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오면

그날은 고요한

평화마저 감돌아

가족들이 단란한 한때를

즐기던 일요일

총성이 빗발치며

군화소리 산야를 찢어놓으며

점령군의 소리가 강물을

핏빛으로 물들이던 그날은

짐승들이 울부짖으며 먹잇감을

찾아 기어이 기어이

내 강산을 쓰러뜨리고

어린 것들 앞에

노년의 어머님께

총구를 들이대던 성난 군화들의

가슴에는 자비란 없었다

꽃 같은 소녀들의 옷가지가

벗겨지고

이리떼같이 달려들던 짐승들 앞에

어린 꽃잎들은 말없이 지고 말았다

남으로 남으로 내려오던 너희여!

이 강산이 너희들에게

무엇을 어쨌길래

잔인하기가 독사들 같고

독초들같이 사악하더란 말이더냐

아 아 우리의 군인들이여

태극기같이 펄럭이며

조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싸웠노라

짓밟힌 산하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고

눈동자를 번뜩이며

적들을 몰아내며 싸우다

이름 모를 곳에 묻힌 내 병사들

장하다

그대들이 흘린 피로

이 나라가 회복되고

선혈이 낭자하여 쓰러졌던

소녀들도 다시 꽃을 피웠다

아 어찌 잊겠는가

그날의 함성

어린 병사들의 낭자한 선혈

정녕 이 나라에 피고 지는

무궁화가 되어 다시 보는 내 조국

영원히 피어나 이나라의

무궁화 되었네

아름다운 무궁화꽃이 되었네

- 강영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