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렸을땐 말이지...
보름달 속엔 정말 토끼가 방아를 찌며 사는지 알았어...
그래서 보름달이 뜨면 마당에 나가 달빛에 얼굴이 발그레지도록 소원을
빌었던 적도 있었지...

나 어렸을땐 말이지...
산타할아버지는 정말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면 착한 아이들을
찾아 오시는지 알았어..
그래서 크리스마스가 오기 몇일전부터 착한일 한다고 엄마 심부름도 잘하고
친구들과 싸우지도 않고 방학숙제도 열심히 했었지...

나 어렸을땐 말이지...
추석이나 설이 다가올때 엄마가 시장에서 사다주신 원피스가 너무도 좋아서..
몇일전부더 옷 걸이에 걸어 놓고 먼지가 묻을까봐...털어 주고 만져 주고
그렇게 흐믓해서 밤에 잠도 못 이룬 적도 있었어...

나 어렸을땐 말이지...
외삼촌이 사다준 크레파스와 자석필통을 받고...
그것이 달아서 없어질까봐 열어서 써 보지도 않고 학교가면 친구들한테
보란듯이 책상에 꺼내놓고 옷 소매로 닦아주던 때도 있었지...

나 어렸을땐 말이지...
정말 세상엔 내가 사는 대한민국이란 땅뿐인줄 알았어...
그래서 어쩌다가 다른나라 말을 쓰는 외국인을 보면 너무 신기했어..
저 사람들은 어디서 왔을까 생각하곤 했어...

나 어렸을땐 말이지...
엄마가 집에서 양동이에 하나 가득 만들어 두신 과자가 정말 세상에서 제일 맛있었어...
어쩌다 친구들이 놀어 오기라도 하면 친구들한테 뺏길까봐 몰래 숨겨놓기도 했었지..

나 어렸을땐 말이지...
꿈을 가지고 있으면 그것이 내가 커서 어른이 되면 다 이루어 질줄 알았어...
그래서 꿈도 여러번 바뀌기고 했었지...

나 어렸을땐 말이지...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나누어져 있다는걸 몰랐어...
그냥 사는 모습만 다른줄 알았어...

나 어렸을땐 말이지...
학교갈때 엄마께서 주머니에 넣어준 백원짜리 동전하나가 너무 행복했었어...
그 돈이면 친구들과 군것질도 하면서 학교에서 돌아오는 발걸음이 정말 즐거웠어...

나 어렸을땐 말이지...
세상엔 정말 나쁜 사람은 없는지 알았어...
그래서 오고가는 사람들 보면 그냥 반갑기만 했었지...

나 어렸을땐 말이지...
고통이 뭔지 슬픔이 뭔지 잘 몰랐었어...
그래서 내가 유일하게 눈물을 흘렸던건 엄마께 매를 맞거나 학교가서 선생님께
맞거나...친구들과 토라질때가 전부였었어...

그런데 지금은 말이지...
이런 나의 어렸을때가 너무 그리워...
그때보다 아는것도 많고...눈도 밝아졌고...말도 잘하고...돈도 벌줄 알고...
사랑이 뭔지도 알고...고통이 뭔지도 알고...보름달 토끼나...산타할아버지의
대한 진실도 알게 된 지금....그렇게 행복하지가 않은거 같아...

그래서 말이지...
내 기억속에서 저 소중한 것들이 영원히 사라질까봐 겁이 나...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고 소중한 나의 어렸을때를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