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지 10여일.
2년반을 만났던 사람인데.
헤어진지 고작 10여일 지나니까, 80%는 잊은거 같아.

헤어진지 한참을 지난것처럼,
가슴 한쪽이 아프긴 하지만.
견디고 있어, 아주 잘.

그사람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나처럼 잘 지내는지..
이제서야 궁금해지네.
나밖에 돌아볼 여유가 없었으니까.
생각하면 너무 힘드니까,
생각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기억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힘들었던 시간들,
사귀면서도, 헤어지고 나서도.
너무 힘들었던 시간들.
지금도 아직은 많은 것들이 적응 안되는.
아직도 많은 곳에서 생각나는.
그런데 나 이렇게 잘 지내고 있잖아.

참, 우습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만났는데.
이렇게 쉽게 잊혀지다니.
그사람한테도 내가 이렇게 쉽게 잊혀지고 있을까?
내가 받은 상처만큼, 그사람도 상처 받았을까?
내가 힘들었던 만큼 , 그사람도 힘들었을까?
이제와서 생각해. 그사람은 어떨지.

항상, 내생각보다 그사람 생각 먼저 했었는데.
헤어지자는 말 하고서도 어떻게 지내나 걱정하고,
핸드폰 만지작대다 제대로 있는지 통화버튼 눌러보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거리면서 고민하고,
밥은 제대로 먹는지, 힘들지는 않은지.
이상한데로 가버린건 아닌지.
그런 쓸데없는 걱정 하느라고, 견딜 수가 없었거든.
근데 이제 여유가 생겼어.
이런 걱정 하면서도 나 지금 멀쩡하잖아.
너무 잘 견디고 있잖아.

잘한거야, 잘한거야, 잘한거야.
하루에도 몇번씩 칭찬해주고.
더이상 힘든일 안생길꺼고,
투정부리지 않아도 되고,
구속받지 않아도 되고,
맘졸이지 않아도 되고,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지금 나 너무 편하잖아.

그런데..
그럼 뭐하러 누군가를 사랑하니,
뭐하러 사랑하고, 뭐하러 아파하고..
처음부터 사랑같은거 안하면 되잖아.

내가 한게 사랑이었을까?
내가 정말.. 사랑한게 맞을까?
나.. 누굴 사랑할 자격은 있을까?
사랑받은 자격은 있는걸까..?

미안하다, 너무 미안하다. 너한테.
내가 너때문에 많이 힘들어 하기도 했지만.
항상 너한테 미안하다.
헤어질 생각만 하고,
제대로 사랑해주지 못하고,
맘편히 내남자라 생각하지도 않고,
이제나 저제나 어떡해야 하나 걱정하고,
제대로 포근히 감싸주질 못했어.
한번도, 제대로 마음놓고 사랑하지 못했어.
미안하다, 미안하다.
난 사랑할 자격이 없는 것 같다.
난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