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벼락부자"의 유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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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실부모하고 친척집을 전전하던 순둥이는 부모가 남긴 논 서 마지기 문서를 들고 외삼촌 집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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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변치 못한 외삼촌이란 인간은 허구한 날 투전판을 쏘다니더니 금쪽같은 순둥이의 논 서 마지기를 날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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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이 된 순둥이는 외삼촌 집을 나와 오씨네 머슴으로 들어갔다. 법 없이도 살아갈 착한 순둥이를 모진 세상은 끊임없이 등쳐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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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슴으로 죽어라 일을 해서 계약한 3년이 꽉 차자 오씨는 이런저런 핑계로 새경을 반으로 깎아버렸다. 사람들은 사또에게 고발하라고 했지만 순둥이는 관가로 가다가 발걸음을 돌려 주막집에서 술을 퍼마시고 분을 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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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밖에 못 받았지만 그 새경으로 나지막한 둔덕산을 하나 샀다. 골짜기에 한 칸짜리 초가집을 짓고 밤낮으로 둔덕을 일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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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은 나를 속이지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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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를 악물고 잡목을 베어 내고 바위를 굴려내고 돌을 캐냈다. 한 뼘 한 뼘 밭이 늘어나는 게 너무나 기뻐 어떤 날은 달밤에 혼자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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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새경이 바닥날 때쯤 한 마지기 남짓 일궈 놓은 밭에 조와 메밀을 심어 양식을 하고, 겨울이면 읍내에 가서 엽전 몇 닢에 남의 집 통시를 퍼 주고 그 똥통을 메고 와서 밭에다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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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 땅이 녹자마자 또다시 화전을 일구기를 5년... 둔덕산은 번듯한 밭으로 변했다. 그해 봄, 순둥이는 콩 세 가마를 장리로 들여와 밭에 심기 시작했다. 콩을 심는 데에만 꼬박 이레가 걸렸다. 콩을 다 심고 순둥이는 주막으로 내려가 술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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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에서 일하는 열아홉 살 주모의 질녀 봉선이를 점찍어 두고 가을에 콩을 추수하면 데려다 혼례를 올리겠다고 마음먹고 주모의 귀띔도 받아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부슬부슬 밤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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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천지신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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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둥이는 두 팔을 벌리고 비를 맞으며 하늘을 향해 절을 했다. 단비는 땅 깊숙이 스며들어 흙속의 생명들을 일깨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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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언제 비가 왔냐는 듯이 하늘은 맑고 남풍은 불어 대지를 따뜻하게 했다. 며칠 후 노란 콩싹들이 올라와 떡잎을 활짝 펼쳤다. 콩은 쑥쑥 자라 한여름이 오기 전에 땅을 덮었다. 겨울마다 똥지게로 퍼 나른 인분 거름을 먹고 콩잎은 싱싱하게 팔을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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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되자 콩잎은 노랗게 물들어 떨어지고 포기마다 주렁주렁 콩만 남았다. 순둥이의 입이 귀에 걸렸다. 순둥이는 콩을 뽑아 둔덕 위에 쌓기 시작했다. 달을 보며 별을 보며 콩을 뽑아도 힘든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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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가 이거 갖다주라고 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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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이가 노란 저고리를 차려입고 한 손엔 막걸리 호리병, 또 한 손엔 부침개와 찐 고구마를 들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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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아, 나는 부자여. 이 콩이 마른 후 타작을 하면 스무 섬은 나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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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병째로 벌컥벌컥 막걸리를 들이킨 순둥이는 와락 봉선이를 껴안았다. 입이 입에 틀어막혀 말을 못하고 손으로 토닥토닥 순둥이 가슴을 치던 봉선이 손이 어느새 순둥이 목을 감싸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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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둥이의 억센 손이 봉선이의 치마를 올리고 고쟁이를 벗겨 내렸다. 순둥이는 윗옷을 벗어 콩더미 옆에 깔고 봉선이를 눕혔다. 달빛을 머금은 스물다섯 순둥이의 구릿빛 등짝과 엉덩이가 물결치자 봉선이는 가쁜 숨만 몰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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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둥이는 마지막 큰 숨을 토해 내고 옆으로 쓰러지며 구수한 흙냄새를 맡았다. 어머니의 젖냄새 같기도 하고 아버지 등짝에 업혔을 때의 땀냄새 같기도 한 흙냄새! 흙을 한 움큼 쥐고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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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아, 이건 황금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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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매무새를 고쳐 입은 봉선이는 부끄러운 듯 빈 호리병을 들고 휑하니 가 버렸다. 바닥에 깔았던 순둥이의 옷에 선명한 핏자국이 비린내를 뿜었다. 순둥이가 콩을 뽑아 둔덕 위에 쌓아 올린 더미가 집채보다 커졌다. 가을볕에 콩은 말라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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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깍지가 저절로 벌어질 때쯤 멍석을 대여섯 장 깔고 타작을 할 참이었다. 순둥이가 주막에서 점심을 먹을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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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릉 쾅~ 짜자자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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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찢고 땅을 가를 듯이 마른번개가 너댓 차례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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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둥이 여기 있는가? 빨리 나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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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함 소리에 뛰쳐나간 순둥이는 그만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멀리 둔덕에 쌓아 둔 콩더미에서 연기가 치솟는 것이다. 순둥이가 달려가고 동네 사람들이 뒤따랐지만 마른 콩더미의 불길은 아무도 잡을 수가 없었다. 새까만 숯덩이만 남은 둔덕에서 순둥이는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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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나를 속이고, 땅도 나를 속이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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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선이도 눈물을 펑펑 쏟아내고 동네 사람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순둥이는 목을 매려다 봉선이가 입덧을 하는 통에 생각을 바꿨다. 그렇게 술로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검은 두건을 쓰고 긴 수염을 늘어트린 채, 옥색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노인 한 분이 주막으로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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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 맞은 콩 주인장 계시오? 소문을 듣고 찾아왔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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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둥이가 나가자, 범상치 않은 그 노인은 새까맣게 탄 콩 한 자루를 쓸어담아 데리고 온 사동의 등에 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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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해 온 돈이 이것뿐이오. 벼락 맞은 콩은 자고로 진귀한 명약이요. 내 이것으로 시험해 보고 다시 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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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떠난 후 받은 전대를 열어 본 순둥이는 깜짝 놀랐다. 콩 열 섬 값이 넘었다. 소문을 듣고 팔도강산의 명의들이 쉼 없이 찾아왔다. 순둥이는 새까맣게 탄 콩 가마니를 쌓아 두고 찾아온 의원들에게 팔았다. 벼락 맞은 콩은 욕창, 등창, 문둥병 특효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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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짓달 스무이레, 그날따라 봄날처럼 따뜻했다. 온 동네 잔치판이 벌어졌다.

순둥이와 배가 살짝 부른 봉선이의 혼례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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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후 순둥이가 벼락 맞은 콩을 팔아 갑자기 부자가 된 것에서 유래하여 '벼락부자'라는 말이 생겼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는 것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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