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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정시모음 50편/그도세상
11 그도세상김용호 2021.04.11 14:33:17
조회 110 댓글 0 신고

현미정시모음 50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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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2월을 보내며

현미정

폭포수처럼 쏱아 지는 정보
귀하디 귀한 그 정보는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텃밭 같은 것

하지만 너무 많아 머리가 아프고 몸 살 까지 나
겨울 나무들이 월동준비를 하기 위해
잎새들을 떨어트리듯이

나도 이제 물밀듯이 들어오는 모든 정보를 털어 내고
흰 배추 줄기 같은 깨끗한 마음으로
목화 솜 한 자락 두툼하게 깔아 쉼 없이 들어오는
정보에 지쳐 떠는 영혼들을 감아
햇살처럼 따듯한 솜 이 되고파

미운 그대를 원망의 슬픔보다
그대가 살아있으므로
내가 살아가는 이치를 진정으로 아는
가슴에 햇살이 피어오르는 온기의 미소로
12월의 남은 한 장에 달력을 만지며

새 정보에 둔한 순수의
한 인간에 대한 예의 와
목화 솜 포근한 씨 알 을 빚는
새 아침의 태양을 바라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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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가을로 가는 길에서

현미정

부드러운 가을바람에 스며오는
커피향

골목길 어느 집에 선가
갓 내려 퍼지는 정겨운 향
상한 갈대처럼
떨리는 마음
타임머를 깨고 나온 캡슐

모락모락 피는
뽀얀
모닥불 연기속에서
통키타 들려주던

그대 따스한 미소가
커피 향 에
순간을 타고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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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가을비

현미정

11월 초 하루
만월의 달빛을 구름 속에 가둬놓고
밤부터 가을비는 주룩주룩
하루 종일 흐리며 비가 그쳤다가는

쏟아져 추적거리며 내리네요
잎새들은 비바람에 떨어져 뒹굴며
은행나무 가로수는 그 노란 잎을 흩뿌려
완연한 가을의 쓸쓸함을 앓게 합니다

우리네 인생도 이렇게
어디론가 떠나야 하는 운명을 벗어나지 못하는 여행이라면
아득히 멀리 온 나그네의 흐미한 발 길 속의 삶이 갖어다준
행복과 슬픔의 뒤안길을 생각해 보면 수많은 날들이 힘들기도 했지만
여기에 이렇게 숨 쉬고 살아 있음이 감사하다고 나에게 칭찬을 해줍니다

마음으로 내 몸을 쓰다듬어 줍니다
파도처럼 출렁이는 세파를 뚫고 그 긴 시간을 버티며 살아온 것에 대하여
진정 사랑했노라고
몸을 가슴을 쓰다듬어 줍니다

볼 것 못 볼 것 들소리 못 들을 소리 다 듣고
용케도 잘 참고 이렇게 인내의 고은 꽃으로
가을의 향기를 피어내는 우리 자신을 격려해 봅니다

언제나 싱그러울 것 같던 프르름의 젊음도 덧없이 지나
인체의 구조 세포가 힘겨워하며 마음의 깊은 계곡을 지나가는 소리에
작은 생각 새롭게 듭니다

아 늦었지만 말 만이 아닌 모두를 사랑해야겠다
사랑의 눈으로 보고
아름다운 입술로 고은 말 진실을 말하고
귀로 들은 나쁜 소리는 씻어내고
좋은 소리만 말하고

능력이 닿는 한 도에서 이웃의 아픔과 괴로움을 함께 해야겠다
라는 챙김 이를 생각했습니다
깊은 진실의 마음으로 겉과 안이 다르지 않은
쑥떡 같은 마음으로 사는 날까지

잎새들의 붉은빛과 샛노란 빛을 투영해 떨어지는 모습처럼
우리도 이해와 사랑과 품위를 잃지 않고 남은 여행 고은빛을 내며 가야 되지 않을까요
11월 1일 하루 종일 내린 비의 우울함이 가슴을 물들이는 단풍에 소리 었나 봅니다
우리 함께 남은 날들 화려한 봄날 같은 가을로 건강하시기를

출처 : 《한국민주문학회》(2020.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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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가을이 오면

현미정

그리움이 서 있는 자리에는
당신이란 그 이름이 있어요

눈물이 흐르는 것은
빛나던 그 추억 하나씩 지워내는 흔적인가요

만지면 형체도 보이지 않는
허공뿐인데

내 눈앞에서 떠나지 않는 당신은 누구신가요

피사체의 그림자
당신은

풍성한 가윗날은 ㅎㅎㅎㅎㅎㅎㅎ호
오색 송편을 적시는 솔향기의 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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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강가의 아침

현미정

강가의 아침은 곱다
사르르 불어오는 바람의 향기
맑은 아침에 물 냄새 은은히 스치고

푸른 동녁 아침해 떠오르면
잔잔한 물결 위 황금빗살 눈부신 어림
실바람 물 무늬 그리네

살 폿이 이는 새벽 물안개
갓 스물 처녀의 탱탱한 방댕이 풋풋한 보리향
발그래 곧 터질 듯 한 볼 살 모양
싱그러운 생명의 향 밀여 오는 아침

햇살에 물들어 소살 대는
물결의 밀어
용궁을 빠져나온 용녀는 반짝이는 황금실 비단을 짜면

나래 접어 입은 화려한 색
나비잠자리 한가 한 춤으로
흐르는 강가의 아침을 지키네

오 물 보라 파도를 일으키며 진동하는
모터 보트
생명이 넘치는 하루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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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그리움

현미정

물 무늬처럼 이는
그리움

보고파 허전해서
차 한잔 타 놓고 보니
혼자 너무 외로워
마시지 못하고

찻잔 속 얼비치는
그 모습 더 그립고
보고파

내 맘 그대 창가에
서성이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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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그리움 내려앉은 찔래 꽃

현미정

아~ 찔래꽃
살 포시 어머니 웃음 같은 잔잔한 미소
돌무더기 위 앉아
작은 개울 바닥
돌 걸러 넘는 물소리 배고픔 잊는 순이

통통한 찔래 꽃 새순 껍질 벗겨
순이 주시던 어머니
야들하고 달콤한 맛
순이 배고픔을 잠시 면해 주던 엄마

찔래 꽃 하얀 찔래 꽃
햇살보다 따듯한
모정에 그 날
지금은 어디로가셨나

찔 래꽃 찔래 꽃
보고픈 엄마의 향기

새벽녁 밥풀처럼 소롯 소롯 하얗게 맺혔더니
해가 피니 찔래 꽃 몸을 불려 화알짝 엄마 웃음 튀겨논 밥풀
그리움은 바다가 되어
출렁 출렁 파도를 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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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그리움은 사랑의 향인가

현미정

그리운 사람은 그냥 그리워하자

그리움으로
가슴에 내리는 비는
강이 되어 흘러도 보이지 않네

비가 내립니다
축축한 습기가 더욱
그리움을 멍울저 냅니다

빗물은 내 몸을 적셔
눈에 보이지만

가슴에 내리는 비는
보이지 않습니다

빗속에 서있는 그대
달려가 마주보면
왼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그리운 사람은 그냥 그리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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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기도하게 하소서

현미정

임이시여!
우리는 진실과 거짓의 헤아릴 수 없는
말들을 하고 살았습니다.
한 마디의 말은 영혼이 떨어져 나오는 것입니다
뱉어낸 말은 허공에서 사라지는 줄 알지만
그 말들은 어디선가
알을 품어 부풀어진 새 생명으로 부화되어
우리에게 되돌아옵니다

그 증거로 우리가 한 말들은 그대로 녹음되어 박혀 있듯이
그 수많은 말들은 좋은 말 허접한 말이 뒤섞여
허공에 둘러싸여 혼돈의 시대를 가져 옵니다
우리 마음
깊은 반성의 주파로, 떠도는 악령이 저주하는
허공의 파장을 정화하는 기도를 하게 하소서

임이시여!
그러하므로 해맑은 태초의 허공으로 되돌아가
맑은 파장 영혼으로 살아갈 수 있게 기도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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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꽃비
꽃 비 속에서
현미정

그대가 오신다기에
푸르고 활짝 갠 하늘 보려고
창문을 열어봤어요

꽃비가 홀 홀 포로르 흩뿌려져
연분홍 융단을 깔아놨어요
마치
하늘에 별들이 모다 내려와 꽃 무리로 모여 앉아
내 사랑 기다리는 듯

산 노을 그림자 숨어들고 보이는 것들은 까만
칠 흙 속으로 빨려 들어간 고요뿐
향기로운 꽃 내음 수 만 길 가슴을 파는데

길 잃어 헤메시느라 밤이 되었나
가슴으로 타는 지름 호롱 불 되어 기다리는데
뀡한 마리 어디선가
구애의 노래를 하네

어머나 소스라 질듯
허리 감싸 앉는 등뒤에 당신
따사운 입 김 흰 목덜미에 흘리며
"나왔어 미안해 한 걸음으로 달려. 왔어"

너를 보는 것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라며
말했습니다

아 아 꿈이었나 꿈이었어요.
이 꽃 눈 내리는 야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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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난 가끔 애를 밴다

현미정

나 정말 어떡해
이따금씩
바람났나 봐

수제비 요리
배불리 먹고
팔자걸음 걷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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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현미정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는
하늘에 떠
생명을 피워내는
따사로운 태양처럼

당신의 따사로운 온기에 피는
향기로움 그 향기에 취했기 때문이지요

따사로운 당신에
붉은 빰에 향기가
봄의 향연을 연주 할때
나는 당신을 사랑하기로 했어요

당신은 눈바람을 뚫고 초연히 피어난
양지쪽 설 죽매의
강인한 생명의 향
고요히
피어나기 때문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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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노을은 단풍이 되었네

현미정

붉은 저녁노을
산 넘어 지기 싫어
잎새마다 내려앉아
단풍이 되었네

누가 오늘 결혼식을 하나보다
새벽 맑은 이슬로 단장한 선남선녀

바람 한 점 내려와
잎 새 마다 등 도닥여
붉은 잎 포오옥신한
레드카펫을 깔아놓았네

붉게 타는 노을
잎새마다
내려앉아 단풍이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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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당신은 어디서 오셨나요

현미정

당신은 누구신가요
어디서 오셨나요
마술 같은 향기
내 몸을 감싸는 당신은
누구신가요

만물이 생동하는
내 세계를 넘어
또 다른 신세계의
숨 가쁜 여행을 하게 하는
당신은 누구십니까
누구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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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또 생각나

현미정

흐물대고 먹기 좋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는

절로
엄마생각
침묵 속 보고픈 맘

우물 하나가 또 파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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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마르크 샤갈과 나

현미정

눈이 옵니다
온 세상 하얗게 새하얗게 쌓여진 정적의 고요
침묵하고 있는 태초의 도화지

나는 샤갈의 손을 빌려 그림을 그립니다
나의 빨간 입술은
그의 목을 부드럽게 휘감고
그 의 귀에 깃털처럼 속삭입니다
나는 샤갈이 잡은 붓끝에
영혼을 불어넣어
하얀 도화지 위 에 세상을 창조합니다

해맑은 하늘 옥구슬 빛 맑은 물
향기로운 공기 바람
비 온 뒤 빛나는 햇살
싱그러운 나무와 꽃 들 의 숲
들판의 야생 동물

그리고 거짓말을 모르며 살아가는
오월의 빗살 속에 푸른
싱그러움이 술렁이는 사람들의 모습
뜨겁게 사랑하고 안아주고 외롭거나 슬퍼
눈물을 흘릴 때 도닥여 주고
기쁠 때 함께 기뻐하고
서로를 사랑할 줄 아는
인정의 향기가 피어나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는
태어남이 없어 늙어감이 없으니 노쇠하지 않아
병이 없고 병 없으니 고통스럽지 않으며
죽음이 없는 낙원을 꿈꾸는
하얀 도화지 위
샤갈의 정원에서 태초의 그림을 그리는 샤갈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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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말과 맘은 하나

현미정

어제 한 말과 조금 전에 한 말은
자취를 감추고 고요한데
어디선가 그 말 들려와 가슴을 흔드네

귀가 들어 지우지 않고 가슴에 숨겨 뒀다가
바람 한 점에 이끌려 허공에 씨를 뿌리니

긴 세월 짧은 세월도 분별치 않고
모양하나 드러내니
오 또 하나의 신세계가 탄생되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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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밀어

현미정

고운 꽃
고운 향기시간 밀치고
스러져 누우면

쉼 없는
초침소리
고요 속으로
나를 밀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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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바람에 걸린 귀

현미정

높은 산봉우리 오르면
발아래 펼처 진 그림
개미처럼 바글대는 총총대는 걸음들

둥둥 떠도는
먼지 같은
미세한 존재 속 소음들

어이해 어이해
바람같이 사라지는
한 마듸 말에
나는 왜 귀가걸려
한 발 짝도 내 딛지를 못하누

오 오 찬란하게 빛을 뿜는

정월 대 보름 달
홀딱 집어먹고
휘엉청 늙어 바위틈에 끼어 등 굽은
소나무에 올라앉아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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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봄 의 산통

현미정

살 찢는
산고의 아픔
그댄 들었나요

매마른 저 땅의
갈라지는
생명의 소리

찢기는 아픔
봄 봄의 산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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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봄비

현미정

비가 내린다
초록이 피는 볼록 가슴
흙먼지 씻기 우는 초록비가 내린다
바람은 지나가다 심술로 훅 한 입 불면 잎새는 발아되어
작은 손을 흔든다

비가 내린다 동장군 지나갔는지
성급히 창문 열고 염탐하는 꽃망울

행여
가녀린 꽃망울 상처라도 입힐까
조심 조심 소록 소록 하프에 울리는 실같은 빗물을 뿌린다

봄비는 이렇게 하프의 고요한 선율을 타고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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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봄의 전령사 매화

현미정

아씨 고은얼골
홍매화 고은결
하얀 앞치마
눈부시네

달 빛 으로
몸을 감은
화알짝 핀 정령

어느새
축제의 끝
시간 속으로
몸을 감추면

눈 녹은
아랫 마을
백가지 꽃들
그때서야
분주하게 눈 부비며
도란 거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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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봄의 첫 구절

현미정

삭막한 겨울 끝자락
을씨년스럽긴 하지만
듬성듬성 털 빠진 까투리 새끼를 보듬은
어미 같은 산 모양
따스한 혼이 서려 피어난다

누구의 울음인가
저리 고은 울음은
얼마나 한이 맺힌 가슴이면
풀지 못한 붉은 한 씻지 못해
저리 곱게 망울지어
가슴 가슴마다에 들어앉아
환호하게 하는가

나는 배웠노라
차라리 풀을 수가 없다면
슬픔의 가락보다는
목젖을 지그으시 눌러
떨어지는 멍울
저리 고은 미소로 천 만년을
마다의 가슴에 들어앉아
봄이라는 희망의 첫 구절로 남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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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사랑이 오는 자리도 아파

현미정

샛노란 은행잎이 노을에 젖듯
사랑이 찿아 오는 길목에도
빈 가슴
비수처럼 깃들어 오네
아픔인가

그리는 맘
그대 오시는 길
호롱불 켠 가슴

사랑이 지나간 자리만이
아픔이 흐르는 건 아니네

밤하늘에 은하수 같이
눈부신 사랑

꽃잎이 벙그는 향기로움
바람과 햇살과 빗물로 스며 오는 사랑이여

반쯤 벙그러 멈춰 기 일게
향내 음 피어내면 미완성일까

모든 존재는 불멸이란 없는
허상의 꿈
어차피
스러져 가는 슬픈 운명이라면

철없이 빠르게 활짝 피어내
희나리 되어 떨어짐보다
고고하게 몸을 드러내 오래 토록
그대를 사랑하고파

아 아 사랑을 이루어도
이별을 해도
만추에 떨어지는 잎새는
지난날의 화려한 기억을 애써 잊으며

기다리는 아픔 기다렸던 행복
그 모두가
시간이란 이름의 공간 속으로 스러지누나
☆★☆★☆★☆★☆★☆★☆★☆★☆★☆★☆★☆★
《25》
사랑하는 님에게

현미정

님은 가도
내게 오셨다 가심은 행복이어라
겨울엔 따사로운 숨결 봄엔 꽃물 향
한 여름 바람을 주던 님아
타인으로 돌아가는 게 어디 님의 마음뿐이랴

세상 이치가 다 그러한 것을
젖어 흐르는 전율 아파요
하지만 침묵으로 덮으리

그리고 왜냐고 묻지 않으리

천둥 뇌성소리로 뛰던
심장의 설렘 구름 위를 걷는 듯
그 날들의 뿌려진 잔상 고운 물결 일어
꽃 물 젖는 듯 행복했어라

눈에 보이는 것은 주고받으면 그만
사랑에 타버린 검붉은 핏물 향
오월 해맑은 하늘에 뿌리리

보내는 것도 주는 것이리니
님을 보내 드리리
보내드리는 것도 주는 것이리니
왜냐 묻지 않으리

어제 밤 내린 비
빗물에 젖은 꽃은 더 곱더라
님아! 어느 날 잊혀 진 세월 속에
친구 같은 마음 꽃잎처럼 피거든

그 어느 날 이어든
외로워 질 때는
소식을 주셔요 소식을…….
☆★☆★☆★☆★☆★☆★☆★☆★☆★☆★☆★☆★
《26》
사랑하는 마음 중에

현미정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은 깊은 관
심을 갖는 것이요

사랑하며 말하지 않는 것은
그 사랑 상처를 입을까
존중하는 맘

스스로 깨달아
고운 꽃 향 피워 내기를
기다림의 시간이라지요

기다림은 지혜의 눈물 수정처럼 빛나는
시간의 조각품이 아닐 련지요
☆★☆★☆★☆★☆★☆★☆★☆★☆★☆★☆★☆★
《27》
사랑한다는 것은

현미정

사랑한다는 것은
그토록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너무 아픈 것
힘겹고 살갑게 데워 논
사랑의 온도가 식어버릴까 고뇌하는

인내와 감성의 향기로 달궈진 온도가
새어 나가지 못하게 감싸고 또 쌓아 누더기 이불처럼
꽤매 논 손 때 뭍은 시린맘

밉다 곱다 모남도 아랑치 아니한
티 없는 순백의 꽃
볼 것 못 볼 것 푸욱 삵혀 효소로 익어 영근 시간

개화된 첫날
목련의 멍울 핀
눈부심 같은 사랑

아름다운 사랑을 갖는다는 것은
유리 그릇을 다르듯
불길 옆을 지나가는 듯
절제의 미덕만이 길게 갖을 수 있는 것
☆★☆★☆★☆★☆★☆★☆★☆★☆★☆★☆★☆★
《28》
세상에 처음 나올 때

현미정

엄마의
주머니서
처음 나올 때
너무나 추었지

따스한 엄마뱃속
수중 속 그 집서
작은 동굴
밀고 나온 세상
기절하듯 추워 울지도 못했지

몇 대 맞고
나는 놀라 울었지
☆★☆★☆★☆★☆★☆★☆★☆★☆★☆★☆★☆★
《29》
세상에서 제일

현미정

당신은 알고 계신가요
꽃이 항상 아름답다고 생각되는 건
언제나
웃고 있기 때문이죠

목이 꺽이 면서도
그 웃음을 멈추지 않고
향기를 피어 내기 때문이죠

꽃이 아름다운 건
스스로 공을드러 내지도 않고
조용한 미소로
제 몸의 흐르는 달콤한 꿀을 나눠주기 때문이죠

불 속에 던져져도
반항하지 않고 몸을 태우며
그냥
향기만을 피워내기 때문이랍니다

꽃이 아름다운 건

향그러운 나무가
제 몸을 찍어 상처를 주는 도끼 날에
향을 묻여 피워내듯이

꽃을 따낸 손가락에
원망의 가시로 피를 내기보다는
제향을 묻혀 내기
때문이죠
☆★☆★☆★☆★☆★☆★☆★☆★☆★☆★☆★☆★
《30》
옥중화 피어나네

현미정

봄비처럼 살며시
생명을 주는 님이시여

긴 겨울 어두움을 뚫고
매마른 거친 땅 가르며
꽃 보다 더 고은 연두색 빛갈

아침 이슬로 목을 축이고
가녀린 고은 모습 강인도 하여라

눈보라 거친 바람 몰아내고
들과 산 봄의 뜰을 채우네

고은 빛 푸른 희망의 생명
온 가슴에 내려앉아라
☆★☆★☆★☆★☆★☆★☆★☆★☆★☆★☆★☆★
《31》
시가 지나가는 계절

현미정

그 날을
잊지 말아요
푸름이 옷 벗는 소리
굼실대며 부산 할 때
산국화 향 하늘 냄새 가을 옷 입으면
낙엽 소북 쌓여진 벤치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는
그대의 향 쓸어갔지만
우리 잊지 말아요

또 다시
그대의 뜨거운 숨결 피워놓은 향
낙엽이 지는 세월의 강 을 함께 건너요

시가 지나가는 아름다운
계절의 색깔을 함께 느껴요
☆★☆★☆★☆★☆★☆★☆★☆★☆★☆★☆★☆★
《32》
시월

현미정

10 월 11일 푸른 잎은 아직도 빛을 발하고 있지만
잎새들은 낮과 아침저녁 온 도 차이로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시름 대며 몸살을 앓고 있네요


살결에 부딪치는 바람의 내음
화학 작용을 일으켜 분비되는 호르몬은 온 몸을 돌아
가슴에 깊은 계곡을 사색으로 고뇌하게 하며
때론
거리로 내 몰아 헤매이게 합니다

여름 내내 잎새들은 불같은 사랑으로 익어
물기 없는 건초의 구수함을 안고 떨어지는 잎새
여름을 꼭꼭 눌러 담은
따스한 내음
왠지 더 세상 밖으로 밀려나는 것 같은 외로움은
모세 혈관을 자극하는 듯

이 가을에는 그 누구라도
그대라 불러도 이상할 것 없는 감성을
바람이 전해주는 별들의 속삭임

깊은 만추
호수처럼 해맑은 밤하늘엔
별들은 오징어 잡이 배가되어
촘촘이 또는 성글게 떠있고
지상에 네온싸인은 은하수가 되어 빛을 발하고

청춘의 젊음은 혼을 태우는 핏물로
산과 들을
흩 뿌려 놓겠네
☆★☆★☆★☆★☆★☆★☆★☆★☆★☆★☆★☆★
《33》
어느 때 목련꽃을 볼 때면

현미정

티 없이 희고 고은 목련
회색 빛 겨울자락 끝에서
어수선 한 맘
신선하고 촉촉한 미소를 흘리게 한다

너무 눈부시고 청순해 슬프다

차갑게 흐르는 달빛 서러워
상복 입은 어린 여인 같은 애처러움

흐느끼다 기절한 청산 과부의 시퍼런 젊음
☆★☆★☆★☆★☆★☆★☆★☆★☆★☆★☆★☆★
《34》
어머니

현미정

아 어머니
어머니란 단어에는
어떤 수식어가 필요치 않네

대자연의 생명에 물결
따사로운 햇살을 부어주는
봄이란 말 밖에는

어머니란 말은
그냥
그냥
봄이라는 말밖에는
☆★☆★☆★☆★☆★☆★☆★☆★☆★☆★☆★☆★
《35》
연꽃 미소의 진실

현미정

세상이 어떠하여도

고은 미소
소롯이 아침 이슬 머금고 피는 미소

푸른잎 찢어 내어도 고요히 바라보는 미소

더러움
스스로 중화시켜 발효된 영양

오만 잡가지 로
어울리는 게 세상이라는 이치를
말없이 알리는 참 모습

더러운 게 있어야 깨끗함을 알고
깨끗함 있어야 더러움 아느니

슬픔이 있어야 기쁨을 알고
기쁨만 있다면 어찌 기쁨인줄 알리요

세상이치 참 과 거짓 도
상황 따라 달라지느니
결국
더러움도 깨끗함도
시간이 흐르면
깨끗함도 더러워지고
더러움도 시간 흐르면 정화되어 깨끗해지리니
참 이라 할 수 없는 고로

연꽃은 진실을 투명히 비춰봄으로
눈으로만 겉으로만 보는 세상의 이치를
그냥
아름다운 세상이라 미소로 나둘 뿐
☆★☆★☆★☆★☆★☆★☆★☆★☆★☆★☆★☆★
《36》
이화장의 봄

현미정

이화장에 봄은 와
개나리 진달래 목련 송송 피건만
옛 주인 어딜 가고
반기는 이 없어라
소슬한 바람만
주인인 듯 기척을 내네

노련한 기술 나라사랑
근심 배인 자비한 음성
곳곳에 서려

꽃신 신은 바람
꽃향기 봄 내음
이화장 가득 뿌리고

오지 않는 주인 기다리다
못 내 서러움 비가 되어
비탈진 낙산 바위에 흘러드네

꽃구름 푸른 하늘
인척 없는
빈 마루 내려앉아
놀다 가면
노을진 긴 그림자
주인 오심인가
대답 없는 무심함에

하얀 문 창호지
서름을 매달은 문풍지가
파르르 파르르
목노아 울음을 터트리네
☆★☆★☆★☆★☆★☆★☆★☆★☆★☆★☆★☆★
《37》
인생

현미정

인생 무상이지만
무지개가 있어 아름다웠고

또한 실망이 있어
극복하기 위한 희망이 있어 행복했다

행복만이 존재한다면 행복이 무엇인지
그것 또한
알 수 없는 고통으로 살아가리
☆★☆★☆★☆★☆★☆★☆★☆★☆★☆★☆★☆★
《38》
잠자는 호수

현미정

작은 미풍에
물 무늬 이는
떨림으로

너를
그리워
하고있다
☆★☆★☆★☆★☆★☆★☆★☆★☆★☆★☆★☆★
《39》
조국

현미정

그대는
내 속에서
사계절 피는
황홀한 꽃송이.
☆★☆★☆★☆★☆★☆★☆★☆★☆★☆★☆★☆★
《40》
지구는 감자덩이

현미정


지구는 감자덩이

존재의 여부
사간적 공간

짧고 긴
차일 뿐.
☆★☆★☆★☆★☆★☆★☆★☆★☆★☆★☆★☆★
《41》
지는 해를 보며

현미정

산마루
지는 해
눈물 글성,
울었어
나는

한 순간 묵묵
무엇을 했는지
아무 생각 안 나.

하루 해 지도록.
☆★☆★☆★☆★☆★☆★☆★☆★☆★☆★☆★☆★
《42》
침묵

현미정

긴 터널
그 무엇을
기다림으로

동행하는 걸까.
☆★☆★☆★☆★☆★☆★☆★☆★☆★☆★☆★☆★
《43》
테동

현미정

이른 봄
잔설 벗고
버들아씨 봄 눈 뜬다
살프레 뜸실,
소리 태동빛

볼록,
봄을 밴
아얀 밥 알갱이.
☆★☆★☆★☆★☆★☆★☆★☆★☆★☆★☆★☆★
《44》
행복저축

현미정

행복 맛 좀더 길게 누리시려면
마음의 쪽문 활짝 열어봐요
저 혼자 누리면 신들도 질투해요
닫아두면 곰팡이 꽃
얼룩덜룩 몸 속 문신 꽃
청결한 바람
햇살이 비춰
피 순환 되면
만다라 천상 꽃
☆★☆★☆★☆★☆★☆★☆★☆★☆★☆★☆★☆★
《45》
민들레

현미정

풍매화 홀씨 되어 날아가면
민들레 예쁜 미소
나도 홀씨되어 날아간다
고향은 있어도
바람따라 안착하는 곳이 내고향

나 홀로 뿌리 내려
비 바람 눈물 속
때론
이슬로 목을 축이고
님을따라 온 그날 잊을수없는 회한

오늘도
알수없는 유전의 법칙으로 홀씨를 기르고
흔들리며 밟히며 쓸어져
희망의 꽃을 피운다
☆★☆★☆★☆★☆★☆★☆★☆★☆★☆★☆★☆★
《46》
봄이 오는 소리

현미정

술렁술렁
하늘도 술렁
땅도 술렁
옆집
분이도 마음 술렁
돌이도 술렁
술렁 술렁
온 천지가 술렁

하늘에
보름달
목련 나무가 집어먹고
볼록 볼록
하얀 배를 내미네

갑옷 투구 껍질을 벗고
흰 드레스 하얀 신부가
집단 결혼
온 동네 마을 경사 났네 경사 났어
☆★☆★☆★☆★☆★☆★☆★☆★☆★☆★☆★☆★
《47》
사랑은 생명의 땅

현미정

그대
내 가슴에
언제나 사계절 피는 꽃

보고파 그리워
꿈속에서 만날까

지옥인들
그대와 함께 라면
그 곳은 평화의 땅

그대가 없는
천국은
지옥이라오

아 사랑은 아름다운
향기가 피어나는 거룩한 땅 이라오
☆★☆★☆★☆★☆★☆★☆★☆★☆★☆★☆★☆★
《48》
이제 배웠노라

현미정

인생이란
삶이란
햇살 비바람 섞여 채색된
아름다운 시더라

이제 알았노라
배웠노라

기쁨과 슬픔도
지나고 나니
모두가 그리움이더라

눈물은
진한 향기에서 나오는
시라는 걸 알겠더라

온 몸의 세포마다 떨리는 전율에
고은 향

액체로 증발해
내 보내는
몸의 시 어
눈물은 고은 꽃이더라
☆★☆★☆★☆★☆★☆★☆★☆★☆★☆★☆★☆★
《49》
홍 매화

현미정

하얗게 눈 쌓인 설산
입춘의 문은 아직 열지 아니 했는데

홍매화 누구를 그리 기다리기에
온 얼굴에 연지로 물들여 놓고
수줍은 미소로 살포시
마중하시는가

님은 소식조차 없건만
오시는 발소리
천 만리 귀 밝아 그 소리 듣는가
☆★☆★☆★☆★☆★☆★☆★☆★☆★☆★☆★☆★
《50》
증류수의 행복

현미정

그대여 이걸 이시나요
물론 아시겠지요

평화의 즐거움은 언제나
공들이고 힘들여 얻어지는
결과의 산물이라는 것을

노력하지 않고 얻어지는 것은
날개의 균형을 잃어
깊은 나락으로 추락 한 다는 것을

자기의 그릇을 아는 이는
덜어 낼 줄을 알아
넘치는 것들을 비워내는 지혜의
현명함으로 산다는 것을

고뇌에 찬 기도는 내 속에
많은 나를 이기는 승자의 노력에
뒤 안 길에서
맺혀지는 증류수의 한 방울씩 얻어지는
느림 속에 서 오는 평화의 행복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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