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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는 우리 인간은 미처 알지 못하는 괴물이 은밀하게 살고 있다... [섀도우 클라우드], [커넥트]
13  쭈니 2021.07.20 11: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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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속의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는 꽤 많다. 드래곤, 요정, 드워프, 트롤 같은 전설 속의 괴물은 이제 판타지 영화의 필수 캐릭터가 되었고, 빅풋이나 흡혈귀, 늑대 인간처럼 이제는 하나의 영화 장르가 되어 버린 존재들도 있다. 이번에 본 두 영화도 마찬가지이다. [섀도우 클라우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의 전투기를 망가뜨리는 요괴로 알려진 '그렘린'에 대한 영화이고(죠 단테 감독의 [그렘린]의 모티브가 된 설화 속의 괴물이다.), [커넥트]는 디지털 기기 반대편에 살고 있는 외로운 괴물 래리에 대한 영화로 요즘 시대를 반영한 공포 영화이다.

두 영화는 배경도 다르고, 괴물의 존재도 다르지만 한 가지 일맥상통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괴물이 은밀하게 우리 인간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대한 공포감이다. 무더운 여름, 영화 속 공포의 존재와 마주해보는 것은 어떨까?


[섀도우 클라우드] - 전쟁 영화? 여성 영화? 크리처 공포 영화? 흥미로운데 기묘하다.

감독 : 로젠느 리앙

주연 : 클로이 모레츠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극비 임무를 맡은 여성 비행장교 개릿(클로이 모레츠)이 이륙을 앞둔 연합군의 폭격기에 탑승한다. 그녀의 임무는 내용물을 알 수 없는 가방을 지키는 것. 하지만 폭격기의 대원들은 갑자기 탑승한 여성인 개릿이 불편하기만 하다. 결국 개릿은 자신을 무시하는 대원들의 비난과 조롱 속에 폭격기 하부에 자리하게 된다. 문제는 그곳에서 폭격기 날개에 매달린 괴물 '그렘린'을 발견한 것. 그러나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일본군 전투기의 폭격까지 받게 되고, 개릿은 '그렘린'과 일본군 전투기에 맞서 가방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건다.

솔직히 [섀도우 클라우드]가 어떤 영화인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클로이 모레츠가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내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이니 전쟁 영화 같기도 하고, 폭격기의 날개에 매달린 괴물에 대한 영화이니 공포 영화 같기도 하고, 아니면 외계인의 침공을 다룬 영화인가 싶기도 했다. 영화를 보기 전의 애매함은 영화를 보고 나서도 비슷했다. 이 영화는 하나의 장르로 규정하기가 애매했다.

일단 영화는 시작 전부터 '그렘린'에 대한 만화를 보여준다. 네이버의 환상동물 사전에 따르면 '그렘린'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영국 공군 소위가 발견한 것으로 이 괴물에게 홀리면 기계나 도구의 상태가 나빠진다고 한다. 영화 시작 전 만화에서도 게으른 공군 대원에게 비행기의 고장은 '그렘린'이 아닌 정비 불량 때문이라며 나무라는데,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비행기의 고장을 '그렘린' 탓으로 돌라는 공군 대원들이 많았나 보다.

[섀도우 클라우드]에서 '그렘린'은 개릿이 탄 폭격기의 날개에 달라붙어 폭격기를 망가뜨린다. 그들이 일본 전투기의 공격을 받았을 때에도 도망칠 수 없었던 이유는 '그렘린'이 폭격기를 야금야금 망가뜨렸기 때문이다. 한 가지 더 흥미로운 점은 '그렘린'이 개릿의 가방에 유독 집착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토대로 개릿이 보호해야 할 가방이 '그렘린'의 알이 아닐까 싶었는데, 영화 중반에 개릿의 아기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긴장감이 바람 빠지듯이 스르륵 빠져 버린다. 그렇다. 결국 이 영화는 아기를 지키기 위한 개릿의 모험담이다. 여기에 어린 나이에 결혼했지만 남편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전쟁에 지원한 개릿이 사랑에 빠져 다른 남자의 아기를 낳았다는 사연이 곁들여지며 영화의 분위기는 갑자기 3류 드라마가 되어 버린다.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그렘린'이라는 괴물이 등장하더니, 주인공은 3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고, 아기를 지키기 위해 갑자기 여전사로 돌변한다. 과연 이 영화를 뭐라 설명해야 할까? 참 기묘한 영화다.

로젠느 리앙 감독은 이 기묘한 영화에 많은 것을 담아 내려 한다. 일단 여성을 향한 남성의 폭력이 이 영화의 기반을 이룬다. 애초에 이 영화의 사건은 개릿이 남편에게 당한 폭력 때문이고, 폭격기의 대원들은 개릿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개릿을 폭격기 하부에 가둬 버리고, 자기네들끼리 개릿을 향해 성희롱을 하며 희희낙락한다. 여기에 제2차 대전에 참가한 여군의 역사가 첨부된다. 실제로 로젠느 리앙 감독은 영화의 엔딩 크레딧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지원한 여군의 영상을 관객에게 보여주며 제2차 세계대전이 남성들만의 영웅담이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이대로만 진행되어도 [섀도우 클라우드]는 여성 영화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을 텐데, 갑자기 '그렘린'이 등장하니 영화가 기묘해진 것이다. 여성 감독 특유의 시선과 문제의식, 그리고 지워진 여성의 역사에 괴물이라니... 분명 [섀도우 클라우드]는 기묘한 영화이긴 하지만 그래도 흥미로운 영화이기도 했다. 실제로 이 영화를 같이 본 아내는 별생각 없이 보다가 결국 끝까지 봤다고 한다. 대부분 영화를 같이 보면 중간에 꾸벅꾸벅 졸았던 아내가 끝까지 봤다는 것은 그만큼 영화가 흥미로웠다는 반증이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자마자 아내가 내놓은 한 줄 평은 '뭐 이런 영화가 다 있어?'이다. 그러한 아내의 이중적인 태도가 이 영화를 표현하는데 딱 알맞다. 흥미로운데 기묘한... [섀도우 클라우드]는 딱 그런 영화이다.


[커넥트] - 스마트폰에 중독된 우리는 모두가 '래리'의 타깃이 된다.

감독 : 제이콥 체이스

주연 : 아지 로버트슨, 질리언 제이콥스, 존 갤러거 주니어

자폐증을 앓고 있는 소년 올리버(아지 로버트슨)는 친구가 하나도 없는 외톨이이다. 그가 유일하게 기대는 것은 스마트폰과 '스폰지 밥' 뿐. 그러던 어느 날 밤, 스마트폰이 스스로 켜지더니 미스터리한 전자책이 화면에 나타난다. 전자책의 내용은 친구가 필요한 외톨이 괴물 래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날 이후 올리버는 스마트폰의 화면 건너편에 살고 있는 괴물 래리의 존재를 느끼게 되고, 올리버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올리버의 엄마 사라(질리언 제이콥스)와 아빠 마티(존 갤러거 주니어)는 올리버를 지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괴물 래리와 맞선다. 하지만 래리는 새로운 친구를 자신이 사는 세상으로 데려가기 전까지 멈추지 않는데...

며칠 전 우연히 카페의 풍경을 본 적이 있다. 연인, 친구들로 보이는 카페 안의 사람들은 모두가 자신의 스마트폰만 쳐다보고 있었다. 저렇게 스마트폰만 쳐다볼 것이라면 왜 서로 만나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커넥트]는 바로 그러한 요즘 시대를 반영하는 공포 영화이다. 디지털 기기 화면 너머 새로운 차원에 살고 있는 괴물 래리는 어느 순간부터 스마트폰에만 의존하는 현대인들의 외로움이 반영된 새로운 괴물인 셈이다.

겁이 많아서 공포 영화를 보지 못하는 내가 [커넥트]를 본 이유는 괴물 래리의 비주얼이 그다지 무섭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팔, 다리가 긴 꺽다리 괴물 정도랄까. 하지만 영화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무서웠다. 래리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라는 것이 영화 초반 공포의 근원이다. 원래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훨씬 무섭다. 래리를 볼 수 있는 방법은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서인데, 그냥 볼 땐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스마트폰 화면으로 볼 때 래리의 모습이 살짝 드러나는 장면은 상당히 섬뜩했다.

그렇기에 영화 후반 래리가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공포의 강도가 약해졌다. 사실 래리의 비주얼이 다른 공포 영화의 크리처와는 달리 그리 무서운 편이 아니기도 했지만 보이지 않아 두려웠던 존재가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을 때의 안도감이라고나 할까. 그러한 영화 후반의 설정이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올리버에게 유난히 집착하는 래리와 올리버를 지키려는 모성애로 똘똘 뭉친 사라의 추격전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언제나 결정적인 순간에 아빠는 뒤로 빠진다.)

영화의 결말은 의외였다. 원래 이런 유의 영화는 주인공과 주인공 가족이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 끝에 괴물을 무찌르고 끝이 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기에 당연히 올리버와 사라가 어떻게 래리를 무찌를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며 영화를 봤는데, 내 예상과는 달리 올리버도, 사라도, 결코 래리를 무찌르지 못한다. 현대인의 스마트폰 중독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듯이. 래리는 언제나 그랬듯이 스마트폰에 중독된 외로운 현대인들을 새로운 타깃으로 삼으며 스마트폰 너머의 세상에서 호시탐탐 우리들을 노리고 있을 것이다.

7월 28일 안병기 감독의 2002년 공포 영화 [폰]이 재개봉된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여름이면 공포 영화를 챙겨보던 내게 [폰]은 [가위]와 더불어 상당히 무서웠던 공포 영화로 기억된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안병기 감독, 하지원 주연이다.) [폰]은 휴대폰을 매개체로 한 공포 영화인데 20년 전에 그런 영화를 만들 수 있었다니 안병기 감독의 안목은 대단하다. 그런 의미에서 [커넥트]는 [폰]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는 영화였다. 그나저나 [커넥트]를 스마트폰으로 보던 나는 내 스마트폰에 괴물이 튀어나올 것 같아 밝은 실내에서 스마트폰을 최대한 멀리 떨어뜨려 놓고 봐야 했다. 역시 겁쟁이인 내게 공포 영화는 무리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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