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시 모음 35편/그도세상
그도세상김용호 2020.01.04 05: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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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시 모음 35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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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월의 기도

작자 미상

시작은 모름지기 완성에 이르는
첫 번째 작업임을 알게 하시고
그 결연했던 첫 마음이 변함 없게 해주시고
모든 좋은 결과는 좋은 계획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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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월의 기상

작자미상

시작은 모름지기 완성에 이르는
첫번째 작업임을 알게 하시고
그결연했던 첫마음이 변함없게 해주시고
모든 좋은 결과는 좋은 계획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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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월의 그리움

고은영

방패연을 날리던 종순 이 뒷꼬랑지에
작은 행복이 히죽 웃으면
복사뼈 드러난 가는 발목이 유난히 추워 보이던 방죽
1월에는 나무 팽이가 골목마다 팽팽 돌았지

바람 한 줄기 돌아내리는 자락
배고픔에 매몰되던 시간이
저 단층의 허름한 목조 집 대문에 이르기까지
하루종일 허리가 휘도록 걷다 보면 어슴푸레 날은 어둡고
따뜻한 우동 국물 한 사발이 언제나 그리웠지

살에는 바람의 등걸에 올라탄 방패연이
쩔쩔매며 기우는 황혼을 손사래 치고
깊어지는 추위를 타고 겨울의 저잣거리에서
가난한 것들은 가끔 서글픈 꿈을 품었지
그 소박한 꿈을 꾸는 동안은
춥게 구부린 목덜미가 따듯해 왔었어

그래 그래 거기에 우리의 늪지가 있었지
습하고 축축한 물관을 따라 졸졸 흐르던
가난한 사랑의 징표 같은 것
사방에 푸른 이끼로 덮인 세월마다
그리운 이들이 찍어 놓은 한 초 롬 슬픈 발자국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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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월 1일

공인배

엄머, 클랐네
내나이 한살 더먹었네
새해가 시작되고 20대가
지나가네..

엄머, 클랐네
친척들은 결혼하라 날리네
새해가 시작되고 잔소리는
흘려보내네

엄머, 클랐네.
내아이 분유 값 기저귀 값
새해가 시작되고 시작된
가족의 부양

엄머, 클랐네
조카들이 나에게 절을 하네
새해가 시작되고 조카들의
귀여운 압박

엄머, 클랐네
내 아들 군대간다고 날리 치네
새해가 시작되고 복학시기
마추려는 아들의 군 입대

엄머, 클랐네.
내 손주들이 날 보며 웃네
새해가 시작되고 손주들
보는 재미가 생긴 나

엄머, 클랐네
저 멀리 어머니가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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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1월의 밤

김기덕

한 해의 처마 밑에
나는 나의 가슴속을
몽땅 밖에 걸어 놓고 조언을
기대하고 싶었습니다
오가는 길손들의 시선을 모아
별빛 밝은 긴긴 이랑을 짓고

천하의 꽃나무들이
열심히 꿈 밭을 가꾸는
1월의 밤을 새기며
두 눈이 멀도록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제일 힘든 강추위가 좋았습니다
그 속에서 진위를 가려내고 싶었고
영하의 강한 의지를 연마하는
1월의 사나이가 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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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월에 바라는 소망의 기도

김영국

1월에는
모든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것에 기쁨과 만족을 느끼고
굿은 일엔 당당하게 맞서는
지혜와 재치가 넘쳐나길 소망합니다

1월에는
모든 사람이 꿈을 안고
푸른 하늘에
힘찬 날갯짓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암울했던 모든 시름
불어오는 질풍(疾風)에 날려버리고
갈망하고 소망했던 모든 꿈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합니다

1월에는
평화의 종소리가
온 누리에 울려 퍼지고
아름다운 축복이 가득한 세상에서
환하게 미소 지으며
시기와 다툼이 없는
고운 마음만을
가슴에 새겨지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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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1월의 그리움

김영달

바람 소리만 들려도
쭈뼛거리는 가슴의 옹아리가 있다
소리없이 휘갈기는 하이얀 눈의 세상위로
허하게 쓰러지는 마음 하나 있다

길모퉁이 낮게 걸린 햇살 안은채
피워무는 담배 연기에
당신이 다가서고 멀어지는
1월의 어느 오후가 그리움으로 번진다

대지를 가로질러 엎어진
비취색 눈꽃을 가슴에 담고
한잔의 커피 머금으니
소리없이 흐르는 눈물 있으니
그 그리움의 통곡인가 싶다

뼈속을 흐르는 1월의 칼바람에
얼어붙은 땅끝의 서러움에
그리움의 싹마저 돋아나니
바다른 건너뛰고 하늘을 찢어버려
당신을 잊어보지만
겨울 나그네 처럼 아른거리는
1월의 그리움은 끝없는 눈발되어 대지를 나뒹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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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1월 그 길 위에서

김재미

시린 1월의 길 위에서 바람을 맞는다는 건 무모함에도
움츠러드는 몸 부러 날개를 펴고 싶은 건
상처한 몸도 아니요, 외로울 일 없었던 일상
고독을 읽어내려 애쓰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되는 그 어떤 것 때문이다.
멀리 대부도의 수평선이 아득한 그리움에 출렁거리고
잠시 멈춘 발걸음, 발에 걸린 돌멩이 하나 툭 툭 차 버리자니
채인 설움 어디에도 안착하지 못 할까 그대로 두었다.
정신없이 불어대는 바람에 몸을 맡기자니
길섶부터 둥지를 틀어버린 억새풀의 사락거리는 소리
마치 마음의 부대낌의 발로 같아 귀를 틀어 막아도
선명히 박히는 그 몸부림에 맺힌 비명이
어느 날인가 혼자임에 치를 떨며
술김에 통곡해대던 어린 여자 아이였던 듯
사랑도 그리움도 외로움도 몰랐던 스무 살의 그 때,
꽃망울의 둥근 몸체로 있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근질근질 아릿아릿, 꽉 막힌 듯 체기가 떠나지 않았던 건
터트려야 활짝 피어나는 나이임을 뒤늦게 알아버린 탓.
산등성이로부터인가, 저 멀리 보이는 바다로부터인가
웅, 웅, 웅, 누군가 차가운 공기를 휘저으며 울고 있다.
아름답게 덧그린 그림이 삭막하기만 한 1월의 샛길에서
분명 홀로 서 있는 건 나인데, 누군가 서늘하게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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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1월이라는 섬

김종제

그 섬은 늘 우기雨期이거나
만년설이었으므로
그 섬에 들어간 사람은
행방불명으로 돌아오지 못했다고 한다
섬의 살갗은
무슨 고대의 짐승처럼
늘 축축하게 젖은 비늘로 덮여있다고
소문만 무성했는데
처음부터 그 섬으로 가는 길이
애초에 없었는지도 모르지만
매 번 붉은 해가 떠오르는 곳이
틀림없이 그 섬일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로
바닷가는 자주 얼어붙었다
섬이란 어쩌면
짙은 안개 같은 것이라고
한 치 앞도 보여주지 않았는데
얼음의 바다를 건너간 사람들이
뭍으로 돌아온 것을 본 적이 었었으므로
섬이 되어 가라앉았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섬은 늘
무엇이든 다 집어삼킬 듯
원초적인 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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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월

목필균

새해가 밝았다
1월이 열렸다

아직 창밖에는 겨울인데
가슴에 봄빛이 들어선다

나이 먹는다는 것이
연륜이 그어진다는 것이
주름살 늘어난다는 것이
세월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것이
모두 바람이다

그래도
1월은 희망이라는 것
허물 벗고 새로 태어나겠다는
다짐이 살아 있는 달

그렇게 살 수 있는 1월은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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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월에는

목필균

첫차를 기다리는 마음처럼 설레고,
어둠 털어 내려는 조급한 소망으로
벅찬 가슴일 거예요

일기장 펼쳐들고
새롭게 시작할 내 안의 약속,
맞이할 날짜마다 동그라미 치며
할 일 놓치지 않고 살아갈 것을
다짐하기도 하고요

각오만 해 놓고 시간만 흘려 보낸다고
걱정하지 말아요
올해도 작심 삼일, 벌써 끝이 보인다고
실망하지 말아요

1월에는
열 한 달이나 남은 긴 여유가 있다는 것
누구나 약속과 다짐을 하고도
다 지키지 못하고 산다는 것
알고 나면
초조하고 실망스러웠던 시간들이
다 보통의 삶이란 것 찾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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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월의 연가

문현우

가슴 벽에 간직한
그리움의 노우트에
님 향한 애틋함
조금씩 새겨가면
물빛 그리움은
조금씩 스러져 갔어요

무딘 펜이 달리는
행간 사이로
당신 향한 애절함이
흐릿하게 담기면

멀리서 다가오는
긴 흐름의 강물
엷은 파문 남기며
한 편의 시를
남기게 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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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월의 시

박광호

새해 새 아침에는
가슴에 해를 품었다

암청색 옷을 벗으며
새뜻한 소망이 솟구쳤다

하늘에로 기도를 보내고
흙을 파고 씨를 심었다

자신의 정체를 아는
깨달음의 산하여

억만년 힘차게 출렁이는
동해 서해 남해여

격동의 아픔 속에
연면히 이어온 역사

꿋꿋이 견딘 인고와
슬기와 강인함 속에

오늘을 엮어 가는 생명력
우리를 살리는 맥박이여

서로 마음을 열고
봄을 향하여 나아가라

힘차게 지축을 울리면서
뜨거운 쇳물을 쏟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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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월의 기도

박성일

주여!
새로운 한 해를 주심을 감사합니다
오고 오는 날들이
아이들의 이가 자라나는 것처럼
슬픔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게 하시고
희망차고 보람된 나날들이 되게 하소서

주여!
새해에는 더욱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
손을 내밀어 모르는 이웃들의 손을 잡게 하시고
주위의 사람들을 따뜻한 눈으로 둘러보게 하시어
세상을 주의 사랑으로 품게 하여 주소서

주여!
새해에는 다른 사람들을 탓하기보다는
나 자신을 더욱 돌아보게 하시고
다른 사람들의 부족함을 비판하기보다는
나의 부족함을 가지고 아파하면서
나 자신을 성숙시키는 시간들이 되게 하소서

주여!
주님이 주신 새로운
꿈과 희망과 사랑의 마음으로
힘차게 새해의 첫 발을 내딛게 하시고
한 해 동안 이 마음 변치 않도록 지켜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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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월의 연가

배월선

흐릿한 하늘의
눈송이가 되어도 좋고
하얀 그리움 속
물안개 되어
잊지 못할 가슴에
쌓여도 좋겠고
털어 낸 겨울 나목의
빈가지 끝에
매달렸던 추억을
들추어내어
작은 꽃씨 하나로
남겨두어도
입김 불며 데워질
겨울이라면
늦게 오는 봄이라도
탓하지 않고
1월의 기다림이
그대만큼 따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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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월 어느 달밤에

신남춘

조각달 하나 하늘에 떠 있는
1월, 어느 달밤에 나는
위로 손을 쭉 펴 벌 받고 있는
앙상한 나무들을 보았습니다.

그 얼마나 잘못을 저질렀는지
말 한마디 못하고 이를 깨물고
추위에 떨고 있는 것을 나는
아무런 생각 없이 바라봅니다.

달빛 흐려지면서 차가운 밤
바람은 코끝을 때리고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부비면서
오지 않을 사람을 생각합니다.

졸지 말라고 말 좀 해보라고
흰 눈발이 나뭇가지를 흔드는
1월, 어느 달밤에 나는
곁에 와 누운 달빛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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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월

신달자

때는 새벽
1월의 시간이여 걸어 오라
문 밖에 놓인 냉수 한 그릇에
발 담그고 들어오면
포옥 삶아 깨끗한
새 수건으로
네 발 씻어 주련다
자세는 무릎을 꿇고
이마엔
송글송글 땀방울도
환히 미소 지어리니
나의 두 손은 잠시
가슴에 묻은 채 쉬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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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월에 쓰는 엽서

신현복

우리, 1월이 있음을 감사하자

어제까지의 시간을 용서 받고
삶에 새벽 같은 1월이 있음을 감사하자

마음속에 작은 항아리를 들여놓고 사랑을 숙성시키자, 1월에는

묵은 신문의 슬픈 기사에도 눈길이 필요한
늘 배고픈 우리들 사랑이지 않나

그 먼 별도
그 작은 초승달도
가슴 따뜻하게 해주는 약 숟가락 크기의 빛으로 사랑 받지 않나
마른 들풀에게는 봄을 기다릴 수 있는 힘이 되어 주고
가난한 마음에는 행복의 싹을 잃지 않게 하는
작지만 큰사랑의 빛

우리 1년 동안 베풀 그 빛을 숙성시키자, 1월에는

슬픔은 기쁨으로
미움은 용서로
불행은 행복과 찬란한 희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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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월의 해와 하늘

안재동

수십 억 년쯤,
어쩌면 그보다 더 긴 세월
날마다 변함 없이 뜨고 지는 해.
해는 똑같은 해인데
12월에 떠오르는 해는
낡아 보이고
1월에 떠오르는 해는
새로워 보인다.

사랑과 미움
적과 동지
아름다움과 추함
빠름과 느림
배부름과 배고픔
편안함과 불편함
강인함과 나약함

본질은 같으나
느낌에 따라 달라 보이는 그 무엇들,
세상에 너무 많은

1월 어느 날의 청명한 하늘,
12월 어느 날에 청명했던 바로
그 하늘이 아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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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월

오세영

1월이 색깔이라면
아마도 흰색일 게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신의 캔버스
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
꿈꾸는 짐승 같은
내 영혼의 이마도 희고

1월이 음악이라면
속삭이는 저음일 게다
아직 트이지 않은
신의 발성법
가지 끝에서 풀잎 끝에서
바람은 설레고

1월이 말씀이라면
어머니의 부드러운 육성일 게다
유년의 꿈길에서
문득 들려 오는 그녀의 질책

“아가 일어나거라
벌서 해가 떴단다.”
아! 1월은
침묵으로 맞이하는
눈부신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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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1월

용혜원

1월은
가장 깨끗하게 찾아온다

새로운 시작으로
꿈이 생기고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다

올해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어떤 사람들을 만날까
기대감이 많아진다

올해는
흐르는 강물처럼 살고 싶다
올해는
태양처럼 열정적으로 살고 싶다

올해는
먹구름이 몰려와
비도 종종 내리지만
햇살이 가득한 날들이 많을 것이다

올래는
일한 기쁨이 수북하게 쌓이고
사랑이란 별 하나
가슴에 떨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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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1월의 기도

윤보영

사랑하게 하소서.
담장과 도로 사이에 핀 들꽃이
비를 기다리는 간절함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새벽잠을 깬 꽃송이가
막 꽃잎을 터뜨리는 향기로
사랑하게 하소서.

갓 세상에 나온 나비가
꽃밭을 발견한 설렘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바람이 메밀꽃 위로
노래 부르며 지나가는 여유로
서두르지 않는 사랑을 하게 하소서.

내가 더 많이 사랑하는
그게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늘 처음처럼, 내 사랑이
마르지 않는 샘물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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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12월31일과 1월1일

이사빈

12월31일과 1월1일은
수많은 날들의 낮과 밤이 교차하는 하루 일뿐
그 하루를 연결해주는 고리는 시간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지는 해를 되돌아 반성하고
떠오르는 해를 맞아 미래를 설계한다.
모든 것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잘 알지만
무언가 좋지 않았던 기억들은
지난해라는 세월 속에 묻히기를 바라고
새로운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꿈을 꾸며
전혀 다른 인생의 길이 펼쳐지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한다.
허나
실상은 또 다른 미지의 꿈이 아니라
어제 꾸었던 꿈의 연속이기에
머지않아 제자리로 회귀해 다람쥐 쳇바퀴 돌 듯
1월1일에 굳게 다짐했던 마음은 망각해버리고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던 것처럼
12월31일이 다되도록 막연하게 살아갈 것이다
그러다가 불현듯 12월31일과 1월1일이 다시오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미련과 아쉬움에 후회의 몸짓으로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며 다시금 부산을 떨어
잠시라도 아름답고 환상적인 꿈속에 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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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1월

이외수

아무도 가지 않은 길 위에
내가 서있다
이제는 뒤돌아보지 않겠다
한밤중에 바람은 날개를 푸득거리며
몸부림치고
절망의 수풀들
무성하게 자라 오르는 망명지
아무리 아픈 진실도
아직은 꽃이 되지않는다.

내가 기다리는 해빙기는 어디쯤에 있을까
얼음 밑으로 소리죽여 흐르는
불면의 가움
기다리는 마음 간절할수록
시간은 날카로운 파편으로
추억을 살해한다.
모래바람 서걱거리는 황무지
얼마나 더 걸어야 내가심은 감성의 낱말들
해맑은 풀꽃으로 피어날까

오랜 폭설 끝에
하늘은 이마를 드러내고
나무들
결빙된 햇빛의 미립자를 털어 내며 일어선다.
백색의 풍경 속으로 날아가는 새 한 마리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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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1월 판화

이인평

말죽거리, 생선 좌판의 정씨
겨울 오후
칼 번득이는 인심
단번에 토막토막 잘리는 햇살 담아 주는 정씨

생태 국물맛 나는 세상이라도 왔으면
비늘 가지런한 시절이라도 한번 와 봤으면
말발굽 소리에 기쁜 소식 하나 누가 전해 주었으면 하는
바램 아직 차다

말죽거리, 양재 사거리에서 한빛은행 쪽으로
쏟아지는 겨울 빛이
생선비늘을 번뜩일 때, 가슴 환해진 정씨
세월 토막토막 자른다
생선구이처럼 탄 얼굴로 건네주는
거스름 잔돈 같은 날들이 빛에 젖는다

빚진 세상 끄트머리 툭탁 잘린
지느러미 쌓인 통 속으로
에누리 떨어져 나간 세상 주둥이들도 보여
정씨, 발로 툭 한번 차고는
매운탕 얼큰한 웃음 한 봉지씩 담아내는
말죽거리, 생선 좌판
해가 좀 짧다
☆★☆★☆★☆★☆★☆★☆★☆★☆★☆★☆★☆★
《26》
1월의 시

이해인

첫 눈 위에
첫 그리움으로
내가 써보는 네 이름

맑고 순한 눈빛의 새한 마리
나뭇가지에서 기침하며
나를 내려다본다

자꾸 쌓이는 눈 속에
네 이름은 고이 묻히고
사랑한다 사랑한다

무수히 피어나는 눈꽃 속에
나 혼자 감당 못할
한방울의 피와 같은 아픔도
눈밭에 다 쏟아 놓고 가라

부디 고운 저분홍 가슴의
새는 자꾸 나를 재촉하고……
☆★☆★☆★☆★☆★☆★☆★☆★☆★☆★☆★☆★
《27》
1월에 쓰는 편지

임송자

어제가 아껴 쓰고 남겨 둔 시간을
오늘이라 하겠습니다
아련해지려는 시간을 붙잡아
첫새벽 물열매로 열게하는 영롱한 그 마음을
처음이라 하겠습니다

새해 첫날이 오면
첫마음을 잡기 보다는 거꾸로
그리운 옛 것들로 마음이 꽉 찹니다
멀어질수록 선명한 그리움말입니다
진눈깨비 내리던 들판의 마른 수수깡 울음이며
얼음장밑에서 푸른 숨 죽이던 미나리꽝이며
초가집 처마에 꿈처럼 열리던 고드름
그리고 우리들 어린 꿈이 한 뼘씩 자랄때마다
낮아지던 골목의 흙담들
상처없는 그 날들이 못견디게 그립습니다

첫날이 되면
고치고 싶은 것들도 참 많습니다
어머니를 옆에 두고도 '니 엄마 못 봤냐'고 묻는
아버지를 고치고 싶고
자주 어긋나는 어머니 삭은 뼈들을 고치고 싶고
내 곁에 사는 바람과 구름, 그리고 햇살을
옛것으로 고치고 싶습니다
상하지 않은 머언 먼 어제로 가서
다시 출렁이며 흘러 오고 싶습니다

☆★☆★☆★☆★☆★☆★☆★☆★☆★☆★☆★☆★
《28》
1월에 드리는 기도

장성우

새벽이 열리면
하아얀 눈을 밟고 걸어가는 인생 고갯길
새로운 하늘에서 맑은 종소리를 듣게 하소서

멀고 먼 나그넷길 예비하신 은총
찬미와 함께 새 생명 활짝 열리고
새로 시작하는 1월에 헌신의 상급이 눈처럼 쌓이는데,

삶이 다이아몬드처럼
새벽을 깨우는 첫 기도의 시작
시대를 지키는 파수꾼 맡겨진 달란트 충성 되게
눈 덮인 교회당 벌판 아름다운 인생길에서
이웃을 낮은 자리에서 섬기고, 하늘처럼 받들게 하소서

환한 새벽으로 시작하는 길
하늘에서 내리는 천사의 마음
올해에는 동서남북 풍성한 영혼의 숲
피 흘린 제단 핏자국 넘쳐나 통일의 기쁨 되게 하소서.
☆★☆★☆★☆★☆★☆★☆★☆★☆★☆★☆★☆★
《29》
1월

장태숙

새벽을 더듬으며 비가 온다

축축한 한기 겨울 그림자 따라 스미고
성탄절의 설렘과 제야의 가파름이
썰물처럼 사라진 개펄 같은 시간

침울한 손가락들 세상의 구멍마다 동그라미를 그린다

딱딱한 가슴팍 깊숙이 후벼 파면
하옇게 부푼 새순 같은
별 하나
소망처럼 건질 수 있을까?

묘비처럼 서있는 1월의 썰렁한 어깨에 흘러내리는
긴 어둠의 눈망울에서 죽은 영혼의 냄새가 난다

눈은 먼 곳에서만 내리고
눈은 높은 곳에서만 내리고
☆★☆★☆★☆★☆★☆★☆★☆★☆★☆★☆★☆★
《30》
1월의 시

정성수

친구여
최초의 새해가 왔다.

이제 날 저무는 주점에 앉아
쓸쓸한 추억을 슬퍼하지 말자.

잊을 수 없으므로 잊기로 하자.
이미 죽었다.
저 설레이던 우리들의 젊은 날
한마디 유언도 없이
시간 너머로 사라졌다.

스스로 거역할 수 없었던
돌풍과 해일의 시절
소리 없는 통곡과
죽음 앞에서도 식을 줄 모르던 사랑과
눈보라 속에서 더욱 뜨거웠던 영혼들
지혜가 오히려 부끄러웠던 시대는 갔다.

친구여, 새벽이다
우리가 갈 길은 멀지 않다.

그믐날이 오면 별이 뜨리니
술잔이 쓰러진 주점을 빠져나와
추억의 무덤 위에 흰 국화꽃을 던지고
너와 나의 푸른 눈빛으로
이제 막 우주의 문을 열기 시작한
저 하늘을 보자

지치지 않는 그 손과 함께
우리가 걸어가야 할 또 다른 길 위에
오늘도 어제처럼
투명한 햇빛은 눈부시리니.
☆★☆★☆★☆★☆★☆★☆★☆★☆★☆★☆★☆★
《31》
1월의 기도

정윤희

1월에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분들이
원대한 꿈 희망찬 미래들
기쁨과 만족을 나눌 수 있는
그런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1월에는
푸른 창공을 힘차게 날아오르는 저 철새들처럼
암울한 걱정 근심 모두 다 저 바람 속으로 날려 버리고
소망하는 꿈들이 멋지게 이루어지기를 기도합니다.
☆★☆★☆★☆★☆★☆★☆★☆★☆★☆★☆★☆★
《32》
1월

주용일

서릿발 차면 하얗게 부서지는
수정 얼음들의 찬란한 스러짐 위로
낯익은 눈빛의 그대가 왔다
거리 두리번거리며 골목 기웃대며
눈가루에 희망의 이스트 섞어
새로운 양식을 마련하는 우리들,
불면의 머리 위로 첫눈처럼 다가왔다
까치 울음마다 한 땀 한 땀
세상 낡고 헐은 곳 기우며
뿌연 안개 헤치고 그대는 재림했다
안 보이는 찰나를 경계로
태양은 이미 어제의 태양이 아니고
사람은 벌써 지난 사람이 아니다
신의 형상을 본떠 사람이 지은
열두 궁궐 삼백육십다섯 칸
그 빈 칸 안에 우리들은
저마다의 소망과 기도를 쓴다
순백의 눈 맞이 걸음 꾹꾹 눌러 찍는다
☆★☆★☆★☆★☆★☆★☆★☆★☆★☆★☆★☆★
《33》
1월

최명진

모처럼 함박눈이 내렸다
아래층 노점천막이 무너지지 않을 만큼
길을 지나간 구두 굽들의 높이만큼

쓸린 눈 무더기가
외눈가로등 밑에 수북이 쌓였다

창밖은 내내 시시하고
늦게 잦아든 겨울 속으로
꽃처럼 성에가 핀다

더딘 구름 속
찬 햇살이 얼핏 고개를 민다
새벽일을 마치고 온 엄마는 늦은 잠을 잔다
산토끼처럼
발자국처럼
듬성듬성

길은 조용하다
이 도시에서 자란 옆집아이처럼

긴 겨울이 시작됐다
1월의 달력은 두껍고

아직 눈을 털지 못한 녹슨 그네가
빈 놀이터에 나란히 매달려있다
☆★☆★☆★☆★☆★☆★☆★☆★☆★☆★☆★☆★
《34》
1월

최명진

모처럼 함박눈이 내렸다
아래층 노점천막이 무너지지 않을 만큼
길을 지나간 구두 굽들의 높이만큼

쓸린 눈 무더기가
외눈가로등 밑에 수북이 쌓였다

창밖은 내내 시시하고
늦게 잦아든 겨울 속으로
꽃처럼 성에가 핀다

더딘 구름 속
찬 햇살이 얼핏 고개를 민다
새벽일을 마치고 온 엄마는 늦은 잠을 잔다
산토끼처럼
발자국처럼
듬성듬성

길은 조용하다
이 도시에서 자란 옆집아이처럼

긴 겨울이 시작됐다
1월의 달력은 두껍고

아직 눈을 털지 못한 녹슨 그네가
빈 놀이터에 나란히 매달려있다
☆★☆★☆★☆★☆★☆★☆★☆★☆★☆★☆★☆★
《35》
1월의 편지

홍수희

첫 마음으로
다시 시작합니다

내리자 마자 녹아버리는
진눈깨비처럼
첫날에 했던 다짐들
그 후회의 흔적마저
지금은 돌아보기 슬픈
기억이지만

사랑은 거듭하여
일어서는 것
내가나를 용서하여
기쁘게 희망하는 것

해마다 맞이하는
1월이 새로운 것은
겸허한 마음으로
다시 시작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너와 나를 위하여
다시 시작하는
용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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