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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닭 없이도 끄떡없이 산다
35 은꽃나무 2021.05.07 10:08:37
조회 211 댓글 0 신고

까닭 없이도 끄떡없이 산다 - 이병승

 

  

어제는 하루 종일

까닭 없이 죽고 싶었다

까닭 없이 세상이 지겨웠고

까닭 없이 오그라들었다

 

긴 잠을 자고 깬 오늘은

까닭 없이 살고 싶어졌다

아무라도 안아주고 싶은

부드럽게 차오르는 마음

 

죽겠다고 제초제를 먹고

제 손으로 구급차를 부른 형,


지금은 싱싱한 야채 트럭 몰고

전국을 떠돌고

남편 미워 못 살겠다던 누이는

영국까지 날아가

애 크는 재미로 산다며

가족사진을 보내오고

늙으면 죽어야지 죽어야지 하면서도

고기반찬 없으면 삐지는 할머니

 

살고자 하는 것들은 대체로

까닭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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