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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의 [醉歌行]취가행 모바일등록
13 k하서량 2021.12.09 16:07:13
조회 407 댓글 4 신고

 

[醉歌行]취가행

 

다산 정약용

 

 

 

긴 여름날 한 동이 술로

마주 앉은 두 미치광이,

 

마시면 미치고 미치면 더 마셔

이미 재물 많아도 더더욱 탐하듯.

 

“묻노라 그대 어인 일로 미치는가?”

 

“저 활짝 트인 하늘을 보게,

 

태양이 서쪽으로 가면

명월이 동쪽에서 오나니,

 

서쪽으로 가면 동쪽에서 와서, 

오면 다시 가지만

영웅호걸은 한번 가면 돌아오지 않아라.

 

경도 사만 오천 리

위도 사만 오천 리,

 

이 사이에서 한바탕 놀아

놀이꾼들 분분해서,

 

문득 현신하여 내달리다가

홀연 자취 감춰 적막하게 사라져선,

 

적막하게 사라질 뿐 끝내 오지 않아

고운 아내 예쁜 자식 모두 잃어버리지,

 

적막하게 사라짐을 어찌한단 말인가,

 

술이 백 말인들 어이하랴.

말이 수십 마리인들 올라 타랴,

금이 이만 냥인들 만져 볼 수 있으랴.

 

농부 모는 소가 얼굴 위 무덤 흙을 갈아 엎어도

어이하여 벼락같이 꾸짖지 않는가.

 

돌연 성인이 안 된다면야

본성을 잃을 수밖에,

 

본성을 잃는다면 너 또한 미친 것

 

네가 만약 미쳤다면 진정 나의 벗이거늘

어찌 우리 둘이 백 잔 천 잔 함께 마시지 않으랴.”

 

▓▓▓▓▓

 

+ 다산 정약용(1762~1836)이 1795년경에 술에 취하여 인생의 무상함을 노래한 시(詩)

[醉歌行]취가행

 

성리학의 조선은 양반, 관료들의 허례허식에 지나친 관심을 두면서도 피폐한 민중들의 삶을 돌보지 않았다

현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정약용이 아마도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친구와 마주 앉았다면 자연스럽게 술이 나오지 않았을까?

 

인간이란 경도,위도의 우주 안에 놓인 놀이판에 놀이꾼으로 현신하여 잠깐 시끄럽게 놀지만 금세 자취를 숨기고 말며, 일단 자취를 숨기면 다시는 나오지 않아, 아내와 자식도 더 이상 볼 수가 없다

 

정약용은 술을 마시는 연유를 인생의 허무함에서 찾고 있다

세상에 대해 큰 뜻을 품은 영웅호걸이라 할지라도 인간인지라 한 번 가면 돌아오지 못할 죽음의 세계로 떠나는 운명에 놓여있다

 

인간의 비극적 운명이 시인으로 하여금 평정심을 잃게 하고 광증으로 몰아간다고 보면서,

정약용은 인간의 비극성을 깨닫는 자야말로 바로 그의 친구라고 본 것이다

 

삶의 비극성을 통해 인간의 운명을 한탄하게 하고, 미칠 수밖에 없으니 

친구와 함께 천 잔이라는 술을 거하게 마시자고 청하는 醉歌(취가)인 듯하외다~^^

 

-초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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