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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 황지우
100 뚜르 2022.01.23 07: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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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 황지우

원효사 처마 끝 양철 물고기를 건드는 눈송이 몇 점,

돌아보니 동편 규봉암으로 자욱하게 몰려가는 눈보라

눈보라는 한 사람을 단 한 사람으로 있게 하고

눈발을 인 히말라야소나무숲을 상봉으로 데려가 버린다

눈보라여, 오류 없이 깨달음 없듯,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는 사람은 지금 후회하고 있는 사람이다

무등산 전경을 뿌옇게 좀먹는 저녁 눈보라여,

나는 벌받으러 이 산에 들어왔다

이 세상을 빠져나가는 눈보라, 눈보라

더 추운 데, 아주아주 추운 데를 나에게 남기고

이제는 괴로워하는 것도 저속하여

내 몸통을 뚫고 가는 바람소리가 짐승 같구나

슬픔은 왜 독인가

희망은 어찌하여 광기인가

뺨 때리는 눈보라 속에서 흩어진 백만 대열을 그리는

나는 죄 짓지 않으면 알 수 없는가

가면 뒤에 있는 길은 길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앞에 꼭 한 길이 있었고, 벼랑으로 가는 길도 있음을

마침내 모든 길을 끊는 눈보라, 저녁 눈보라,

다시 처음부터 걸어오라, 말한다

 

<블로그 '시와 음악이 머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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