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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차티드] - 스토리 라인의 짜임새는 부족, 캐릭터의 매력은 충분
13  쭈니 2022.02.23 15:59:02
조회 174 댓글 0 신고

감독 : 루벤 플레셔

주연 : 톰 홀랜드, 마크 월버그, 소피아 테일러 알리, 타티 가브리엘

월요일에 퇴근 후 혼자 극장 가기

10년 전만 해도 퇴근 후 극장에서 영화 보기로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를 풀었다. 같이 영화 보러 가자는 나의 제안에 아내는 퇴근 후 극장에 가는 것은 너무 피곤해서 못하겠다며 극구 거부했다. 나는 그런 아내가 이해되지 않았다. 편한 극장 의자에 앉아서 가만히 영화만 보면 되는데 이게 왜 피곤하단 말인가? 결혼 전 영화를 그렇게 좋아했던 아내가 결혼 후 취향이 바뀌어 영화를 싫어하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피곤하다는 아내의 말은 그냥 영화가 보기 싫어서 하는 핑계라고 여긴 것이다. 결혼하고 나면 평생 나의 영화 동반자가 생길 줄 알았는데, 결혼 후에도 솔로였을 때와 마찬가지로 혼자 영화를 봐야 하는 신세는 바뀌지 않았음을 한탄해야 했다.

한때는 아내 대신 아들이 나의 영화 동반자가 되어 줬었다. 하지만 아직은 어린 아들과 함께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관람 등급을 철저하게 따져야 했고, 그나마도 아들이 크고 나니 또다시 혼자 영화를 보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뭐 상관없었다. 이제는 혼자 영화 보는 것이 익숙해져 버렸으니까. 그런데 새로운 문제가 발생했다. 나이가 들어서일까? 나 역시도 퇴근 후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이 힘이 부쳤다. 예전에는 극장에 갈 생각에 퇴근 시간이 즐거웠는데, 요즘은 영화를 예매하고 나서도 예매를 취소하고 그냥 집으로 가서 소파에 벌러덩 누워 버리고 싶은 마음뿐이다. 예전 아내의 심정이 이제서야 이해가 된다.

[언차티드]는 아들과 함께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주말까지 안 보고 기다렸다. 그런데 아들의 최종 답변은 '안 볼래요.'였다. 뭐 아들의 영화적 취향은 존중한다. 그래서 일요일 아침 혼자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하지만 귀찮았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극장에 가는 것보다 따뜻한 집 안에서 뒹구는 것이 더 좋았다. '그래, 월요일 퇴근 후에 보러 가자.' 그렇게 일요일 아침 예매는 취소가 되었다. 월요일 퇴근 시간이 다가왔다. 또다시 슬슬 귀찮기 시작했다. '굳이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봐야 할까?' 월요일 저녁이라 유난히 피곤했고, 날씨는 여전히 추웠다. 하지만 귀찮음에 지기 싫었고, 결국 혼자 극장에 가서 [언차티드]를 보고야 말았다. 앞으로 점점 귀찮음은 극장에 가려는 나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결국 귀찮음에 굴복하겠지. 나도 점점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을 이렇게 새삼 느끼게 된다.

'인디아나 존스'의 새로운 버전?

[언차티드]는 2007년 플레이 스테이션용 액션 어드벤처 게임으로 출시된 <언차티드> 시리즈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언차티드>는 꽤 인기를 끌어서 4편의 본편과 2편의 외전이 출시되었다고 한다. 나야 뭐 게임하고는 워낙 담을 쌓고 사는 편이라 <언차티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영화 [언차티드]를 기대했던 이유는 오래전부터 영화화 소식을 접했었고, 무엇보다도 '인디아나 존스' 스타일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TV에서 명절 특선 영화로 방영해 주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봤던 기억이 난다. 해리슨 포드의 시니컬한 미소와 스릴과 웃음, 그리고 스펙터클까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재미를 고루 갖춘 영화적 재미까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는 '빽 투 더 퓨쳐 시리즈'와 더불어 내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 푹 빠지게끔 이끌었다.

이후에도 나는 보물 사냥꾼이 주인공인 영화를 유독 좋아했다. 성룡의 [용형호제1, 2]는 성룡의 영화 중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이고, 다른 친구들이 이연걸의 영화 중 [황비홍]이 최고라고 했을 때에도 나 혼자만 [황비홍]보다는 [모험왕]이 더 재미있다고 우겼을 정도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중 망작 대열에 끼어 있는 안젤리나 졸리의 [툼 레이더 1, 2], 니콜라스 케이지의 [내셔널 트레져 1, 2]도 나는 재미있기만 했다. 그러니 내가 [언차티드]를 기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언차티드]는 부모의 죽음 이후 고아원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던 샘 드레이크와 네이선 드레이크의 어린 시절을 보여 준다. 어렸을 때부터 보물 사냥꾼의 기질을 보였던 두 아이는 하지만 어설프게 마젤란의 지도를 훔치려다가 경찰에 적발되고, 형인 샘은 소년원에 갈 위기에 처한다. 소년원에는 절대 갈 수 없다며 도주를 선택한 샘은 네이선에게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긴 후 사라진다. 그리고 15년 후. 뉴욕의 바텐더로 일하는 네이선( 톰 홀랜드) 앞에 샘의 동료였다는 빅터 설리반(마크 월버그)이 나타난다. 빅터는 네이선에게 샘이 마젤란의 보물을 찾던 도중 행방불명이 되었다며 마젤란의 보물을 찾으면 행방불명된 샘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도움을 요청한다. 그렇게 네이선은 빅터와 한 팀이 되어 보물 사냥꾼의 길에 들어선다.

좋은 편과 나쁜 편의 구별이 무의미하다.

[언차티드]는 빠르게 좋은 편과 나쁜 편을 구별해 놓는다. 주인공인 네이선과 빅터는 당연히 좋은 편이다. 그들의 목표는 마젤란이 숨겨 놓은 황금을 찾는 것과 샘을 구하는 것이다. 여기에 빅터의 동료인 클로에 프레이저(소피아 테일러 알리)가 합류한다. 남성 둘 여성 하나, 구성도 꽤 알차다. 여기에 네이선과 클로에의 러브 라인을 가미하고 나니 더 이상 나무랄 데가 없다. 이에 맞서는 나쁜 편은 스페인의 유력 가문의 후계자 산티아고 몬카다(안토니오 반데라스)를 중심으로 한 그가 고용한 조 브래독(타티 가브리엘) 일당이다. 오래전 마젤란의 탐험을 후원했던 몬카다 가문은 마젤란의 배신으로 약속받은 황금을 받지 못했다. 그렇기에 산티아고는 마젤란의 황금은 당연히 몬카다 가문의 것이라고 주장하며 사사건건 네이선과 빅터를 방해한다.

나쁜 편의 구성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조 브래독이다. 그는 한때 빅터의 동료였지만, 빅터에게 배신을 당한 후 원한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샘을 총을 쏜 장본인이니 네이선과도 악연이 있다. 사실 여기에서부터 약간 이상했다. 조 브래독은 그저 메인 빌런 산티아고의 하수인, 오른팔 정도의 보조 빌런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작 보조 빌런에게 빅터를 향한 원한과 네이선과의 악연을 고루 갖추어 놓다니... 그러한 역할은 보조 빌런보다는 메인 빌런에게 잘 어울린다. 어쩌면 이러한 설정에서부터 이 영화의 뻔해 보였던 캐릭터 구성의 균열을 짐작할 수 있었다.

영화의 캐릭터들을 좋은 편과 나쁜 편으로 단순하게 이분법적 기준으로 나눴던 나는 영화 초반부터 혼란함을 느껴야만 했다. 클로에는 등장하자마자 네이선이 가지고 있던 황금 열쇠를 훔쳐 도망 다니고, 빅터 또한 네이선을 이용하는 것만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실제로 영화의 후반부까지 네이선과 빅터, 클로에는 서로 속고 속이다가 결국 배신자까지 등장한다. 나쁜 편의 상황도 만만치가 않다. 보조 빌런으로 보였던 조 브래독이 갑자기 메인 빌런처럼 보이는 산티아고를 죽여 버리며 메인 빌런의 자리를 차지한다. 잠깐... 안토니오 반데라스를 이렇게 소모해 버린다고? 안토니오 반데라스에게 지급할 출연료가 부족했을까? 혼란하다, 혼란해.

스토리 라인의 짜임새는 부족, 캐릭터의 매력은 충분

[언차티드]는 서로 같은 편끼리 속고 속이는 것으로 영화적 재미를 구축해 나간다. 솔직히 영화의 짜임새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와 비교해서 많이 부족해 보인다. 마젤란의 황금 찾기로 1시간 56분의 러닝타임을 가득 채워 넣으려다 보니 네이선과 빅터를 뺑뺑이 돌리는데 주력을 할 뿐이다. 그런데 그러한 과정이 그렇게 매끄럽지가 않다. 경매장에서 마젤란의 황금 십자가를 빼돌리는 장면부터가 그러하다. 그저 네이선은 경매장에 정전을 일으킨 것뿐인데, 혼란한 틈을 타서 경매장 직원으로 위장한 빅터는 유유히 황금 십자가를 밖으로 가져 나온다. 수십만 달러의 가치를 지닌 보물을 거래하는 경매장의 보안이 이렇게 허술하다고? 게다가 네이선과 빅터는 조 브래독 일당의 감시까지 받고 있었는데 말이다.

이렇게 부족한 짜임새는 뒤로 갈수록 심해진다. 황금 십자가를 열쇠로 하여 스페인 성당의 지하에 숨겨진 보물 지도를 찾는 장면, 보물 지도를 토대로 필리핀의 해저 동굴에서 황금을 가득 실은 마젤란의 보물선을 찾는 과정 등. 꼼꼼하게 따져보면 말도 안 되는 설정들로 가득하다. 물론 그러한 과정에서 펼쳐지는 액션은 꽤나 볼만하다. 특히 마젤란의 보물선을 헬기에 매달고 벌이는 공중 액션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결국 [언차티드]는 스토리 전개의 짜임새를 포기하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스펙터클한 볼거리에 치중하여 관객을 만족시킨다.

그렇다고 [언차티드]에 볼거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캐릭터 구성을 이리저리 꼬아 놓더니, 그렇게 꼬아 놓은 캐릭터로 [언차티드]만의 영화적 재미를 완성해 놓는다. 특히 클로에와 네이선의 관계는 꼬일 대로 꼬인 이 영화의 캐릭터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배신을 당한 클로에는 누군가를 믿는 순간 배신을 당할 것이라는 망상에 빠진 인물이다. 하지만 스페인 성당의 지하에서 물에 빠져 죽을 위험에 처한 클로에를 네이선이 구해주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뭔가 달라지나 기대했으나 그 후에도 몇 차례 배신이 오고 가며 흥미를 유발한다. 1편에서 네이선과 클로에의 관계는 결국 배신으로 끝이 났지만, 이들의 관계를 잘만 이용한다면 2편에서부터는 색다른 재미를 만들어 낼 수고 있을 듯하다.

2편에서는 짜임새에 좀 더 치중하기를...

[언차티드]는 쿠키 영상에서 노골적으로 2편을 예고한다. 이 영화에는 두 개의 쿠키 영상이 있다. 첫 번째 쿠키 영상에서는 죽은 줄 알았던 샘이 어느 감옥에서 살아 있음이 드러난다. 마젤란의 황금 찾기 와중에 까맣게 잊힌 샘이 2편에서는 본격적으로 등장할 것을 암시한 셈. 두 번째 쿠키 영상에서는 여전히 빅터와 팀을 이뤄 보물 찾기에 나서고 있는 네이선의 모습을 보여준다. 두 사람은 찰떡 호흡을 발휘하여 원하는 것을 얻어 내지만 뒤에 나타난 누군가 때문에 깜짝 놀란다. 아마도 클로에가 아닐까 싶은데, 어쩌면 조 브래독일지도. 영화에서 죽는 장면이 직접적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산티아고 몬카다처럼) 속 편에 다시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것이 속 편의 법칙이니까.

[언차티드]를 평가하는 것은 참 애매하다. 솔직히 지루하지 않았다. 이런 오락 영화에서 지루하지 않았다는 것은 큰 장점이 된다. 스토리 전개 면에서 억지스러운 부분이 눈에 띄지만 캐릭터의 매력으로 그러한 단점은 상쇄가 되고도 남는다. 특히 영화 후반부, 헬기에 매단 보물선 장면은 [언차티드]를 극장에서 보길 잘 했다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톰 홀랜드와 마크 월버그의 연기 합도 좋았고, [배트맨 2]의 '캣우먼'처럼 좋은 편과 나쁜 편을 오고 가는 클로에도 매력적이었다. 이쯤 되면 오락 영화로서는 합격점을 줘도 무방할 것 같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기준점으로 두고 [언차티드]를 평가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1편인 [레이더스]가 개봉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무려 40년 전인 1982년이다. 2008년 [인디이나 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 개봉에 맞춰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다시 봤었는데, 다시 봐도 재미있더라. 특히 2편인 [인디아나 존스]에서 해리슨 포드와 케이트 캡쇼의 티키타카는 정말 다시 봐도 엄청났다. 수 십 년 후 [언차티드]를 다시 보게 되면 과연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다시 봤을 때처럼 변치 않는 영화적 재미도 흥분되고 가슴 떨릴까? 아니,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언차티드]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처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사랑받는 영화가 되려면 2편에서는 좀 더 스토리 라인의 짜임새를 갖추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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