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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라일락을 위하여 /김정희
100 뚜르 2021.05.02 09:4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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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라일락을 위하여  /김정희

 

내가 그녀를 알게 된 것은 한 스물 두어 해 전이다

나도 그녀도 파랗던 시절이었다

꽃사과나무 곁에 늘 수줍은 듯 서 있어 온 그녀

이제는 등도 굽고 다리도 휘어져 어느 땐 내가

나의 등으로 그녀의 등을

가만히 받쳐보기도 하는데

그녀가 엽서 같은 푸른 잎들을 매달고 보란 듯이

꽃향기 뿜어낼 때면

그녀의 봄밤은

여전히 황홀하기만 하여

그 밑에서 취하고 또 취하고

그러면

그녀는 달보다 더 환한 얼굴로 걸어와

내 목덜미를 쓸어 내리는 것이다

숨이 하얘지도록

하얘지도록

 

<서비의 놀이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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