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day
온돌방 모바일등록
24 가을날의동화 2021.11.30 03:35:17
조회 261 댓글 3 신고

 

 

할머니는 겨울이면 무를 썰어 말리셨다.

해 좋을 땐 마당에 마루에 소쿠리 가득

궃은 날엔 방안 가득 무 향내가 났다.

우리도 따순데를 골라 호박씨를 늘어놓았다.

 

 

실겅엔 주렁주렁 메주 뜨는 냄새 쿰쿰하고

윗목에선 콩나물이 쑥쑥 자라고

아랫목 술독엔 향기로운 술이 익어가고 있었다.

 

 

설을 앞두고 어머니는 조청에 버무린

쌀 콩 깨 강정을 한 방 가득 펼쳤다.

 

문풍지엔 바람 쌩쌩 불고

문고리는 쩍쩍 얼고

 

아궁이엔 지긋한 장작불

등이 뜨거워 자반처럼

이리저리 몸을 뒤집으며

우리는 노릇 노릇 토실 토실 익어갔다.

 

 

그런 온돌방에서 여물게 자란 아이들은

어느 먼 날 장미처럼 젖은 생을 만나도

아침 나팔꽃처럼 금세 활짝 피어나곤 한다.

 

 

아, 그 온돌방에서

세월을 잊고 익어가던 메주가 되었으면

한세상 취케 만들 독한 밀주가 되었으면

 

아니 아니 그보다

품어주고 키워주고 익혀주지 않는 것 없던

향긋하고 달금하고 쿰쿰하고 뜨겁던 온돌방이었으면..

 

글/ 조향미

6
다른 글 추천
페이스북 로그인
꾸미기
제목 작성자 조회수 작성일
중복글 관련 안내드립니다(2019.07.01)  (5)
[필독] 저작권 관련 게시글 삭제 처리 기준 (2017.02.15 링크 추가)  (22)
좋은글 게시판 이용안내  (16)
바람이 부는 날은  file 모바일등록 new 가을날의동화 0 04:40:30
착하면 이룬다   new 은꽃나무 21 03:09:51
칼로리   new 은꽃나무 13 03:09:48
노인정 풍경   new 은꽃나무 15 03:09:45
억새 어머니  file new (1) 하양 27 00:32:49
슬픔  file new (1) 하양 23 00:30:56
느낌  file new 하양 23 00:28:30
청춘   new (1) 산과들에 36 22.01.27
아이를 얕보지 마세요   new 산과들에 24 22.01.27
누가 바람을 보았는가   new 산과들에 33 22.01.27
씨앗과 황금   new 그도세상김용.. 39 22.01.27
워렌버핏의 부자되는 비결 18계명   new 그도세상김용.. 27 22.01.27
지금 과 여기   new 그도세상김용.. 45 22.01.27
영어를 잘 배우려면   new 무극도율 44 22.01.27
검은호두나무   new 무극도율 46 22.01.27
나 하나 키우기도 벅차다   new (1) 무극도율 54 22.01.27
흔들리는 것들은  file new (3) 예향도지현 76 22.01.27
관찰이 중요하다   new 김용수 69 22.01.27
간절한 사랑의 소원   new 도토리 103 22.01.27
겨울나무   new 도토리 99 22.01.27
글쓰기
 
행운의 다이아몬드~ 클릭하시면 포인트 5점을 드려요~
Copyright ⓒ EZHLD Inc.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