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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욱국 - 김선우
100 뚜르 2021.05.17 07: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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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욱국 - 김선우

아욱을 치대어 빨다가 문득 내가 묻는다

몸속에 이토록 챙챙한 거품의 씨앗을 가진

시푸른 아욱의 육즙 때문에

_엄마, 오르가슴 느껴본 적 있어?

_오,가슴이 뭐냐?

아욱을 빨다가 내 가슴이 활짝 벌어진다

언제부터 아욱을 씨 뿌려 길러먹기 시작했는지 알 수 없지만

_으응,그거!그,오,가슴!

자글자글한 늙은 여자 아욱꽃빛 스민 연분홍으로 웃으시고

나는 아욱을 빠네

시푸르게 넓적한 풀밭 같은 풀잎을

생으로나 그저 데쳐먹는 게 아니라

이남박에 퍽퍽 치대어 빨아

국 끓여먹을 줄 안 최초의 손을 생각하네

그 손이 짚어준 저녁의 이마에

가난과 슬픔의 신열이 있었다면

그보다 더 멀리 간 뻘밭까지를 들쳐업고

저벅저벅 걸어가는 시푸른 관능의 힘,

사랑이 아니라면 오늘이 어떻게 목숨의 벽을 넘겠나

치대지는 아욱 풀잎 온몸으로 거품을

끓이는 걸 바라보네

치댈수록 깊어지는 이글거리는 풀잎의 뼈

오르가슴의 힘으로 한 상 그득한 풀밭을 차리고

슬픔이 커서 등이 넓어진 내 연인과

어린것들 불러모아 살진 살점 떠먹이는

아욱국 끓는 저녁이네 오,가슴 환한.

시집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문학과지성사, 2007) 중에서

 

<블로그 '시와 음악이 머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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