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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산과들에 2021.05.14 23:00:00
조회 86 댓글 0 신고

이 연필 안에는

한 번도 씌어지지 않은 단어들이

웅크리고 있다

 한 번도 말해진 적 없고

한 번도 가르쳐진 적 없는 단어들이


그것들은 숨어 있다


그곳 까만 어둠 속에 깨어 있으면서

우리가 하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밖으로는 나오지 않는다

사랑을 위해서도 시간을 위해서도 불을 위해서도


연필심의 어둠이 다 닳아 없어져도

그 단어들은 여전히 그곳에 있을 것이다

공기 중에 숨어서

앞으로 많은 사람이 그 단어들을 연습하고

그 단어들을 호흡하겠지만

누구도 더 지혜로워지지는 않는다


무슨 문자이길래 그토록 꺼내기 어려울까

무슨 언어일가

내가 그 언어를 알아차리고

이해할 수 있을까

모든 것들의 진정한 이름을 알기 위해


어쩌면 많지 않을지도 모른다

진정한 이름을 위한 단어는

오직 한 단어일지도

그리고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전부일지도

그것이 여기 이 연필 안에 있다


세상의 모든 연필이 이와 같다


-W.S. 머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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