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앞에는 청마의 "행복"이라는 시가 적혀 있는데,

그 행복이라는 시에 등장하는 우체국이 바로 이곳 통영중앙우체국이다.

그것을 기념해 조만간 "청마우체국"으로 이름이 바뀔 거라는 얘기도 있다.

행복 / 청마 유치환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

행길을 향한 문으로 숱한 사람들이
제각기 한 가지씩 생각에 족한 얼굴로 와선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께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
세상의 고달픈 바람결에 시달리고 나부끼어
더욱더 의지 삼고 피어 헝클어진
인정의 꽃밭에서
너와 나의 애틋한 연분도
한 방울 연련한 진홍빛 양귀비꽃인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통영의 가장 번화가 중 하나인 항남 1번가는 "초정거리"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봉선화> <백자부> 등의 시조로 유명한 초정 김상옥 선생의 호를 딴 것이다. 

대도시의 번화가보다는 초라하지만,

그래도 많은 상점들이 밀집해 있는 이곳이 굳이 초정거리로 불리는데는 이유가 있다.

초정 김상옥 선생의 생가터비는 어느 막다른 골목길 안에서 찾아냈다.

상가로 개조되긴 했어도, 이 건물은 그가 살던 건물을 허물지 않고 그대로 남겨둔 것이라고 하는데...

그의 생가터 기념비와 벽에 붙어있는 소개글 하나...

아주 소박한 노천박물관이지만, 지나는 길 위에서 만나는 것이라 그런지 훨씬 더 정겹긴 하다.

상점들 사이에 위치해 있는 초정 김상옥 선생의 상.

긴 코트 휘날리며 살포시 빵모자 눌러쓰고 멋있게 앉아 있는 모습에,

이곳 이야길을 걷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저~ 사진 한번 같이 찍어도 될까요? 선생께 청하게 된다.

보도블록에 틈틈히 박혀있는 그림들!

처음엔 멋모르고 지나다가, 어느 순간 발걸음을 멈춰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그림에서 풍기는 색채에서 어떤 이름 하나가 쓰쳤기 때문이다.

전! 혁! 림!

통영의 바다빛과 똑같다는 코발트 블루를 좋아해

그의 그림을 보면 모든 그림에 코발트 블루가 들어있다는...

거리 보도블록에서 만나는 그의 그림을 보면서도

"역시 코발트 블루~"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통영 남망산조각공원!

산으로 나있는 산책길에 조각작품들이 즐비하다.

조각작품도 구경하고, 멀리 통영 앞바다도 내려다보며 걷는 이 길 역시 토영 이야길이다.

울창한 나무숲 사이로 걷다보니 아니나다를까...

반가운 분이 기다리고 있다.

초정...그리고 그의 시비

백자부(白磁賦) / 초정 김상옥

찬 서리 눈보라에 절개 외려 푸르르고
바람이 절로 이는 소나무 굽은 가지
이제 막 백학(白鶴) 한 쌍이 앉아 깃을 접는다.

드높은 부연(附椽) 끝에 풍경(風磬)소리 들리던 날
몹사리 기다리던 그린 임이 오셨을 제
꽃 아래 빚은 그 술을 여기 담아 오도다.

갸우숙 바위틈에 불로초 돋아나고
채운(彩雲) 비껴 날고 시냇물도 흐르는데
아직도 사슴 한 마리 숲을 뛰어 드노다.

불 속에 구워내도 얼음같이 하얀 살결
티 하나 내려와도 그대로 흠이 지다.
흙 속에 잃은 그 날은 이리 순박(淳朴)하도다. 
 

남망산 꼭대기에 올라서서 보니, 한려해상국립공원인 남해바다가 보인다.

저 바다를 보며, 누구는 저 바다와 같은 스케일의 글을 쓰고, 누구는 파도소리를 닮은 음악을 만들었으며

누구는 저 빛깔을 담은 그림을 그렸으리라...

바다의 땅이라고만 여겼던 통영!

그 곳엔 예술이 살아 숨쉬고 있었고,

'이야길' 이라는 이름을 가진 그 길 위에서

우리는 그들의 삶과 사랑을 만난다.

<토영 이야길 1코스 약도 : 사진 출처-경남의 걷고 싶은 길(http://gil.gntou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