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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늙으면 그렇게
2 안종희 2004.04.25 15:49:54
조회 1,205 댓글 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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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 늙으면
      당신과 이렇게 살아보고 싶어
      가능하다면 꽃밭이 있고
      가까운 거리에 숲이 있으면 좋겠어.

      개울물소리 졸졸거리면 더 좋을거야.

      잠 없는 난 당신 간지럽혀 깨워
      아직 안개 걷히지 않은 아침 길
      풀섶에 달린 이슬 담을
      병 들고 산책 해야지

      삐걱거리는 허리 주욱 펴 보이며
      내가 당신
      "하나 두울~~" 체조 시킬거야
      햇살이 조금 퍼지기 시작하겠지

      우리의 가는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반짝일 때
      나는 당신의 이마에
      오래 입맞춤 하고싶어.

      사람들이 봐도 하나도 부끄럽지 않아.

      아주 부드러운 죽으로
      우리의 아침 식사를 준비 할거야.
      이를테면 쇠고기 꼭꼭 다져넣고
      파릇한 야채띄워 야채죽으로 하지

      깔깔한 입안이 솜사탕 문듯 할거야

      아주 연한 헤이즐럿을 내리고
      꽃무늬 박힌 찻잔두개에 가득담아
      이제 잉크냄새나는 신문을 볼거야

      해가 높이 오르고
      창 깊숙이 들던햇빛 물러설 즈음...
      당신의 무릎을 베고
      오래오래 낮잠도 자야지

      아이처럼 자장가도 부탁해 볼까...

      그렇게 살아보고 싶어.
      당신의 굽은 등에 기대 보고도 싶어

      봄엔 당신 연베이지 빛 점퍼 입고
      나 목에 겨자빛 실크 스카프 메고

      가을엔 희끗한 머리 곱게빗고
      헤이즐럿 보온병에 담아 들고

      낙엽 밟으러 가야지...

      겨울엔 백화점에 가서
      당신의 마른가슴 덥힐 스웨터를 살거야
      잿빛모자 두개사서 하나씩 쓰고

      강변 찻집으로 나가 볼거야.

      저 벤치에 앉아 사진 한번 찍을까.
      곱게 판넬하여 창가에 걸어 두어야지

      그리고 그리고 서점엘 가는거야
      책을 한아름 사서들고 서재로 가는거야

      나 늙으면 그렇게
      그렇게 당신과 살아보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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