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유정(故鄕有情)

流浪者 박규원

친구는 말없이

된장 독만 닦고 있었다

아침나절

오랍드리 댕겨간 놈 보듯

멀뚱한 꼬락서니가

영락없이 넋 나간 놈이라며

친구는 댓바람에 나를

버덩으로 내몰았다

월대산 모랭이 길

상여집 안에는 두식이 아저씨

정말 살았을까

면구스레 기억 더듬는 내게

단지 친구는

미친놈

하며 싱거운 웃음만 짓고

어느새 나는 고향 앞에

그렇게 다시 서 있었다

Ⅱ

손 흔드는 친구의 눈에

송어가 보였다

고아원 앞 도랑으로

치닫던 송어의 맹목(盲目)처럼

끝 두지 않는 그놈과

쇠스랑 세워 쫓는 내가

지금 뒤바뀐 모습으로

친구의 눈에 비쳐 있었다

나는 되오지 못할 

레지스탕스의 눈빛으로

카테리니행 8시 기차에

다시 몸을 실었다

사뭇 떠나는 자의 설움이

온몸에 배여 있어도

나는 잊고 돌아설 뿐

친구는 이미 나의 귀향을

예견하듯 바라보고 있었다

고향엘 갔는데 친구는

말없이 된장 한 독을

그렇게 가슴에 담아 주었다.

◐박규원 시인이 인용한 

'나는 되오지 못할 레지스탕스의 눈빛으로 카테리니행 8시 기차에 다시 몸을 실었다'는

아그네스 발차(agnes baltsa)가 노래한

'기차는 8시에 떠나네 (To traino feygei stis ochto)'에서 유추...

이 노래는,

 '미키스 테오도라키스'가 어느 레지스탕스 청년을 위해 작곡했다고 한다.

 2차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그리스를 침공하자 한 그리스 청년이 사랑하는 여인을 고향에 남겨두고 반 나치 독일 레지스탕스로 활약하기 위해 카테리니행 기차를 타고 떠난다.

카테리니는 독일과 싸울 그리스 민병대의 최종 집결지이다.

기차는 8시에 떠나고 전쟁이 끝나서 다른 사람들은 다 돌아오는데...  

돌아올 줄 모르는 연인을 기차역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절절한 심정을 노래한 곡이다.

◐박규원 시인의 [고향유정]과 

시(詩)가 된 노래 <기차는 8시에 떠나네>를

 아래 제일 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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