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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선택한 길
100 뚜르 2021.10.20 09:19:19
조회 307 댓글 2 신고

 

남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내가 지각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대학도 남보다 늦었고
사회진출도, 결혼도 남들보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정도 늦은 편이었다.

 

능력이 부족했거나 다른 여건이
여의치 못했기 때문이었을게다.


이렇게 늦다보니 내게는 조바심보다
차라리 여유가 생긴 편인데,

나이 마흔을 훨씬 넘겨 남의 나라에서
학교를 다니겠다고 결정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이다.

 

1997년 봄 서울을 떠나 미국으로 가면서 나는
정식으로 학교를 다니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학교에 적은 두되 그저 몸 성히
잘 빈둥거리다 오는 것이 내 목표였는데,
졸지에 현지에서 토플 공부를 하고 나이 마흔 셋에
학교로 다시 돌아가게 된 까닭은
뒤늦게 한 국제 민간 재단으로부터 장학금을 얻어낸 탓이 컸지만,
기왕에 늦은 인생, 지금에라도 한번
저질러 보자는 심보도 작용한 셈이었다.

 

미네소타 대학의 퀴퀴하고 어두컴컴한
연구실 구석에 처박혀 낮에는 식은 도시락 까먹고,
저녁에는 근처에서 사온 햄버거를 꾸역 거리며 먹을 때마다
나는 서울에 있는 내 연배들을 생각하면서
다 늦게 무엇하는 짓인가 후회도 했다.

 

20대의 팔팔한 미국 아이들과 경쟁하기에는
나는 너무 연로해 있었고 그 덕에
주말도 없이 매일 새벽 한두시까지
그 연구실에서 버틴 끝에 졸업이란 것을 했다.

 

돌이켜 보면 그때 나는 무모했다.
하지만 그 때 내린 결정이 내게 남겨준 것은 있다.

 

그것은 종이 한장으로 남아있는 석사 학위가 아니었다.
첫 학기 첫 시험 때 시간이 모자라 답안을 완성하지 못한 뒤
연구실 구석으로 돌아와 억울함에 겨워
찔끔 흘렸던 눈물 그것이다.

 

중학생이나 흘릴 법한 눈물이
나이 마흔 셋에 흘렸던 것은
내가 비록 뒤늦게 선택한 길이었지만
그만큼 절실하게 매달려 있었다는 반증이었기에 내게는 소중한 기억이다.

 

혹 앞으로도 여전히 지각 인생을 살더라도
그런 절실함이 있는 한 후회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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