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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래아씨(阿氏)의 아~옛날이여! [ 감재밥이야기 ] 모바일등록
9 k하서량 2021.09.17 20:09:53
조회 520 댓글 5 신고

 

혜래아씨(阿氏)의 아~옛날이여! 

 [ 감재밥이야기 ]

 

 

밥지을 시간이 되면 제일 먼저 하던 일이 뭔지 기억이 나나?

고간에 있는 감재 무데기에서 감재를 꺼내 깍던 일!

그것은 밥하기 전의 통과의례였다.

 

여름에 햇감재일때는 놋숟갈로 감재를 썩썩 긁어서 껍데기를 벗겼지.

그러면 여기저기 튀던 히끄무레한 녹말가루.

내중에 보면 얼굴에도 옷에도 온 사방이 하얀 반점.

그렇게 껍데기 벗긴 감재를 하얀 쌀과 같이 안쳐 밥을 지었고 버강지 불을 조절해 맛있게 밥이 지어지면 소두배이를 열고, 밥알 묻은 감재를 기양 꺼내먹기도 하고 주벅으로 으깨서 밥이랑 섞어서 먹었었다.

스댕주발에 고봉으로 담아서

내중에 솥에 눌어붙은 소꼴기.

물붜 낋에 먹던 숭늉.

 

결혼해서 우리 신랑에게 당연하게 감재밥을 해서 주었더니 이게 웬 상놈(?)이 먹는 밥이냐고 이상하게 쳐다보더군. 

그러나 이제는 감재밥의 그 맛에 푹 빠졌다. 오히려 안해준다고 안달이다. 우리 신랑 이제 강릉사람 다 되었다.

 

요즘 같은 여름이면 감재밥은 특히 잘 쉬었지.

감재밥을 양푼에 담아 베보자기를 덮어 놓으면 그 주변에 까맣게 몰려들던 파리떼.

손으로 휘이 휘이 쫓아내고 베보자기 벗기고 먹을라고 보면 쉬쉬한 냄새가 나기 일쑤.

그 쉰 감재밥을 물에 말아,

냉장고가 없어 단지에 담아 시원한 물에 담가 놓았던 그러나 역시 푹 쉰 열무김치랑 같이 먹으면 그것이 곧 여름의 맛이었다.

댄에 있는 장독에서 맹금 꺼낸 마늘 쫑다리 짱째이랑 먹어도 쉰 감재밥은 맛있을 수 밖에..

 

우리집에는 크다마한 매화낭그가 있어서 매실장아찌도 만들어 먹었었다.

큰 단지에 매실을 넣고 소금을 넣고 절구는 매실장아찌.

거기다 예쁘게 색깔을 첨가하는 방법이 하나 있었는데 오늘날처럼 인공색소가 아니라 소엽이란 식물의 잎사귀를 넣으면 예쁜 분홍색으로 완성이 되었지.

그렇게 완성된 매실장아찌는 울매나 짜구운지 하나만 있으면 벤또 하나는 거뜬히 해결할 수 있었다.  

우리 고향 초딩 친구들 중에는 아마 내가 싸온 매실장아찌 먹어 본 친구 있을거야.

근데 나중에 일본 가서 보니 이게 바로 일본 사람들의 기본 반찬인 "우메보시"더군.

미식가였던 우리 아버지께서 즐겨 드시던 반찬이었는데...

 

감재밭 고랑사이로 무수히 돋아나 있던 비름.

그건 기양 잡초가 아니라 우리의 식탁을 풍성하게 하였던 맛좋은 영양의 보고였지.

끓는 물에 살짝 데쳐 고치장 넣고 깨보새이 솔솔 뿌래 무쳐 먹으면 참 맛있었다.

지금 시장에서 파는 비름을 사먹으면 그 맛이 아닌 게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지.

그 비름! 발음 때문에 때로는 비듬과 혼돈도 했던거 같다.

 

호박 잎사구 쌈. 금방 밭에서 딴 고추를 막장에 푹 찍어 먹던 그 맛.

오이도 물에 씻지 않고도 기양 먹었었지.

오톨도톨 가시가 때구울 지경으로 싱싱했던 외.

 

지난 주 TV에서 각 고장의 별미 요리가 나왔는데 강릉의 "꾹저구 매운탕"이 나오는 거야. 그 순간 화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반도로 꾹저구를 잡는 모습에서부터 고치장 풀고 밀갈그 반죽 뚝뚝 떼어넣고 파 숭덩숭덩 썰어 맛있는 꾹저구 매운탕이 완성되는 모습을 보고 가슴 한쪽에서 싸~아~아 밀려오는 

그 어떤 느낌!

 

그 맛이 그립다.

세월이 흐르니 자꾸 그 시절이 그리워진다.

그 맛이 그리워진다.

 

아! 옛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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