 253 22.11.14
순리가 순리   (2) 뚜르 252 22.11.14
♡ 내면의 아름다움  file (2) 청암 326 22.11.14
짧아진 11월 햇살 한낮의 길이  file (1) 미림임영석 262 22.11.13
첫키스 - 한용운( 卍海 韓龍雲)   (2) 뚜르 240 22.11.13
♡ 정직한 사람  file (2) 청암 314 22.11.13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