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설치하던 날의 약속 / 김별

작은 시냇물의 돌다리 하나도 

헛으로 놓지 않았습니다. 

팔만대장경판 어느 한 자 소홀히 새기지 않았듯이 

누군가에게 띄울 사연 한 장 

덧글 한 줄

늘 그 공덕(功德)의 마음으로 쓰겠습니다.

옥의티를 용서할 수 없어 흙 불 혼을 깨어버린 

단호한 도공의 마음으로 

허튼 점 하나 

꾸민 구절 하나 

스스로 용서치 않겠습니다. 

숱한 세월 

어머니 정화수 한 그릇 헛으로 놓지 않았습니다. 

날마다 대하는 바다보다 넓은 사연들 

그것이 아무리 두렵고 

경악할 일일지라도 

얼룩진 마음으로 보지 않고 

듣지 않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모든 것이 쉽고 편리하고 빠르기만 한 세상 

쾌락과 행복만이 최고의 미덕이 되었지만 

그래야 한다면 

차라리 그 모든 것을 포기하겠습니다.

쉬게 지울 수 있고 

아무렇게나 던질 수 있고 

눈덩이처럼 굴러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는 

글 한자 

말 한 마디 

사진 한 장 

기도하는 마음으로 

씨앗을 뿌리는 마음으로 

돌다리를 놓는 마음으로 

행하겠습니다

자장면 시켜 먹은 그릇 

깨끗이 씻어 문밖에 내놓듯이 

언제나 그렇게 세상의 창을 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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