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라는 이름의 보석들이
나뭇가지마다 매달려 있습니다.
제아무리 귀한 보석이라도
때가 되면 버려야 한다는 것을
가을나무는 소리 내어 말하지 않고
묵묵히 보여줍니다.

바람이 불어오면
알뜰한 열매도 툭 털어내고
바람이 또 불어오면
고운 단풍잎도 미련 없이 날리면서
나무는 점점 더 가벼워집니다.

늘 한 자리를 지키고 선 채로
잘난 척 얼굴을 내세우거나
요란하게 소리치는 법도 모르지만
온 세상을 다 헤매고 돌아온 현자보다도
더 큰 지혜를 나무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머리 위에 새파란 하늘이 있고
발 아래 보드라운 흙이 있으며
손 흔들어 부르지 않아도
스며드는 바람으로 늘 부자인 나무

가을이 오면
나무들은 가을이라는 이름의 보석 하나만으로
세상에서 가장 큰 부자가 됩니다.
잘난 척도 할 줄 모르고,
자신이 부자인 것도 모르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부자가 되어
활짝 벌린 두 팔 가득
하늘과 바람을 안고 서 있습니다.

나무는 알고 있을까요.
사라지는 모든 것들이 아름답다는 것을….
나무는 이미 알고 있을 겁니다.
스쳐 지나는 빗방울처럼
다시 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이
세상에서 가장 눈부신 보석이라는 것을.

출처 : http://www.positive.co.kr/home/contents/board/list.asp?num=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