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앓이  

未練者 박 규원 

이 가을이 가기전에

그대를 꼭 한번 더 보고 싶다

초혼初昏이 내려앉은 저 길을

이제 곧 가야 할 나는

안즉도 나이 먹지 못한 마음으로

그러모은 시간들을 태우며

떠나는 가을을 겨우 붙잡고 있다 

그대, 그리운 사람아

나의 이 가을은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운명 같은 것

흰 눈 내리고 

꽃 피고 져도

다시 오는 가을은

지금의 나를 기억할 수 없으리 

그러니 그대여,

아슬하게 버티는 이 가을이 

꺼져가는 시간의 연기처럼

무심히 흩어지기 전에

운명을 비추는 

초저녁의 별과 같이

부디 나를 찾아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