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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이야기 구절
55 산과들에 2021.04.19 17:27:38
조회 119 댓글 0 신고

집 떠나가 배운 노래를

집 찾아오는 밤

논둑 길에서 불렀노라


나가서도 고달프고

돌아와서도 고달펐노라

열네 살부터 나가서 고달펐노라


나가서 엳어 온 이야기를

닭이 울도록

아버지께 이르노니-


기름붙은 깜박이며 듣고

어머니는 눈에 눈물을 고이신 대로 듣고

이치대던 어린 누이 안긴 대로 잠들며 듣고

웃방 문설주에는 그 사람이 서서 듣고


큰 독 안에 실린 슬픈 물같이

속살대는 이 시골 밤은

찾아온 동네 사람들처럼 돌아서서 듣고


그러나 이것이 모두 다

그 예전부터 어떤 시원찮은 사람들이

끝맺지 못하고 그대로 간 이야기어니


이 집 문고리나, 지붕이나

늙으신 아버지의 착하디착한 수염이나

활처럼 휘어다 붙인 밤하늘이나


이것이 모두 다

그 예전 부터 전하는 이야기 구절일러라

-정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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