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 어른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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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 어른이 될까?

열 살이 됐을 때 처음으로 어른이 된 것 같았다.

 
어른들과 똑같은 두 자릿수의 나이를 갖게 되었으니까.

부모님의 회초리 한 방에 착각은 금방 부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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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 되어 교복을 입었을 때 또 어른이 된 것 같았다.
부모님들은 모르는 말을 쓰고, 모르는 공간에 가고,

비밀이 늘어갈 때마다 어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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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등록증을 발급받았을 때는

정말 어른이 된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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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술집도 투표장에도 들어갈 수 없는

주민등록증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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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여차하면 감옥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유일하게 달라진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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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되고 금지되었던 모든 것의 접근을 허가받았을 때

당연히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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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모님의 전화 한 통이면

집으로 서둘러 돌아가야 했던 나는 여전히 애였다.

 
처음 투표권을 가지게 되었을 때,
처음 이별을 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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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자취를 시작했을 때,
첫 월급을 받았을 때 이제 정말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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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도 이제 다 컸어요”라고 외쳐보아야 세상은,

어른들은 모르는 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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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의견은 무시되기 십상이었고

처음 보는 사람도 학생이란 말을 붙여가며 애 취급을 하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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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을 한 지 한참이 지난 후에도 말이다.
도대체 언제 어른이 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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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기 위해 해야만 하는 일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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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살아가기는 벅차기만 하고

수없이 날아오는 고지서들에 자잘하게
신경 써야 하는 일들은 늘어나기만 했다.

 
월요일에 보일러를 고쳤는데

화요일은 변기가 고장났고 어버이날도 챙겨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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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수도료 감면 신청을 해야 했고,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하고, 내년엔 전셋집을 새로 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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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너지는 둑을 막고 서 있는 소년이 된 기분이다.
어수룩하게만 보였던 부모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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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나보다 하루라도 이 고된 시간을

더 살아낸 모든 사람들이 위대해 보이기 시작한다.

어린 시절부터 막연히 어른이 되는

마지노선이라 생각했던 서른이 넘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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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어른이 되려면

멀었구나’라는 생각만 든다.

이 정도의 일로 앓는 소리를 하다니

어른스럽지 못하다. 그렇게 화를 내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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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현명하게 대처했어야 했는데,

내가 더 참았어야 했는데 모든 것이 어른스럽지 못하다.

매일 나의 어른스럽지 못함을 반성하고

누군가의 어른스럽지 못함을 비난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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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 누구도

조금도 더 어른이 되는 것 같지 않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 어른이 될까?
마흔이 되고 쉰이 되면 어른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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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님 말씀대로 사십이 되면

사리 판단에 흔들림이 없어지고 오십이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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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뜻을 알까?

나는 ‘에라 모르겠다’ 하고 누워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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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이 어른이라면

나는 평생 어른이 되지 못할 것이다.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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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완벽한 어른은 없다.
갈 길을 모르고 방황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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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인생 앞에

낑낑대는 우리는 모두 조금씩 어린이다.

 
속으로 외롭게 울지 말자.

너도 나도 그도 때로는 실수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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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며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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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때로는 앓는 소리도 하고 어리광을 부려도 괜찮다.
같은 어린아이들에게 하기가 무엇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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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대로 신에게 앓는 소리를 해보자.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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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다르게 약해져 가는 부모님이

어른이 아니듯이 어쩌면 신조차 어린이인지도 모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