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취급?
이선희 2004.01.10 12:09:30
조회 1,128 댓글 9 신고
우리는 언제부터 즉, 다시 말해 몇살부터 타인으로부터 사람으로 취급을 받을까?
저마다 사람으로 취급받는 시기가 다르겠지만 나는 정확한 기억이 없다.
아니 모든 사람들은 그 시기가 너무 이른 까닭에 그 기억을 망각하고 있을 것이다.

며칠전, 그러니까 성탄절 이브에 우리(아내/딸 예슬이와 예빈이)는 명동에 갔다.
예슬이는 불행(?)하게도 명동에 아직 가 보지 않은 탓도 있지만
아내와의 추억도 되살릴 겸해서 명동에 간 것이었다.
예전의 그 복잡하던 거리는 약간 썰렁한 분위기였다.
예슬이의 간곡한 요청에 우리는 양식당에 갔다.
"벌써 예빈이를 사람취급하네?"
메뉴를 선택하고 주문을 하자 초등학교 4학년인 딸 예슬이가 내 뱉은 말이었다.
그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웨이터가 우리 식탁을 세팅하자 나온 말이었다.
그러니까 예슬이의 말에 의하면 자신은 6살이 되어서야 사람으로 취급을 받았다는 것이고
예빈이는 2살인데도 사람으로 취급을 한다는 것이었다.
영문을 몰라 그 이유를 묻자 예슬이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나는 식당에 가면 7살이 되어 유치원에 다니고 나서야
물컵이나 물수건 그리고 수저를 주던데
여기는 예빈이가 겨우 2살인데 물컵도 주고 수저도 주잖아요?"
...........................................

하기야 예슬이는 어릴 적에 체구가 유난히 작았다.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보니 정말 예슬이의 말이 옳은 것이다.
정확히 기억은 못하겠지만 우리가 외식을 할때면
가는 업소마다 예슬이가 유치원에 가서야 수저와 물컵 등을 주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물컵과 수저등을 더 달라고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예슬이가 초등학교 2학년때까지는
등에 걸친 가방이 유난히도 크고 무거워 보여 나를 안타깝게 했다.
지금은 아내와 신발과 옷을 같이 입을 정도로 훌쩍 커버렸지만.....

물론 예슬이의 말대로 타인으로부터 사람으로 취급받는 기준을
식당에서 수저를 놓는 것으로 판단하기는 곤란할 것이다.
요즘 매스컴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어른이 되어서도 아직도 사람으로 취급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 현실이 부끄럽다.
특히 정치면을 채우는 사람들의 소식은 그들이 사람으로 취급받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어제 많은 정치인들이 줄줄이 소환되는 것을 보며
올해에는 제발 모든 사람들이 타인들로부터 사람으로 취급받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사람으로서의 처신을 해 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리하여 밝고 아름다운 소식들로 한해를 채우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나는 사람으로 취급을 받고 있는지를 자문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