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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나팔 모바일등록
11 김별 2022.05.22 11: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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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의 나팔 / 김별

 

명월이 지족을 파계시켰다 하던가 

파계란 말이 우습기는 하지만

그런 일이야 흔하디흔한 세속의 아름다운 미담 중에 하나

 

천사보다 더 천사 같은 얼굴로

꿀을 바른 듯 달콤한 말과 요염한 몸짓으로 간이라도 빼줄 듯이 

사람을 홀리고 때로 겁박하고 속이고 뒤집어씌우고 이간질하는 

교활한 도적떼가 세상을 어지럽히는 시대에

 

다시 사랑을 말하고 진실을 말하고 아름다움을 말한다는 것이 

참 맥 빠지고 허탈하고 다시 잠 못 드는 밤의 연속이지만 

 

오늘처럼 비가 내리고 온 몸이 쑤시고

울화병에 우울증까지 겹치는 날은 

이런저런 앞 선 걱정에 곤한 몸으로도 

철부지들처럼 토란잎 우산 하나 꺾어 들고 길을 나서는데

 

낯선 집 추녀 밑에 쪼그려 앉아 주적주적 내리는 비를 피하다 어느새 

길마저 잃고 돌아갈 집조차 길에서 지워지고 

어둠이 서서히 밝아오는 거리를 지등처럼 떠다니다 그만 다시 주저앉는데

누군가 내 어깨를 살며시 토닥이며 기운 내라 한다. 

 

조심조심 입을 열 때마다 번지는 

풋풋한 은은한 자분한 꽃향기

눈물이 그렁한 얼굴로 빗속에 고개를 떨 군 천사의 나팔

 

단지 교활하고 뻔뻔한 도적떼의 감언이설에 속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특권을 은밀하게 지키고자 그들과 내통하고 동조했던 

천사의 얼굴을 한 평범한 이웃 무지렁이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이

서글프고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오늘 처음 악마를 보았다 해도

어둠을 걷어내고 햇살이 피어나듯 

다시 깨끗한 얼굴로 

생에 처음인 새날을 맞으라며

오직 나를 위해

그 큰 나팔을 불어 준다

 

어두운 하늘에 나각소린 듯 울려 퍼지는 

중후한 저음

삶이 번뜩 깨는 꿈만 같다.

 

*****나각(큰 소라껍질로 만든 중저음의 전통 악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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