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day
다음 생애도 당신 만나 살고 싶어요
11 박정자 2004.09.15 18:13:36
조회 737 댓글 4 신고

여보, 난 당신이 참 좋아.
요플레 뜯어먹을 때
뚜껑에 묻어 있는 거
숟가락으로 긁어먹고 혀로 마무리하면
난 눈 흘기며 "아우~ " 야유를 보내지만
사실 난 때 묻지 않은 당신이 참 좋아.

여보, 난 당신이 참 좋아.
내가 해주는 음식을 무엇이든 맛있다며
장가 잘 들었다고
우적우적 소리 내며 먹는 당신을 보고
소리 좀 내지 말라고 구박하지만
사실 난 반찬없어도 잘 먹는 당신이 참 좋아.

여보, 난 당신이 참 좋아.
얼굴 끈적인다고 20여 년 동안 매일 아침저녁으로
갖은 핑계를 대며 안 바르는 로션을
괙괙 소리 지르며 심통으로 철퍼덕 철퍼덕 발라주지만
사실 난 그런 당신이 귀여워서 참 좋아.

여보, 난 당신이 참 좋아.
비눗갑에서 비누가 안떨어진다고
통째로 문질러서 얼굴에 상처 냈을 때
성질도 잘 못 부리면서
한번 부렸봤다가 본전도 못 찾을 때,
다 큰 애들 앞에서 속옷차림으로 집안을 휘젓고 다닐 때,

코 앞에 있는 것도 못 보고 어디 있느냐고 물어올 때 등등
이거 말고도 열 몆 개는 더 있을텐데
나한테서 야단맞고 무안해하며 신문 뒤적이던 일들 말야.
그때. 그때말야.

막 화내고 소리 지르고 심한 소리 하고 그러지만
사실 난 당신이 참 좋아.

20여 년을 살면서
한 번도 헛된 욕심 내지 않고
한결 같이 하루 30분이라도 책상에 앉아 있는 모습 보여주며
미련해 보일 정도로 깊게 한 우물을 파는
그래서 참 박식한 당신을 보면
내 모습을 창피하고 내 가슴은 뿌듯하고 막그래.

가진 것 많지 않지만
내가 욕심내고 살지 않는 건
당신이 늘 내 곁에 있기 때문이야.
난 당신을 가져서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고 제일 부자야.

큰 집도 좋은 차도 다 필요 없고
당신이 오랫동안 지금처럼만 있었음 좋겠어.
네 곁에.

여보, 당신 생일 축하하고 많이 많이 사랑해
다시 태어나도 나한테 장가든다는 약속 꼭 지켜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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