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ya/ 배 부른 산.
거칠산국 2017.11.16 08: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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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시청뒤 봉화산 등산길을 오르고 있다. 오랜만에 원주에 살고 있는 딸네가 집을 사서 새로 이사를 했다하여 아내와 손자놈을 데리고 방문을 하였다. 온 김에 치악산을 올라볼까 하다가 사위가 날씨도 덥고 하니 가까운 봉화산에 갔다오시죠 해서 아침 출근길에 나를 원주시청뒤 등산로입구에 내려주어서 천천히 올라가고 있다. 배낭에 아내가 물과 과일을 좀 준비해 넣고 도중에 김밥을 한줄 사서 넣고 해서 먹을것은 든든하다.


혼자서 주위 여기저기를 뚤래뚤래 살펴보면서 간다. 홀로등산의 장점은 시간이나 사람에 구애받지 않고 가고싶은 곳에 자유로 갈 수 있다는 데 있다. 산길에 등산객들이 뛰엄뛰엄 보인다. 오르다 보니 오랜만에 몇년전 현충원 뒷뜰에서 보았던 노랑망태버섯이 눈에 띈다. 이 버섯은 좀처럼 보기 힘든 버섯이며 또 가다 보니 다른 하얀버섯들도 보인다. 비가 왔었기 때문인가 버섯이 여기 저기 보인다. 식물들을 보니 서울의 식물들과 거의 대동소이하다. 다만 군데군데 노랑 나리꽃이 자주 눈에 띈다. 노랑과 주황의 가운뎃색갈인데 조용하고 외롭게 피어있는것이 많다. 한 40분정도에 봉화산정상에 올랐다. 정상이라기 보다는 동네 조금 놓은 언덕이라고 볼 수 있다. 높이가 334m인데 워낙 더운 날씨라 여기도 쉽지가 않다. 이정표에 보니 옆에 '배 부른 산'이라고 붙어있다. 이름이 희한하다싶어 옆사람에게 이 산을 왜 배 부른 산이라고 합니까 하니 글쎄요 하면서 설명을 못한다. 여기서 멉니까 하니 도중에 가마바위가 있는데 거기까지만 갔다 오는게 좋습니다. 배 부른 산은 멀고 험해서 힘듭니다 한다.


에라 먹을것도 있겠다. 시간도 넉넉하겠다. 되는대로 천천히 세월 가는대로 가 보자. 땀이 비 오듯 흘러도 계속 닦으면서 간다. 한참을 가다보니 가마바위가 나온다. 가마같이 생겨서 가마바위 또는 감바우라고도 한다고 씌여있다. 도중에 싸 간 오이나 토마토도 먹어가면서 언덕을 넘고 개울을 건너기도 하면서 가는데 어떤 등산객이 오길래 배 부른 산 다 되었습니까 하니 웃으면서 한참 더 돌아가야 합니다 하면서 다른 데서 오셨어요 한다. 예 그렇습니다 하고 가는데 마지막 험한 고바우가 보통이 아니다. 아하 아까 그 양반이 힘들다고 한 것이 아마도 여기를 말하는구나 싶었다. 꾸역꾸역 기어 올라가니 배 부른 산이라는 팻말이 보인다. 높이는 419m이다. 봉화산보다는 조금 높다. 그러나 험하기는 확실히 더 험하다. 여기도 이 이름의 내역에 대한 설명은 없다. 정상의 도장을 찍고 조금 아래로 내려와 김밥을 바위에 기대어 먹는다. 이천원짜리 김밥이 맛있다. 그래도 두 개의 산을 타고 내려오니 기분이 뿌듯하다.


그런데 이 산을 걷다보면 곳곳마다 시가 있다. 그것도 모두 시인 박건호(1949-2007)의 시다. 이 양반은 원주 출신의 시인으로서 시집 12권 에세이집 4권 가사집등 모두 20권을 내었는데 특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중가요 즉 '모닥불' '잊혀진 계절' '풀잎 이슬' '단발머리' '아 대한민국' '잃어버린 30년' '당신은 울고 있네요' '모나리자' '이 거리를 생각하세요' 등 대중가요 가사 3,000여곡을 작사하고 그중 800여곡을 히트시킨 7080노래의 전설적 작사가라고 한다. 지나가면서 시를 감상하면서 가는것도 즐거움의 하나였다. 나이가 나보다도 적은데 병으로 일찍 작고하였다고 하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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