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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영세받게 해주세요
4 좋은글 2004.02.23 20:14:34
조회 910 댓글 8 신고
그 신부님의 성당에는 다운증후군인 남자가 한 명 다닌다고 합니다.다운증후군이라고 하면 목이 두껍고 눈 사이가 벌어져 일반인과는 조금 다르게 생긴데다, 정신지체를 장애로 가진 이를 말하죠.
그런데 그 다운증후군 청년은 영세를 받는 것이 소원이었나 봅니다.
사실, 성당에서 영세를 받으려면 몇 개월간 교리학습을 받고 문답에 응하는 절차를 거쳐야, 영세 받을 자격이 주어집니다.
그런 과정을 거칠 만한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그 청년은 영세를 받을 수가 없었답니다.

그럼에도 세례식이 있는 날이면, 그는 영세받는 사람들의 틈에 몰래 끼어 줄을 서곤 해서 그 신부님에게 매번 걸렸다는데요. 이 후로는 신부님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하루는 가발에 선글라스를 끼고 나타나는가 하면, 한 번은 무스탕을 걸치고 나타나는 등 변장까지 하면서 영세를 받으러 줄을 섰더랍니다.
그러던 어느날 신부님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답니다.
신부님의 성경책에 빳빳한 신권 천 원짜리가 끼워져 있었지요.
거의 매일같이 신권 천 원짜리들이 신부님 손이 닿을만한 주변 곳곳에 끼워져 있더랍니다.
물론 그런 일들을 하고 있는 이가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었죠.
그러던 중 아주 우연한 기회에 신부님이 그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답니다.
우연히 지하철 계단을 내려가던 신부님은 그 다운증후군 청년이 거지행색으로 구걸 하는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놀란 신부님이 자초지종을 확인해 본 결과, 아무리 해도 영세 받기 어렵다고 생각한 그 청년은 구걸을 시작했고 사람들에게서 받은 돈을 은행에서 신권으로 바꾸었답니다.
그리고 신부님 손이 닿는 주변 곳곳에 천원짜리를 몰래 끼워놓았던 거지요. 자신의 지적능력으로는 교리학습을 통해 영세를 받을 수 없었기에, 영세를 향한 자신의 마음과 정성을 그렇게 표현했던 것이랍니다.
그 일에 웃음과 감동을 받은 신부님은 결국 수녀님들과 상의해 그 깜찍한 다운증후군 청년에게 영세를 주기로 특별히 결정했답니다.

- 정길순 <사과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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