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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내가 본 영화들... [스페이스 잼 : 새로운 시대], [나의 문어 선생님], [영원한 남사친]
13  쭈니 2021.10.05 17:5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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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절 대체 휴무까지 낀 3일간의 꿀맛 연휴 기간 동안 아내와 함께 <오징어 게임>을 완주했다. <오징어 게임>의 너무 잔혹한 설정 때문에 몇 차례 악몽을 꾸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재미있어서 중간에 끊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잔혹한 영화, 시리즈물을 볼 땐 두려움을 희석해 줄 착하고, 가볍고, 알록달록한 영화를 봐줘야 한다. 그래서 지난 주말 동안 내가 선택한 영화는 1996년 NBA의 살아 있는 전설 마이클 조던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었던 애니메이션 [스페이스 잼]을 리메이크한 [스페이스 잼 : 새로운 시대]와 2021년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수상한 [나의 문어 선생님], 그리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넷플릭스의 로맨틱 코미디 [영원한 남사친]이다. 서로 전혀 연관이 없는 영화들이지만 <오징어 게임>의 잔인함을 희석시키기에는 딱 정당한 영화들이었다.


[스페이스 잼 : 새로운 시대] - 마이클 조던의 전설을 대체하기엔 역부족

감독 : 말콤 D. 리

주연 : 르브론 제임스, 돈 치들

예전이나 지금이나 나는 농구에 전혀 관심이 없다. 하긴 한국 프로야구를 제외하고는 관심을 가지고 있는 스포츠 자체가 없긴 하다. 그런 나조차도 마이클 조던은 알고 있다. 물론 그가 NBA에서 어떤 활약을 펼쳤고, 어떤 기록을 남겼는지 자세한 것은 모른다. 하지만 그가 NBA에서 그 누구도 넘을 수 없는 살아 있는 전설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그렇기에 1996년에 개봉했던 [스페이스 잼]은 내게 흥미로운 영화였다. [스페이스 잼]은 워너 브라더스의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우주 깡패 집단 너드럭스와의 지구의 운명을 건 농구 시합을 위해 마이클 조던을 소환한다는 내용으로 농구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던 나도 꽤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영화였다.

[스페이스 잼]이 25년 만에 [스페이스 잼 : 새로운 시대]로 리메이크되었다. 벅스 버니를 비롯한 루니 툰 캐릭터들은 건재하지만 문제는 마이클 조던을 소환할 수는 없었다는 점. 마이클 조던 대신 주연을 맡은 NBA 선수는 바로 르브론 제임스이다. 르브론 제임스는 마이클 조던 이후 최고의 농구 선수이자 21세기의 농구 황제로 평가받고 있으며, 역대 최초로 3개 팀에서 파이널 MVP를 차지했다고 한다. 하지만 농구에 전혀 관심이 없기에 마이클 조던은 알아도 르브론 제임스는 모르는 나로서는 아무래도 [스페이스 잼]과 같은 재미를 느끼기엔 힘들었다.

[스페이스 잼 : 새로운 시대]는 부제처럼 [스페이스 잼]과는 다른 새로운 시대를 구축해 낸다. [스페이스 잼]의 빌런이 우주 악당이었다면 [스페이스 잼 : 새로운 시대]의 악당은 워너 브라더스의 서버를 지배하고 있는 알지 리듬(돈 치들)이다. 그는 르브론의 명성을 이용한 각종 콘텐츠를 계획했지만 르브론이 거절하자 그의 아들인 돔 제임스를 서버버스에 납치하여 르브론에게 농구 게임을 제시한다. 돔을 돌려받고 싶으면 농구 게임에서 이기라는 것. 문제는 서버버스에서 벌어지는 농구 게임은 평범한 농구가 아닌 돔이 개발한 기상천외한 농구 게임이라는 점이다. 알지 리듬을 이기기 위해 르브론은 루니 툰 캐릭터들을 모으지만 알지 리듬과 둠이 구성한 최강의 농구팀을 이기기엔 역부족이다. 전반전에서 큰 점수 차이로 뒤진 르브론의 팀은 후반전 대역전을 위해 지금까지이 편견을 깨고 새로운 농구를 구사하기 시작한다.

이 영화는 기본적으로 부자간의 갈등이 주요 내용이다. 돔이 자신처럼 농구 선수가 되기를 바라는 르브론. 하지만 돔은 농구보다는 게임을 만드는데 더 소질이 있다. 그 사이에서 르브론과 돔은 서로 갈등을 하게 되고, 돔이 서버버스에 납치되어 돔이 만들어낸 농구 게임을 하게 된 르브론은 그제서야 돔을 이해하게 되고, 자신이 원하는 돔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돔을 받아들이게 된다. 뭐 너무 뻔하지만 나쁘지 않은 교훈이다.

르브론과 돔의 부자간의 갈등 속에서 [스페이스 잼 :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재미를 관객에게 안겨주려 안간힘을 쓴다. 루니 툰 캐릭터들의 대거 등장은 당연하고, 여기에 그치지 않고 워너 브라더스의 영화 캐릭터를 대거 등장시킨다.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조커를 비롯한 DC 캐릭터와 킹콩, 아이언 자이언트, 마스크, 그리고 해리 포터 캐릭터까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처럼 영화 속에 숨겨진 워너 브라더스 캐릭터 찾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이다. 특히 영화의 긴장감을 유지시켜야 할 서버버스 안에서의 농구 게임 장면은 전반엔 르브론 팀이 크게 지다가 후반전에 극적으로 역전을 하는 너무 뻔한 법칙을 그대로 따른다. 어떻게 단 시간 안에 르브론이 각성을 했는지, 아버지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알지 리듬의 편이었던 돔이 다시 르브론의 편이 되었는지에 대한 서사가 거의 없다시피 하다.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라고 한다. 기껏 동원한 워너 브라더스의 쟁쟁한 캐릭터들도 농구 게임 관중으로 단순 소모되어 큰 의미를 두기 어렵고, 마이클 조던이 우정 출연하나 싶어 큰 기대를 안기다가 마이클 B 조던이 나와 실망과 더불어 실소만 안겨준다. 이 영화 자체만 놓고 본다면 킬링 타임용 영화로 나쁘지 않다. 하지만 나에겐 추억의 영화인 [스페이스 잼]과 비교한다면 아쉽지만 르브론 제임스로는 마이클 조던의 전설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나의 문어 선생님] - 문어의 위대한 희생을 통해 보게 된 삶의 작은 깨달음

감독 : 제임스 리드, 피파 에리치

주연 : 크레이그 포스터

[프라미싱 영 우먼], [사운드 오브 메탈] 그리고 이제 [나의 문어 선생님]까지... 2021년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내가 보려고 했던 영화는 이제 완전히 마스터했다. 사실 나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 선풍적인 흥행을 기록했던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를 보면서도 꾸벅꾸벅 졸았을 정도이니 다큐멘터리 영화는 내 취향이 아님은 확실하다. [나의 문어 선생님]도 마찬가지이다. 편안하게 누워서 영화를 보다가 나도 모르게 두 눈이 감기는 것을 느꼈고, 결국 뻣뻣하게 곧은 자세로 앉은 후에야 영화를 끝까지 볼 수 있었다.

거의 모든 다큐멘터리 영화가 그러하듯이 [나의 문어 선생님]의 내용은 간단하다. 삶에 지친 다큐멘터리 제작자 크레이그 포스터가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 근처의 펄스 만 외딴곳에 있는 다시마 숲에서 프리다이빙을 하다가 우연히 마주친 문어와 교감을 하는 내용이다. 문어의 생활 방식, 사냥법, 그리고 천적인 파자마 상어로부터 어떻게 자신을 방어하는지를 지켜보던 크레이그 포스터는 결국 문어가 수컷 문어와 교미를 하고 많은 알을 낳은 후 알을 돌보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광경을 목격하며 문어의 짧은 삶에서 교훈을 얻는다.

수많은 자연 다큐멘터리가 그러하듯이 [나의 문어 선생님]도 문어라는 동물의 놀랍고도 신비함을 잡아낸다. 조개껍데기를 이용해서 자신의 몸을 숨겨 먹잇감을 사냥하는 영특함, 파자마 상어가 공격을 하자 파자마 상어의 등에 찰싹 달라붙어 위기를 모면하는 재치, 그리고 크레이그 포스터가 자신에게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자 마치 우정을 나누듯 서로 교감하는 모습까지... 문어의 지능이 꽤 높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나의 문어 선생님]은 더욱 상세하게 문어라는 동물의 놀라움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이 영화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후반부, 문어의 희생이다. 수컷 문어와 교미를 한 암컷 문어는 수많은 알을 낳는다. 그리고 그 알을 지키기 위해 아무것도 먹지도 않으며 집을 지킨다. 그리고 드디어 알이 부화하자 모든 기력을 잃고 죽어 간다. 문어의 시체는 물고기들이 뜯어 먹고, 평소 문어를 호시탐탐 노리던 파자마 상어의 입속에 들어간다. 수년 전 TV에서 해준 동물 다큐멘터리에서도 같은 내용이 방영되었었는데, 자신의 자손을 위해 생존을 포기하는 암컷 문어의 희생은 다시 봐도 감동적이다.

[나의 문어 선생님]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문어와 교감을 나누면서도 최대한 다시마 숲의 환경에 개입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크레이그 포스터의 모습이다. 영화 초반 크레이그 포스터는 문어의 천적인 파자마 상어가 근처에 서식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당시 크레이그 포스터는 문어와 특별한 교감을 시작했을 때였기에 파자마 상어를 다른 곳을 쫓아낼지 심각하게 고민한다. 하지만 결국 그는 개입하지 않는다. 그 결과 문어는 파자마 상어의 공격을 받아 다리 하나를 잃지만 3개월에 걸쳐 잃었던 다리를 재생시킨다. 자신의 선택에 교감을 나누었던 문어가 큰 부상을 당했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낀 크레이그 포스터는 다리를 재생시키기 위해 제대로 된 사냥을 하지 못하는 문어를 위해 먹을 것을 문어의 집에 놔두지만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참 대단하지 않은가? 우리는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 생각하고, 우리가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도 자연이 일부분일 뿐이다. 다시마 숲의 문어, 파자마 상어, 그리고 수많은 해양 생물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크레이그 포스터는 다큐멘터리 제작자로서의 사명과 문어와 교감을 나눈 평범한 인간으로서 고민을 하지만 결국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문어의 생과 사를 관찰하고 그 속에서 작은 깨달음을 얻는 것뿐이다. 알을 지키기 위해 생존을 포기한 문어의 마지막 모습을 통해 문어는 크레이그 포스터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는 듯하다. '이보게. 그동안 나를 보러 와줘서 고마웠네. 나의 죽음을 너무 슬퍼하지 말게나. 삶이란 원래 그런 것 아니겠는가.'


[영원한 남사친] - 애인은 못 되고, 남사친만 되는 이유는 용기 때문.

감독 : 찰스 반 타이겜

주연 : 미카엘 뤼미에르

20대 시절 나는 내 주위 여자들에게 그저 남사친일 뿐이었다. 위로 누나, 밑으로 여동생과 함께 생활을 하다 보니 약간 여성스러운 면이 있기도 했고,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해서 내 주위 여자들은 내게 자신의 고민을 풀어 놓곤 했다. 물론 그 주위의 여자들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여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나는 그녀들의 편한 남사친이 되어 버렸고, 결국 내 사랑은 짝사랑으로 끝이 났다. 그때 내가 했던 변명이 '고백했다가 친구 사이도 끝나버리면 어떻게 해'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한심하다. 내가 그들의 남사친으로 머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다른 이유가 없다. 그저 고백할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

[영원한 남사친]의 주인공 티보(미카엘 뤼미에르)도 내 젊은 시절의 모습과 비슷했다. 결혼을 앞둔 여사친의 처녀 파티에 참가한 티보는 주위 사람들에게 게이로 오해를 받는다. 하지만 그는 게이가 아니다. 단지 주변이 여자들이 그를 데이트 상대가 아닌 편한 친구로만 생각하는 것이 문제이다. 그런 그가 로즈라는 여자와 우연히 만나게 된다. 첫눈에 로즈에게 빠져 버린 티보. 하지만 로즈도 티보를 편한 친구로만 생각을 한다. 이에 좌절한 티보를 위해 여사친들이 똘똘 뭉친다. 티보를 최고의 섹시남으로 만들기 위해. 그렇게 티보는 변심을 하고 로즈 앞에 다시 서지만 이미 늦었다. 로즈는 옛 애인 브루노의 품에 다시 안겨 버렸으니...

여자들은 가끔 이런 말을 한다. 나는 착한 남자보다 나쁜 남자에게 더 끌린다고... 이를 곧이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 그녀들이 말하는 착한 남자는 용기가 없어서 주저하는 남자일 뿐이다. 티보가 그렇다. 만약 로즈와 만난 첫날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면, 아니 그녀와의 첫 번째 데이트를 한 날이라도 고백을 했다면, 하지만 그는 결국 고백을 하지 못했고, 그렇게 고백하지 못한 날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로즈는 티보를 친구로 대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티보가 고백을 주저하는 동안 로즈는 나쁜 남자인 브루노의 차지가 된다.

[영원한 남사친]은 로맨틱 코미디의 법칙을 충실하게 따른다. 티보와 로즈의 사랑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로즈는 브루노와 다시 사귀기 시작하고, 티보는 유명 인플루언서와 연애를 하며 자꾸 어긋난다.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답게 결국 티보와 로즈의 사랑이 결실을 맺는 것으로 끝이 난다. 너무 뻔하다고? 그렇다. 로맨틱 코미디는 원해 뻔하다. 그러한 뻔함을 얼마나 로맨틱하게 메꿔 나가느냐가 관건일 뿐이다.

이 영화의 또 다른 장점은 바로 섹시함이다.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답게 로맨틱 코미디와 섹스 코미디의 경계를 왔다 갔다 한다. 특히 티보가 인플루언서와 서귀면서 벌이는 섹스 장면은 화끈하다. 티보를 최고의 섹스 머신으로 변신시키기 위해 여사친들이 말해주는 엄지손가락 사용법도 섹스 코미디의 장점을 잘 살려냈다. 다시 말해 영화를 보며 지루할 틈이 없다는 뜻이다. 영화의 러닝타임이 1시간 28분으로 짧기도 하고...

영화 후반부. 티보는 모든 거짓과 가식을 벗어던지고 로즈에게 솔직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는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사랑에 빠졌고, 로즈에게 남사친으로 남지 않기 위해 섹시남으로 거듭나는 훈련을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는 서실을... 그래, 가끔은 솔직한 것이 도움이 된다. 물론 솔직한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의 솔직한 고백이 거절당할까 봐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효과는 제일 좋다. 20대 시절 '영원한 남사친'이었던 내가 아내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할 수 있었던 이유는 거절당할지도 모르는 위험을 무릅쓰고 빠르게 고백을 했기 때문이다. 결국 용기 있는 자만이 사랑을 얻을 수 있다. '영원한 남사친'들이여. 용기를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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