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미리多美里
대장장이 2022.05.12 09:25:51
다미리多美里
어느 날
여주 휴게소 갔다가
만나기로 한 사람 못 보고
돌아오는 차편도 없이
두리번거리다 두리번거라다
뒤편 갈
반두리 벌판으로 나온다
나오다
갑자가
울음을 터트린다,
CD를 팔며
가설무대 위 노래 부른는 가수
김채우 물결이
똑
우리 원보 같아서 원보의
외로움을 보는 것 같아서 갑자기
울음을 텨트린다
울음
아들을 위한 울음
두 번째다
한 번은
감옥에서 막 나와
버르장머리 없는 애기 원보 가트친답시고
회초리를 들었다
그날 밤
아이를 치는 것은
한울님을 치는 것이란
해월 선생남 말씀 기억하고
술 취해
울고 또 울도
그리고
두번째다.
원보의
외로움을 처음 느낀다
김채우의
쓸쓸함
긴 머리
수염
청바자에 너덜너덜한 구두.
스산힌
목소리
뒤꼍 길가에서 소변보다가 문득
고양이 한 마리
땡이다
또 눈물 흐른다
걸어서 걸어서
반두리를 걸어서 그 벌판에서
작은 공장 옆
한 쯰끄만 주막 밥집을 만나
밥을 먹는다
택시를 부르기 위해서다
난데없이
기가 막히게 맛있는
김칫국을 마시며
여기가
어딘지 묻는다
반두리
가경면이다
한백겸 무덤 근처의
기전제箕田制를 주장하던
백번 겸양의
선비의
무덤
오는 길에 세상 깨닫는다
옛 기전제의 서정시 비유가 바로
다미리多美里
가운데 공전도公田도 가장자리 사전私田도
모든 것이 다 어여뿐,
아하
내가 좋아하는 몇 안 되는 여인
명성황후 무덤도
이 근처다
다미리
이제
내 마음에 뚜렷이
겸謙이 들어움을 알겠다
▣ 김지하/金芝河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