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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노마 할머니
21 도토리 2021.04.11 10:50:03
조회 72 댓글 0 신고

 

  석노마(石老馬) 할머니 / 정연복

 

외할머니께서 83세의 일기로

내 곁을 떠나신 지

어느새 만 11년이 되었다.

시집온 지 겨우 몇 년만에

청상과부가 되셔서

달랑 외동딸 하나 키우시며

긴 세월 많이 외로우셨을 할머니

 

평생을 하루도 빠짐없이

우리 위해 밥 짓고 빨래하시느라

늘 고단하셨던 할머니

그냥은 써서 못 마시겠다며

설탕 한 숟가락 넣은

막걸리 한 사발을 놓고서도

몇 번이고 쉬엄쉬엄 나눠 드시던

나의 외할머니

 

1991년 1월 17일 저녁

할머니가 현관 밖 차디찬 계단에

쓰러져 계신 것을

나의 아내가 발견하였을 때도,

할머니는 마당에 널어두셨던

하얀 광목 한 보따리를

가녀리게 야윈 품에

보석처럼 끌어안고 계셨지

 

세상을 하직하시던 그날도

우리 위해 저녁밥을 지으셨지

단 한마디의 유언도 남기시지 못한 채

싸늘한 육신으로 돌아가신 할머니

할머니가 우리 곁을 영영 떠나셨다는 게

나 도무지 느껴지지 않아

할머니가 늘 주무시던 그 자리에

나 밤마다 이부자리를 펴 드렸었네

 

돌(石)처럼 한평생 변함없이

우리를 기르시고 보살펴 주셨던 할머니

고단한 살림살이를 지탱하시느라

늙은 말(老馬)처럼 야위셨던

당신의 그 모습이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더욱 성스럽게만 느껴지는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할머니라는 이름으로

내 곁에 말없이 머물다 가신

나의 하느님

나의 하느님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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