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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주 이야기 모바일등록
11 하서량 2021.07.20 16:21:08
조회 514 댓글 0 신고

 

[ 기주 이야기 ]

回想者  박 규원 

 

손바닥만한 동네가  

일구지난설(一口之難說) 이었다

여느 때와 달리 아침부터

가겟방 가는 골목에 모인

엄마들이 수군거리고 있었다

''그 지즈바가 우리 아(兒)한테 

그래 요사를 떨더니

질래 그래 될 줄 알았잖소''

기주랑 밤 이슬 맞으며

농교(農敎) 담벼락 구석에서

껴안고 있다 소사(小使)한테 들킨 

누구네 집 엄마는 

며칠째 기주를 욕 하더니 

그제사 편해진 얼굴이었다

''나이 많거나 늙었거나 얼른 보내야지

저러다 또 뉘 집 아들 안 건들겠소?''

작년부터 시집 보낸다 말 돌던 기주가

며칠 후로 서둘러 날 잡은 얘기였다

신랑은 대장간하는 홀애비란다

 

그날 밤 라듸오 켠 채

얕은 잠을 자던 나는

창문 너머 소근거림에

새벽잠을 빼앗겼다

''아버지가 일하는 대장간 주인인데

돈도 많고 혼자 산대

저번에도 집에 왔었는데

나한테 오백원 짜리 종이돈 주고 갔아

작년에 우리 엄마 병원비도

그 아저씨가 다 대줬대

내가 그 아저씨한테 시집가믄

돈도 많이 생길거래''

''그럼 누나는 진짜 갈거야?''

''그럼 우터해?  어데 갈데도 없는데''

''내가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늦추믄 안되나?''

''니가 중학교 졸업하믄 우터 하자고?''

''...... 그냥 뭐''

''나랑 도망칠래?''

''안 돼. 우리 어머이한테 혼나''

''나도 그래''

''......''

 

하얀밤은 기어이 지나가고

달랑 보따리 하나 안은 채

아버지랑 대절 택시타고

시집간 기주는 동네에서 

지워졌다

나보다 한 살 많은 그때

기주 나이 열여섯 살이었다

꽃이 피고 지고

기러기가 오가기를

마흔하고도 여섯번이 지나도록

나는 여적지 기주 소식을 

어데서도 들어본 적 없다

▓▓▓▓▓▓▓▓ 

◐대화 내용에 대한

화자(話者)를 구태여 정리 안한 이유는 

'기주 '와의 화자가 껴안고 있던 누구 일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구 일수도 있고, 

또는 전지적 간객(看客)인 나 일수도 있기에

모호하게 남겨서 읽는 사람들의 상상력에 맡기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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