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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 허정분
100 뚜르 2021.11.27 08: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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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 허정분

어린 시절에도 미래가 있다고 여겼다

찢어지게 가난한 집 쌀독엔 곰팡이가 피었다

엄마는 읍내 싸전 하는 당숙네로 가끔씩 나를 보냈다

-또 외상이냐 다신 외상쌀 가지러 오지 말거라

당숙모 입과 눈에서 번뜩이는 비수 오금이 저렸다

성긴 눈발은 자주 홑겹의 몸을 얼렸다

-하얀 가루 떡가루를 자꾸자꾸 뿌려줍니다

노래가 현실이 된다면 흰 죽사발 가득 고봉으로 얹힌 떡 마른 침을 삼켰다

봄꽃이 지고 오래된 농담처럼 입하나 덜겠다던 아버지가 산으로 가셨다

지병을 만장처럼 앞세운 불혹의 나이셨다

꺼이꺼이 곡소리 장단을 맞추는 오라비와

상여꾼 틈에서 오줌을 갈기는 동생도 미웠다

아버지 생전에도 철천지원수와 산다던 어머닌

부뚜막을 헐고 노구솥을 꺼냈다

워낭을 매단 소달구지가 낡은 이불과 그릇 몇 개를 허름한 초가 행낭채에 부렸다

날품 팔러간 들판 개망초 흰꽃이 옥양목처럼 펄럭였다

밤이면 반딧불이 허공을 선회했고 섬광을 그으며 유성별이 떨어져 내렸다

산자락 소나무 켜켜이 쌓아가는 흰 눈의 무게에

생살을 찢는 그 겨울 첫 달거리를 했다

덧없이 미래에 기댄 까마득한 날이 흘러 흘러갔다

- 너른고을문학 제17집(한국작가회의 경기광주지부,2012)

 

<블로그 '시와 음악이 머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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