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지만 매끈한 A급 영화가 재미있다. 거대한 자본이 투입되었고, 오랜 시간에 걸쳐 최고의 영화 전문가들이 모여 정성껏 만들어진 영화들은 제작비 회수를 위해 관객의 입맛에 완벽하게 맞춰져 있다. 하지만 음식도 그렇다. 매일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1급 셰프의 요리만 먹을 수는 없는 법이다. 가끔은 비위생적인 길거리 음식이 먹고 싶을 때도 있고, 내 몸에게 반항을 하고 싶어서 불량 식품에 입안에 우걱우걱 집어 놓고 싶을 때도 있다. 영화도 그렇다. 매끈한 A급 영화가 당연히 더 재미있지만, 가끔은 저예산 B급 영화가 궁금해질 때도 있다. 이번에 소개할 [인천스텔라]와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는 B급을 넘어 스스로 C급임을 선언한 영화들이다. 과연 A급 영화와는 다른 이들 영화만의 재미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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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텔라] - 노골적인 뻔뻔스러움을 구경하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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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백승기

주연 : 손이용, 강소연, 정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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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년 전 ASA(아시아항공우주국)에서 포착한 정체불명의 구조 신호는 갬성에 닿을 수 있는 우주선의 설계도가 담겨 있다. ASA의 박선호(권수진) 박사는 이를 상부에 보고 하지만 한국말로 되어 있는 구조 신호에 상부에서는 누군가의 장난이라며 무시해버린다. 27년 후, 선호의 죽음으로 홀로 딸, 남규진(강소연)을 키우고 있는 ASA의 탐사 대원 남기동(손이용)에게 '인천스텔라' 프로젝트가 통보된다. 규진이 엄마가 남긴 우주선 설계도를 ASA에 넘겼고, ASA에서는 설계도대로 우주선을 제작한 것이다.

기동을 비롯한 ASA의 탐사 대원들과 '인천스텔라'를 제작한 엔지니어 차승연(정광우)는 갬성으로의 탐사를 떠난다. 하지만 탐사 도중 블랙홀을 만나 기동이 낙오하게 된다. 탐사팀은 우여곡절 끝에 갬성에 도착하지만 갑작스러운 우주 폭풍에 휘말려 승연만 갬성에 남게 된다. 홀로 갬성에 남게 된 승연은 구조 신호를 보내고, 그가 보낸 구조 신호는 시간을 거슬러 27년 전 ASA의 선호에게 포착된다. 한편 블랙홀에 갇힌 기동은 규진에게 신호를 보내고, 기동의 신호를 받은 규진은 박스가 갬성과 연결된 통로라는 사실을 깨닫고 승연을 구하기 위해 갬성으로 향한다.

제목부터가 [인터스텔라]를 연상시키는 [인천스텔라]는 영화의 내용도 [인터스텔라]를 패러디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만든다. 물론 어느 인터뷰에서 백승기 감독은 [인터스텔라]가 개봉하기 전부터 [인천스텔라]의 내용을 구상했다고 밝혔다. 뭐 그럴 수 있다. 우주라는 공간은 우리 인류가 밝혀내지 못한 무한한 수수께끼를 가지고 있고, 그 덕분에 뛰어난 이야기꾼들에게 다양한 영감을 안겨주기도 하니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과 백승기 감독이 비슷한 이야기를 만들어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기본적인 것은 백승기 감독의 구성이었을지도 모르지만 기동이 블랙홀에서 규진에게 신호를 보내는 장면만큼은 노골적으로 [인터스텔라]를 따라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물론 진실은 백승기 감독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백승기 감독은 이미 [숫호구], [시발, 놈 : 인류의 시작], [오늘도 평화로운]을 통해 끊임없이 C급 영화를 만들어온 장인이다. 특히 [시발, 놈 : 인류의 시작]은 제목 그대로 인류의 시작인 시발(始發) 놈에 대한 이야기로 영화의 만듦새와는 별도로 기발한 이야기로 꽤 화제가 되었던 C급 영화의 걸작이기도 하다. (백승기 감독이 창립한 꾸러기 스튜디오는 C급 무비 전문 제작사라고 스스로를 홍보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백승기 감독의 [인천스텔라] 이전 영화를 아직 보지는 못했지만 (언젠가 [시발, 놈 : 인류의 시작]은 볼 생각이다.) [인천스텔라]만 놓고 본다면 그다지 만족스러운 결과물이라 할 수는 없다.

C급 영화의 장점이라면 A급 영화에서는 하지 못했던 기발한 이야기이다. A급 영화가 하지 않은 이유는 흥행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저예산 C급 영화라면 흥행성이 없는 이야기도 얼마든지 천연덕스럽게 관객 앞에 풀어 놓을 수 있다. 그것이 C급 영화의 정체성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인천스텔라]는 앞서도 언급했듯이 이미 [인터스텔라]가 했던 이야기를 비슷하게 반복할 뿐이다. 상황이 그러하니 [인천스텔라]를 보느니 [인터스텔라]를 한 번 더 보는 것이 낫다는 푸념이 생길 만도 하다. 결국 [인천스텔라]는 새로운 이야기가 없는 C급 영화이다. 그 사실만으로도 치명적인 약점이다.

하지만 [인천스텔라]만의 새로움도 분명 존재한다. 특히 영화에서 PPL를 이용하는 방식이 새롭다. 아예 대놓고 PPL를 홍보하는데 카페 '산딸기크림봉봉', 폰게임 '고양이수산시장', 치킨집 '치킨이쪼아' 등을 노골적으로 홍보한 후 돈이 들어오는 소리를 삽입하는 뻔뻔스러움은 C급 영화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게다가 냉장고 박스가 우주로 통하는 통로라는 주장은 어이없긴 하지만 C급 영화이니 웃고 넘어갈 수 있다. [빽 투 더 퓨쳐]의 드로리안을 닮은 우주선과 갬성에서 은박지 돗자리를 메고 다니고, 홈키퍼 매트로 갬성의 토지를 분석하는 등 백승기 감독은 뻔뻔스러움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는다. 그러한 뻔뻔스러움이 바로 C급 영화라고 주장하는 것처럼... [인천스텔라]는 뻔뻔스러움을 구경하는 재미만큼은 분명 충분했던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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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 - 영화보다는 소극장 연극이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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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최은종

주연 : 조병규, 배누리, 이현웅, 태항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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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 외계인이 침략했다. 노란색 액체 외계인들은 먼저 바이러스를 퍼트려 인류를 몰살하고, 살아남은 인류의 몸을 차지하여 육체와 정신을 지배함으로써 지구를 정복하려 한다. 수년 전, 우연히 부상당한 외계인을 치료하고, 그 외계인으로부터 노란색 액체 외계인의 존재를 알게 된 맹봉학 박사는 그러한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려 했다 하지만 아무도 맹봉학 박사의 말을 믿지 않았고, 결국 맹봉학 박사는 외계인 연구 동호회를 만들어 외계인에 맞서 싸울 대책을 강구한다.

노란색 액체 외계인의 지구 정복이 시작되자 동호회 회원들은 계획대로 지하 벙커에 모인다. 동호회 멤버는 아니지만 멤버 중 한 명인 배수진(배누리)의 전 애인 도건태(조병규)까지 모두 여덟 명의 멤버가 벙커에 모이지만, 맹봉학 박사는 행방을 알 수가 없고, 대신 맹봉학 박사의 조교인 민두환(이현웅)이 리더로 나선다.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안전한 줄 알았던 벙커에 노란색 액체 외계인이 침입하여 여덟 명 중 한 명의 몸속에 들어간다. 노란색 액체 외계인이 인간의 몸과 영혼을 완전히 지배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약 40분. 그 안에 노란색 액체 외계인에게 지배당하는 사람을 찾아 없애야 한다. 과연 누구일까?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가 개봉한 지난 2월은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이 막 종영했을 때이다. <경이로운 소문>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조병규가 주연을 맡은 SF 스릴러 영화라니... 당연히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에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영화의 예고편만 봐도 B급의 향기가 풀풀 흩날리니, 이 영화를 굳이 극장에서 볼 필요성까지는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그러한 내 선택은 아주 탁월했다.

확실히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는 B급 영화이다. 조병규, 태항호 등 나름 얼굴이 알려진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SF 장르답지 않게 철저하게 저예산으로 촬영이 되었다. 영화의 모든 장면은 좁은 벙커 안에서 진행되고, 출연 배우도 굉장히 한정되어 있다. 노란색 액체 외계인을 무찌를 무기는 물파스가 담긴 물총이다. 뭐 이 정도면 영화의 스케일은 C급 영화를 지향하고 나선 [인천스텔라]보다 못하면 못했지 낫지는 않다.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한 엄중한 상황에서 벙커 안의 풍경은 무슨 코미디 영화를 보는 것만 같다. 태하명(태항호)은 먹을 것만 밝히고, 백마탄(김규종)과 윤미미(윤재)는 난데없는 닭살 로맨스를 펼친다. 스톤창(전재형)의 영어, 윤진상(윤진영)의 진상 짓거리도 한심하다. 그 와중에 도건태는 삐딱선은 어이가 없기까지 하다. 아마도 최은종 감독은 인류 멸망의 순간, 벙커에 모인 인간 군상의 민낯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라 생각되는데 너무 장난스럽게 표현되어 그저 실웃음만 나올 뿐이다.

물론 결말은 꽤 신선한 편이었다. 노란색 액체 외계인 입장에서 인간이 외계인이니,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라는 제목부터가 이중적이다. 그래도 영화를 보고 나서 들었던 생각은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는 영화가 아닌 소극장 연극이 더 어울렸을 것이라는 점이다. 1시간 19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 동안 그냥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돈 내고 볼만한 영화는 아니었다. 차라리 연극이라면 현장에서 배우들의 코믹 연기를 보는 재미라도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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