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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메네스의 [귀뚜라미 소리] 모바일등록
13 k하서량 2021.11.21 17:55:02
조회 250 댓글 2 신고

《플라테로와 나》[귀뚜라미 소리]

 

후안 히메네스Juan Ramón Jiménez

(1881~1958)  에스파냐 출신

 

시인과 당나귀 플라테로는 끊임없이 안달루시아/모게르를 배회하며, 아름다운 자연과 그곳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을 차곡차곡 기억에 담는다

 

스페인과 중남미의 여러 나라 시인들에게 큰 영향을 주며 "스페인의 생텍쥐페리"라는 찬사를 받은 1956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후안 라몬 히메네스'의 산문시집으로, 20세기 스페인 문학의 산문시 중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플라테로와 나]의 138장 중에서 일부의 장들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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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뚜라미 소리]

 

 

플라테로와 나는 밤길을 갈 때 듣게 되는 귀뚜라미 소리를 잘 알고 있다.

 

먼저 해질녘에 들리는 귀뚜라미 소리는 저음으로 까칠하다. 

귀뚜라미는 음조를 바꿔가며 시험해 보다가 점차 소리를 높여 가서 마침내는 가장 잘 어울리는 시간과 장소의 조화를 찾은 듯 자기 자리를 찾아낸다.  

곧 투명 초록 하늘의 별들이 빛날 때 쯤이면 귀뚜라미 소리는 자유로운 방을 소리처럼 부드러운 멜로디를 갖춘다. 

 

시원한 보라빛 미풍이 불어오고,  한밤중의 꽃들은 꽃잎을 활짝 열고 천상인지 지상인지 헷갈리는 푸른 들판에는 순수하고 신비로운 정기가 가득하다. 

귀뚜라미 소리는 절정을 맞아서  마치 어둠의 목소리인 양 들판에 가득 울려 퍼진다. 

더 이상 떨지도 않고 막히지도 않는다.  마치 자기 자신에게서 솟아 나오는 듯한 음정은 유리 같은 어둠과 향기를 나누며 다음 음정과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

 

시간은 고요하게 흐른다.  

세상에는 전쟁도 없고 농부는 깊은 꿈 속에서 천국을 보며 평화롭게 잠들어 있다. 

사랑만이 울타리에 얼기설기 얽힌 덩굴 사이에서 서로 눈을 맞추며 흥분해 돌아다닌다. 

잠두콩 밭은 아직 순진하고 발가벗은 자유로운 사춘기 소녀처럼 부드러운 향기 메시지를 마을까지 보낸다.  그리고 밀밭의 곡식은 초록빛 달빛 아래 두 시, 세 시, 네 시의 바람소리에 한숨지으며 흔들린다…  

그렇게 울어 대던 귀뚜라미 소리도 사라져 버렸다… 

 

그런데 또 들린다! 

한기에 몸을 떨며  밤이슬로 하얗게 빛나는 오솔길을 따라 잠을 자러 가는 새벽에 들리는 귀뚜라미 소리라니!  

달도 붉어져 졸린 듯 기울어 가는데 귀뚜라미 소리는 달에 취하고 별빛에 흠뻑 젖어 낭만적이고 신비롭게 온 새벽을 채운다. 

그 시간, 불쌍하게도 거대한 구름은 청보랏빛으로 슬프게 물들며 바다에서 천천히 또 하루를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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