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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1 구본용 2004.03.29 21: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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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이란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 귀에는 바로 들리지 않는 것,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것에 마음이 기우는 것 같다 …나만의 작풍을 갖게 된 것은 오십이 넘어서였다 … 인생에서 일어나는, 아무리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나 사소한 추억조차도 쓸모없는 것은 없다 …그것을 알고 있기에 나는 '꽤 잘 살았다.'라고 감히 말한다"
엔도 슈사쿠의 인생론인 이 책의 원제는 '잘 사는 법 잘 죽는 법'이다. 오랜 세월을 병마와 싸우며 누구보다 삶과 죽음을 깊이 본 저자가 인생의 고통을 아름답게 승화시켜 쓴 소중한 에세이다. 소설 '침묵' '바다와 독약'으로 유명한 일본 작가 엔도 슈사쿠(遠藤周作)는 이순을 넘어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감히 '꽤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얼마 남지 않은 죽음의 시간이 두렵기도 했을 텐데 무서워하거나 피하려는 기색이 없다.

이 수필집은 인생의 말년에 느끼는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이 주 내용을 이룬다. 수차례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고,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을 통해 누구보다 열심히 인생을 살았지만, 막상 죽음에 대해 생각하자 두려움이 더 앞선다고 그는 솔직하게 고백하고 있다. 하지만 삶의 순간만큼 죽음의 순간 또한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이기 때문에 용기 있고 아름답게 죽고 싶다고 스스로에게 다짐하고 있다.

제대로, 그것도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하루하루 먹고 살기도 바쁜데 이런 질문을 한다는 것조차 사치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온 나라가 로또 복권의 열풍에 휩싸이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자 되는 방법에만 관심을 가지는 시대에, 삶의 자세와 정신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 것인가. 그러나 로또 일등 당첨자도, 불법으로 몇 백억 대를 축재한 사람도 언젠가는 죽는다. 때가 되면 이들도 가난하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과 똑같이 '공평하게' 죽는다. 그 누구도 죽음을 피해 갈 수는 없다. 아무리 아등바등 살아도 결국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다. 일상 속에서 거론하지 않지만 우리는 누구나 이 암묵적인 원칙에 대해 알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식으로 질문을 해보자. 제대로, 그것도 잘 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이 심각한 질문에 대해 엔도 슈사쿠는 한마디로 명쾌하게 해답을 내린다. "잘 사는 것이 잘 죽는 것이며, 잘 죽었다는 것은 잘 살았다는 것을 뜻한다!" 죽음과 삶은 얼핏 보면 전혀 다른 별개의 현상으로 생각되지만, 사실은 손바닥과 손등처럼 서로 등을 마주대고 있는 아주 가깝고 밀접한 관계이다. 죽음은 늘 우리의 삶 가까이 있는 것이다.

이처럼 피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해, 엔도 슈사쿠는 담담하게 받아들이라고 얘기한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용기있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살아 있는 내내 어두운 얼굴로 죽음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라는 말이 아니라 어차피 죽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게 되면, 살아 있는 순간의 소중함을 더욱 절실하게 깨닫게 된다는 뜻이다.

"내 인생의 희망은 바로 내 안에 있으며, 행복과 불행은 나에게 달려 있다!"
행복과 불행은 서로 상반되는 말이 아니라, 손등과 손바닥처럼 서로 등을 마주대고 있는 아주 밀접한 관계이다. 즉, 우리가 손바닥을 어떻게 뒤집느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의 순간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인생에서 아무리 불행한 순간이 닥치더라도 그 안에는 새로운 희망의 가능성이 항상 내재되어 있다. 다만 우리가 그것을 얼마나 잘 볼 수 있는지가 문제이다. 마찬가지로, 죽음 또한 삶의 반대말이 아니라, 삶과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다. 삶은 죽음으로써 완성되고, 죽음은 삶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살면서 우리가 만나게 되는 수많은 삶의 고통과 불행에 대해, 저자는 오랜 시간을 병마에 시달리는 등 자신의 고통스러운 경험과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터득하게 된 인생의 깨달음을 제시한다. 삶의 문제들에 대해 엄숙하게 고뇌하기보다는, 삶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들을 최대한 누리면서 여유롭고 즐겁게 살아가고자 한다. 정상만을 목표로 묵묵히 산을 오르는 것보다는, 산의 경치와 아름다움을 충분히 음미하면서 즐겁게 산을 오르고 싶다는 것이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거기에만 매달리는 삶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다양한 문화를 접하면서 여유롭고 즐겁게 인생을 즐기면서 사는 것이 바로 잘 사는 것이라고 한다. 삶이 우리에게 준 많은 혜택들을 최대한 누리면서 그것에 대해 감사할 줄 아는 것이 바로 잘 놀고 잘 배우는 삶인 것이다.

나는 병으로 인해 오랫동안 고생을 했으나 그 상황을 나에게 유리하게 활용했다. 그렇다고 해서 억지를 부린 것이 아니라, 내 인생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한 나의 병을 뼛속 깊이 받아들여 그것을 이용했다고 할 수 있다. 아니, 오히려 그로 인해 많은 것을 얻었다(여기서 내가 얻은 것은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것도 포함된다).

자신을 괴롭히는 고통과 죽음조차도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는 사실을 통해, 아무리 하찮은 일이라도 우리 인생에서 나름대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저자는 한창 열심히 집필 활동을 해야 할 젊은 시기에 3년 가까운 세월을 병원에 입원해서 보내야 했던 적이 있다. 두 번에 걸친 수술 실패 등 무척 힘든 시기를 보냈으나, 그 시기가 없었다면 오늘날의 자신 또한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시기의 좌절과 고통을 통해, 인간을 좀더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되었고 겸손해졌으며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더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살만큼 산 노년의 여유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는 새겨들을 만하다. "인생에서 일어나는, 아무리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나 사소한 추억조차도 쓸모없는 것은 없다. 그것은 오히려 귀중한 것을 그 속에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고통, 불행, 병마도 다 겪어야 할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여러 차례 거론될 정도로 인정 받은 그의 작품들도 "인생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한 병을 뼈속 깊이 받아들여" 얻은 물질적, 정신적 결과물이라고 털어놓는다. 인생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혜와 냉철한 사색,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엔도 슈사쿠가 삶의 고통과 불행에 대해 내린 결론을 한번 조용히 들어보자. 인생의 좌표를 모색하는 젊은이들, 삶의 다양한 국면에서 고통과 좌절을 겪는 사람들, 그리고 인생의 경륜이 쌓여가는 중,장년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인생살이에 대한 적지 않은 깨달음을 전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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