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day
온돌방 모바일등록
24 가을날의동화 2021.11.30 03:35:17
조회 259 댓글 3 신고

 

 

할머니는 겨울이면 무를 썰어 말리셨다.

해 좋을 땐 마당에 마루에 소쿠리 가득

궃은 날엔 방안 가득 무 향내가 났다.

우리도 따순데를 골라 호박씨를 늘어놓았다.

 

 

실겅엔 주렁주렁 메주 뜨는 냄새 쿰쿰하고

윗목에선 콩나물이 쑥쑥 자라고

아랫목 술독엔 향기로운 술이 익어가고 있었다.

 

 

설을 앞두고 어머니는 조청에 버무린

쌀 콩 깨 강정을 한 방 가득 펼쳤다.

 

문풍지엔 바람 쌩쌩 불고

문고리는 쩍쩍 얼고

 

아궁이엔 지긋한 장작불

등이 뜨거워 자반처럼

이리저리 몸을 뒤집으며

우리는 노릇 노릇 토실 토실 익어갔다.

 

 

그런 온돌방에서 여물게 자란 아이들은

어느 먼 날 장미처럼 젖은 생을 만나도

아침 나팔꽃처럼 금세 활짝 피어나곤 한다.

 

 

아, 그 온돌방에서

세월을 잊고 익어가던 메주가 되었으면

한세상 취케 만들 독한 밀주가 되었으면

 

아니 아니 그보다

품어주고 키워주고 익혀주지 않는 것 없던

향긋하고 달금하고 쿰쿰하고 뜨겁던 온돌방이었으면..

 

글/ 조향미

6
다른 글 추천
페이스북 로그인
꾸미기
제목 작성자 조회수 작성일
중복글 관련 안내드립니다(2019.07.01)  (5)
[필독] 저작권 관련 게시글 삭제 처리 기준 (2017.02.15 링크 추가)  (22)
좋은글 게시판 이용안내  (16)
꽃의 고요   new 대장장이 1 11:43:08
1월의 끝자락 겨울 호수  file new 미림임영석 13 11:11:53
♡ 행복한 기억  file new 청암 22 11:03:29
새로운 변화   new 대장장이 14 10:46:59
행복한 풍경  file 모바일등록 new 블루아이스 45 09:54:02
눈속에 피는 사랑꽃   new 소우주 28 09:26:14
영혼의 안부   new 도토리 51 08:53:15
날마다 새롭게   new 도토리 25 08:52:15
바람과 햇살과 별빛   new 도토리 21 08:50:11
가장아름다운 인생 교향곡   new 네잎크로바 42 08:02:06
하필이면 쥐똥나무람  file new 예향도지현 71 07:42:40
내 탓이오   new 뚜르 82 07:38:13
마더   new 뚜르 77 07:38:08
노래 / 엄원태   new 뚜르 69 07:38:05
동백 / 천숙녀  file new 독도시인 62 06:27:04
영원한 사랑  file 모바일등록 new (1) 가을날의동화 103 02:00:35
흔하디 흔한 행복  file new 은꽃나무 83 01:17:37
버팀목처럼   new 은꽃나무 68 01:17:33
황소야 황소야   new 은꽃나무 53 01:17:30
너를 안아도 될까?  file new 하양 82 00:19:34
글쓰기
 
행운의 다이아몬드~ 클릭하시면 포인트 5점을 드려요~
Copyright ⓒ EZHLD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