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day
사람을 찾습니다
12 좋은글 2004.03.19 10: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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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추운 날 밤. 서울 하월곡동 어두운 골목길에 허름한 노인 한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한밤중인데다 날씨마저 추워 지나가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노인은 쓰러진 채 도움을 구하려고 필사적이었다.
그러나 이미 탈진상태에 빠져 신음소리만 낼 뿐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다가 행인이 한두명 지나갔으나 그들은 노인을 못 본 척했다.
오히려 달아나듯 그 자리를 피해갈 뿐이었다.
시간은 자정을 넘었고 노인은 거의 가망이 없어보였다.
그 때 한 군밤장수 사내가 리어카를 끌고 가다가 노인 앞에 멈춰섰다.
"할아버지,무슨 일입니까?"
노인은 아무 대답을 하지 못했다.
뭐라 말을 하려고 해도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사내는 급히 노인을 들쳐업고 병원으로 달려갔다.
"조금만 늦었더라도 큰일 날 뻔했습니다. 워낙 당뇨가 심하시더라군요."
응급처치를 하고 나온 의사가 정말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잠시 후 군밤장수 사내는 응급실로 뛰어가,
"할아버지 전화번호를 말씀해 주세요. 제가 집에 연락해 드리겠어요."
적어준 번호로 급히 전화를 걸고는 돌아와 노인의 팔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고맙네. 어디 사는 누구인가?"
"고맙긴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요. "
"집이 어딘가?좀 가르쳐 주게."
"안정하셨다가 속히 돌아갈 준비나 하십시오."
"아니야. 집이 어딘지 꼭 좀 가르쳐 주게.그래야 내가 나중에 인사라도 할수 있지 않은가?"
"전 그저 군밤장수일 뿐입니다.
몸이 불편하신데 말씀 자꾸 하시지 마시고 안정을 취하십시오."
노인이 몇번이나 집을 가르쳐달라고 했으나 사내는 자신이 군밤장수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그리고 노인의 가족들이 병원으로 달려왔을 때에는 이미 자리에 없었다.
노인은 건강이 회복된 후 그 군밤장수를 찾아나섰다.
하월곡동 시장 일대는 물론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골목이나 지하도 입구를 샅샅이 찾아다녔다. 그러나 아무리 찾아다녀도 군밤장수를 찾을 수가 없었다.
노인은 마침내 일간신문에 광고를 냈다.

<하월곡동의 모든 군밤장수는 보시오.요즘 보기드문 한 군밤장수를 찾습니다. 지난 해 설 전날 밤, 자정넘은 시각에 시장 입구 골목에서 쓰러진 노인을 구해준 고마운 청년에게 꼭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신문에 광고가 나가도 군밤장수한테서는 아무 연락이 없었다.
그날 밤 노인을 돕느라 골목에 그대로 두었다가 리어카를 잃어버린 사내가 다시 리어카를 장만하기 위해 막노동을 하고 있는 줄은 그 노인이 알 리 없었다.

- <사랑에 대한 64가지 믿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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