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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든 영화를 재미있게 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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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칸토 : 마법의 세계] - 행복은 능력순이 아니잖아요. 행복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즐겁게 할 때 느끼는 것.
13  쭈니 2021.11.30 15: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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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바이론 하워드, 자레드 부시, 채리스 카스트로 스미스

더빙 : 스테파니 비트리즈, 마리아 세실리아 보테르, 존 레귀자모

까칠한 아들과 극장에서 영화 보기 미션 성공

[이터널스]를 혼자 봤다고 한 달이 넘도록 내게 단단히 뿔난 아들. 수능 시험이 끝난 주말에 [이터널스]를 같이 보러 갔지만 (난 세 번째 관람) 그것만으로는 뿔난 아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가 없었다. 결국 아들은 소심한 복수를 위해 디즈니 플러스의 <완다비전>을 혼자 봤고, <팔콘과 윈터 솔져>도 혼자 보고 있으며, <로키>도 혼자 보겠다는 선언을 했다. 수능이 끝난 아들에게 남는 것은 시간뿐이니 디즈니 플러스 계정을 빼앗지 않는 한 아들의 소심한 복수를 막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뭐 아들이 어렸을 적부터 항상 함께 봤던 마블 영화를, 수능 시험을 앞두고 영화를 볼 사정이 되지 않는 아들을 기다리지 않고 혼자 봐버렸으니 자업자득인 듯.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주말에 아들과 함께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것까지는 가능하다는 점이다. 본격적인 고3 수험 생황이 시작하면서 아들과 함께 극장에서 본 영화는 [블랙 위도우]와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뿐이었고, 수능이 끝난 주말에 본 영화도 [이터널스]였다. 결국 올해는 마블 영화만 본 셈이다. 그런데 지난 주말에 디즈니 애니메이션 [엔칸토 : 마법의 세계]를 보러 가자는 내 조심스러운 제안에 아들이 선뜻 승낙을 해준 것이다. 다음 주에는 [고스트 버스터즈 라이즈]를 보러 가기로 약속까지 했으니 이 정도면 나로서도 만족스러운 결과이다.

토요일 오전, 온 가족이 [엔칸토 : 마법의 세계]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출동했다. 확실히 [엔칸토 : 마법의 세계]는 디즈니 애니메이션답게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였다. 흥겨운 노래가 있고, 각자의 마법 능력을 지니고 있는 판타스틱한 캐릭터도 있다. 여기에 평범한 주인공이 가족을 위기에서 구해준다는 감동적인 스토리까지 완비되어 있다.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엔칸토 : 마법의 세계]에서 가장 좋았던 것은 영화의 주제이다. 어쩌면 수능 시험이 끝나고 자신의 진로를 위해 대학을 선택해야 하는 아들에게 딱 알맞은 영화였을지도 모르겠다.

특별한 가족들 틈에서 평범한 주인공이 사는 법

[엔칸토 : 마법의 세계]는 콜롬비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사랑하는 남편 페드로와 세쌍둥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던 알마 마드리갈(마리아 세실리아 보테로)은 내전으로 인하여 고향을 떠나 피난길에 오른다. 하지만 페드로는 피난 도중 죽임을 당하고, 알마와 세쌍둥이도 위험한 순간, 마법의 촛불이 구해준다. 그 결과 높은 산맥으로 사방을 막아 버린, 외부와 단절된 '엔칸토' 마을이 탄생하게 된다. 그 어떤 폭력도 존재하지 않는 평화로운 '엔칸토'에서 마법을 지닌 마드리갈 가족은 수호자가 되어 마을과 사람들을 지킨다.

마드리갈 가족은 다섯 살이 되는 생일날 마법의 힘을 갖게 된다. 알마의 세쌍둥이인 훌리에타는 음식으로 사람을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고, 페파는 기분에 따라 날씨를 조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브루노(존 레귀자모)는 미래를 예언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녔지만 그가 본 미래가 마을에 불행만을 가져다 주자 마을을 떠난다. 알마의 손자, 손녀들도 각각의 마법을 가지고 있다. 훌리에타의 첫째 딸인 이사벨라는 꽃을 피우는 능력이 있고, 둘째 딸인 루이사는 괴력의 힘을 가지고 있다. 페파의 첫째 딸인 돌로레스는 엄청난 청력을 가지고 있으며, 둘째 아들인 카밀로는 변신 능력자이다. 막내아들 안토니오 역시 동물과 대화를 하는 능력을 갖게 된다. 이렇게 모두가 마법 능력자인 마드리갈 가족 중 유일하게 훌리에타의 막내딸 미라벨(스테파니 비트리즈)만이 마법 능력이 없다.

영화의 시작은 마드리갈 가족 중 막내인 안토니오의 다섯 번째 생일날. 미라벨이 마법 촛불로부터 외면을 받은 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다섯 번째 생일이기에 마드리갈 가족들은 혹시 안토니오도 미라벨처럼 마법 능력을 얻지 못할까봐 초긴장 상태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라벨은 가족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마법 능력이 없는 그녀는 가족들에게 걸리적거리기만 할 뿐이다. 그러한 상황에서 미라벨은 마법의 집에 금이 가는 것을 목격하고 알마에게 말하지만 아무도 미라벨을 믿지 않는다. 이제 미라벨은 마법의 집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단독 행동에 나서기로 한다.

특별한 능력을 지닌 그들은 행복했을까?

앞서 소개한 대로 마드리갈 가족은 미라벨을 제외하고는 전부 슈퍼히어로급 능력자이다. 그들은 단란한 대가족임과 동시에 알마의 지휘 아래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마을을 지키는 수호자이기도 하다. 유일하게 마법 능력을 받지 못한 미라벨은 그들이 부럽기만 하다. '나도 마법 능력을 받았다면 얼마나 좋을까?' 당연하다. 특별한 사람들 틈에서 혼자만 평범하다는 것은 굉장히 슬프고 힘든 일이니까. 어쩌면 그래서였을 것이다. 미라벨이 마법의 집에 생긴 위기를 혼자의 힘으로 해결하겠다며 단독 행동에 나선 이유는 비록 마법 능력은 없지만 가족에게 불어닥친 초유의 위기를 막아내서 가족들에게 인정을 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라벨이 마법의 집에 생긴 위기를 조사하면서 깨달은 것은 마법 능력을 가진 그들도 결코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엄청난 청력을 가진 돌로레스는 온갖 소리를 다 들어야 했기에 오히려 자신의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사촌인 이사벨라의 약혼자인 마리아노를 좋아하지만 그 마음은 속으로 감춰둔 채 가슴 앓이만 하고 있을 뿐이다. 괴력을 가진 루이사는 자신이 가족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봐 전전긍긍이다. 마법의 집에 문제가 생기면서 그녀의 힘도 약해졌는데, 힘이 사라진 자신은 아무 쓸모도 없는 존재라며 안절부절한다.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던 이사벨라도 마찬가지이다. 가족 중 가장 우아하고 아름답고 완벽한 그녀는 언제나 완벽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강박에 빠져 있다. 특히 가족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사랑하지도 않는 마리아노와 억지 약혼을 하려 한다. 미라벨이 부러워하는 마법 능력을 가지고 있는 그녀들은 왜 행복하지 않은 것일까? 그것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닌, 남이 원하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라벨이 마법의 집에 닥친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가족들을 만나며 느낀 것은 마법의 집의 위기가 마드리갈 가족이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간단하다. 그들이 행복감을 느낀다면 마법의 집의 위기가 해결되지 않을까?

브루노는 왜 가족을 떠났을까?

특별한 마법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하여 불행했던 대표적인 인물은 바로 브루노이다. 브루노가 받은 마법 능력은 미래를 볼 수 있는 예언 능력이다. 하지만 그의 예언은 마을에 불행만을 가져다준다며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한다. 단지 그는 미래에 일어날 예언하는 것뿐인데, 오히려 사람들은 그가 예언을 했기 때문에 미래에 불행한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급기야 그는 미래 일어난 마법의 집의 위기가 조카인 미라벨이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스스로 가족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예언 때문에 가족이 불행한 일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없다면, 내가 예언을 하지 않았다면 그런 불길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지도 몰라.'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며 브루노는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결국 가족을 떠나지만 집을 떠나지는 못한다. 그래서 마법의 집에 아무도 모르는 통로 속에서 혼자 숨어 살아간다. 하지만 오지랖 넓은 미라벨이 브루노의 예언을 알아 버렸다. 이제 되돌릴 수가 없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미라벨을 도와 가족에게 불어닥칠 위기를 최대한 막아 내는 것뿐.

[엔칸토 : 마법의 세계]에서 브루노는 굉장히 특별한 캐릭터이다. 마드리갈 가족은 특별한 마법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속으로는 책임감 때문에 불행했을지 몰라도 겉으로는 자신의 마법 능력을 발휘하며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다. 하지만 브루노는 다르다. 미라벨이 '나도 마법 능력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것만큼, 브루노도 '나도 미라벨처럼 마법 능력이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의 모든 불행은 미래 예언이라는 마법 능력 때문이니까. 결국 행복이라는 것은 마법 능력과의 별개라는 것을 브루노는 잘 보여준다. 알마도 가족의 행복을 가장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가족에게 행복보다는 책임감을 강요했고, 그것이 마드리갈 가족에게 닥친 위기이기도 하다.

이 영화가 고3 아들에게 안성맞춤인 이유

나는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자신이 뭐를 좋아하는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내가 그랬다. 커서 뭐가 되고 싶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다. 그저 집안 형편에 맞게 상업계 고등학교를 진학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고졸 학력 가지고는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한다는 냉혹한 현실을 깨닫고 뒤늦게 전문 대학에 진학했고, 상업계 고등학교 졸업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학과를 선택했다. 대학 졸업 후부터 지금까지 내가 졸업한 학과에 맞게 회계 업무를 맡아 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우습게도 나는 숫자를 싫어한다. 흔히 말하는 수포자이기도 하고, 숫자를 잘 기억하지도 못한다. 하고 싶은 일이 없다 보니 그저 내 상황에 맞게 진로를 선택했고, 결국 여기까지 왔다.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회사에서 나는 행복하지 않다. 그저 가장으로서의 의무감 때문에 버티는 것뿐이다.

나는 최소한 내 아들이 나와 같은 인생을 살지 않기를 바란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정확히 알고,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이뤄내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나이 아들은 잘 해내고 있다. 어렸을 적부터 유난히 돌을 좋아하더니 결국 지질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기 위해 지금까지 달려왔으니까. 물론 우리나라 대학엔 지질학과가 별로 없다. (서울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뿐이다.) 졸업 후의 미래도 밝지만은 않다. 아들의 성적이라면 돈 잘 벌고 미래가 보장된 중상위권 대학의 의대, 법대를 갈 수도 있을 테지만 나는, 그리고 아들도 그런 것을 바라지 않는다.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마드리갈 가족이 그러하다. 미라벨을 제외하고 그들은 모두가 사회 우등생이다. 하지만 그들은 행복하지 않다.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않고 할머니인 알마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으니까. 영화 초반 마법의 촛불이 마드리갈 가족에게 마법의 힘을 부여했던 이유는 그들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알마와 페드로의 간절한 소망이 하늘에 닿았기 때문일 것이다. 마법 능력이 있으면 뭐 하나. 행복하지가 않으면 마법의 능력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수능 시험을 끝낸 아들은 [엔칸토 : 마법의 세계]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대학 진로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겠지만, 문제의 해답은 단순하다. 그냥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대학을 선택하는 것. 만약 이번에 안된다면 1년을 더 투자해도 되지 않을까? 1년을 투자해서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 수 있는 평생의 행복을 얻을 수 있다면 말이다. 요즘 너무 까칠한 아들에게 '이 영화 어땠어?'라고 묻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엔칸토 : 마법의 세계]가 가지고 있는 주제가 아들에게 작은 힐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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