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숭아꽃물
san 2005.07.26 10:20:08
조회 906 댓글 0 신고
아침 산책길에 발그레한 봉숭아꽃을 만났습니다.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서성이며
곱게 피어난 봉숭아꽃을 향해 혼자 웃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봉숭아꽃을 따서 손톱에 꽃물을 들이곤 했지요.

늘 화분에 봉숭아꽃을 심었는데
올해는 아들이랑 함께 군복무에 올인 하느라
봉숭아꽃 심는 걸 깜박 잊었습니다.
길가에 핀 주인 없는 봉숭아꽃이라도 살짝 빌려 갈까요?
그러나 꽃을 따지 않고, 그냥 두고 보기로 합니다.

요즘은 문방구에서도 봉숭아꽃물을 판다고 하지요.
아주 간단히, 번거롭지 않고 수월하게
고운 봉숭아꽃물을 들일 수 있다고 합니다.
조카 은엽이의 손톱에도 봉숭아꽃물이 들어 있었는데요.
빛깔도 진짜 꽃물 못지않게 진하고 고왔습니다.

어릴 적에 엄마랑 동생들이랑 함께
옹기종기 모여앉아 봉숭아꽃물 들이던 생각이 납니다.
봉숭아꽃이랑 초록 잎이랑 백반이랑 숯이랑 잘 찧어서
손톱 위에 얹고 호박잎으로 싸매고 하얀 실로 묶어 놓으면
그 아르르한 느낌이 벅찬 설렘으로 다가와
그날 밤 꿈길이 더욱 달콤했었지요.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 보면 호박잎은 다 풀어져 있고
손톱은 기쁨의 빛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습니다.

아침 산책길에 만난 봉숭아꽃 덕분에
봉숭아꽃물 들이라며 봉숭아꽃을 한 주먹 가득 따다 주던
어린 시절 친구의 모습도 떠오르고
소년이던 아들과 함께 한 여름여행 중에
추억의 봉숭아꽃물 들이라는 재미난 행사장에서
봉숭아꽃물을 들이며 함께 나부꼈던 웃음소리도 떠올라
혼자 슬그머니 웃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하나둘 기억나는 일들이 있고
봉숭아꽃물 하나에도 아기자기한 추억들이 곱게 영글어 있으니
인생은 눈물겹게 고단한 중에도 참 아름답고
그런 대로 살아볼만한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여름날입니다.

출처 : http://www.positive.co.kr/home/contents/board/list.asp?num=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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