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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달밤 모바일등록
25 가을날의동화 2021.12.07 01: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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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달밤 거문고를 안고 오는 벗이나

단소를 들고 오는 이가 있거든

굳이 줄을 골라 곡조를 듣지 않아도 좋다.

 

 

이른 새벽 홀로 앉아 향을 사르고

산창(山窓)에 스며드는 달빛을 볼 줄 아는 이라면

굳이 불경을 펼치지 않아도 좋다.

 

 

저문 봄날 지는 꽃잎을 보고

귀촉도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이라면

굳이 시인이 아니라도 좋다.

 

 

이른 아침 세숫물로 화분을 적시며

난초 잎을 손질할 줄 아는 이라면

굳이 화가가 아니라도 좋다.

 

 

구름을 찾아 가다가 바링을 베개하고

바위에 기대어 잠든 스님을 보거든

굳이 도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좋다.

 

 

해 저문 산야에서 나그네를 만나거든

어디서 온 누구인지 물을 것도 없이

굳이 오고가는 세상사를 들추지 않아도 좋다.

 

글/ 해안(海眼)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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