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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산다는 것, 행복할 때도 많지만 힘들 때도 참 많습니다.
엄마로 사는 것이 제일 힘들지만 아내 노릇, 며느리 노릇, 딸 노릇까지 해내려니 버거운 것이 사실이죠.
그 힘겨운 일상에서 지쳐 주저앉고 싶을 때 남편이 다독여주고, 햇살 같은 말 한마디 건네주면 다시 힘이 나지요.
하지만 든든한 아군이 되어주리라 생각한 남편이 무시하고 무관심하면 아내는 설 곳이 없습니다.
남편이 무시해서 속상하다는 아내들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 어떻게 극복하는지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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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면 아는 척 말고 찾아보라고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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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무개씨는 남편과 있을 때 자녀가 공부하다 뭔가 질문하면 그 자리에서 가르쳐주지 않는다. 아이 손을 잡고 방으로 슬며시 들어가 문을 꼭 닫는다. 남편 앞에서 아이에게 잘못된 지식을 전달하다가 몇 번 무안을 당한 후로 사소한 것에도 주눅이 든다.
“어려운 것도 아닌데 갑자기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가르쳐줬는데 완전 반대인 거예요. 갑자기 남편 눈초리가 올라가더니 모르면 아는 척 말고 찾아보라고 하라는 거예요. 그 후론 아이가 뭘 물으면 남편이 ‘엄마는 몰라. 사전을 찾던지 인터넷 검색해봐’ 이래요.”
김씨는 남편이 아이들 앞에서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는 게 서운하다. 4년제 대학을 나왔고 학창 시절 공부를 못한 것도 아니지만, 가사와 육아에 전념하며 살다 보니 배운 것을 많이 잊은 건 사실이다. 반면 남편은 아직 학창 시절에 배운 것도 잘 기억하고, 수학 문제도 잘 푼다. 김씨 본인도 그 차이를 잘 아는데 있는데 입 밖으로 표현하니 기분이 나쁘다.
“신문이라도 열심히 읽으라는 둥, 잠 덜 자고 책 좀 보라는 말을 하면 기분이 너무 나빠요. 그렇다고 아이들을 맡아서 가르치지도 않으면서 무시하는 말만 하니 이젠 아이들도 엄마가 정말 모르는 게 많은 줄 아는 것 같아요.”
무식하지 않다고 대꾸하기도 치사스럽고, 혼자 공부하기에는 우스워 속만 앓고 있다.
이아무개씨는 외국 여행이 부담스럽다. ‘땡큐, 쏘리’ 정도밖에 못 하는 실력이니 외국에 나가면 입 다물고 있다 와 창피스럽다. 아이들도 간단한 대화는 하고, 남편은 외국인과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다. ‘영어 못하는 사람이 나뿐이냐?’라고 당당하게 나가고 싶은데 문제는 남편의 태도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남편과 첫 외국 여행을 갔다. 남편은 골프를 치러 나가고 이씨가 아이들 점심을 먹여야 했는데,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미리 밥값을 지불했는데도 돈을 내고 밥을 먹은 것이다. 사실을 안 남편은 ‘대학을 나오고도 그 말 한마디 못하냐, 공부 시간에 뭐 했냐, 애들 맡기고 어디도 못 가겠다’며 핀잔을 줬다. 남편은 지금까지도 외국에 나가면 아이들에게 ‘엄마 영어 한마디도 못 하니 잘 보살피라’고 말한다. 그때마다 ‘한국에 돌아가면 열심히 공부해서 깜짝 놀라게 해주리라’ 다짐하지만 돌아오면 그뿐, 일상이 바빠 제자리다. 이씨는 이제 다른 방법으로 극복하기로 했다. 인정하기로 한 것이다.
“엄마 영어 못 하니 잘 보살피며 다녀라. 안 그럼 엄마 국제 미아 돼서 너희는 엄마 없는 애들 되고 당신은 홀아비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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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몸매에 뭘~ 외모로 무시하는 남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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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아무개씨는 결혼 16년 차 주부. 몸매에 신경을 쓰지 않으니 어느새 중년 부인 몸매가 되었다. 다이어트 결심을 여러 번 해보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남편은 틈만 나면 전씨 배를 만지면서 “셋째는 언제 나오냐”고 놀린다. 화장을 하면 “그 얼굴에 그린다고 호박이 수박 되냐”는 표현도 서슴지 않는다. 아이들 키우느라 바빠서 그렇다고 말하면 “다른 와이프들은 아이 키우면서도 몸매만 잘 가꿨더라”는 말로 상처를 준다. 처음엔 농담으로 받았는데 횟수가 거듭되니 이젠 무시하는 말로 들린다고. 기분 나쁘니 그만 하라고 남편에게 진지하게 말한 적도 있다.
“기분 나쁘면 나쁜 만큼 신경 써서 몸매 관리를 하라더군요. 그런데 살이 그렇게 쉽게 빠지나요? 저 먹자고 식단 짜는 주부가 몇이나 되겠어요? 이런 얘기를 하면 다 핑계래요. 당신이 자꾸 그러면 나를 무시해서 그러는 걸로 들린다고 했더니 무시하는 것 맞대요. 자기 관리 안 하는 사람은 무시당해도 된다면서요.”
김성현(45·서울 용산구 이촌2동)씨는 자타가 공인하는 살림꾼. 많지 않은 월급으로 아끼며 살다 보니 자신을 위해 돈 쓰는 일에는 인색할 수밖에 없다. 티셔츠에 바지 차림으로 지내다가 큰맘 먹고 원피스를 장만했다. 남편에게 자랑하고 싶어 화장도 곱게 하고 원피스를 입었다. “나 어때? 예쁘지?” 하는 아내에게 남편의 대답은 “몸하고 옷이 따로 놀아. 그 몸에 어울리는 게 뭐 있겠냐?”라는 말이었다.
“빈말이라도 괜찮다고 하면 어때서?” “그럼 정말 괜찮은 것으로 착각할까 봐. 당신 몸매 장난 아냐. 다리는 짧고 무 다리에 원피스가 어울리냐!” “내가 원래 이랬어? 옛날엔 예뻤어!” “아니, 당신 원래 그랬어. 몸매 꽝이야.”
그동안 몸매를 가지고 놀릴 때면 장난이려니 했는데 진심이었음을 그제야 알았단다. 김씨는 요즘 소심한(?) 복수 중이다. 남편 밥상에는 일부러 반찬을 덜 올린다. 투정하는 남편에게 “몸매가 안 돼서 옷이라도 잘 입으려고. 옷을 사니 돈이 없네”라고 말한다. 몸매 괜찮다고 항복할 때까지 계속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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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집 아내 좀 보고 배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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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남편은 뭐든지 비교해서 절 무시해요. 옆집 애가 1등 했다고 하면 ‘그 집 엄마가 잘 가르쳤나 보다’, 누구네 집 넓혀서 이사했다고 하면 ‘그 집 아내가 살림 잘했나 보다’, 남편 승진했다 하면 ‘남편 기 잘 살려줬나 보다’ 해요. 그리곤 말끝에 ‘당신은 뭐 했어?’ 이래요.”
오선경(42·서울 마포구 상암동)씨는 비교하는 남편과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 비교당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쁜데 무시하는 투로 애기하면 더 기분이 나쁘니 그러지 말라고 하면 남편은 열등감이 있어서 그렇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비교당해서 우위에 있으면 비교하는 것이 오히려 즐거울 것이니 노력하라고 한다는 것. 오씨도 다른 집 남편과 비교해서 ‘그 집 남편 요즘 사업도 잘 되고 아내에게도 잘한다더라’ 했다가 말로 받았다. 처가에서 돈을 대주니 편하게 사업해서 그렇다며 그런 마누라한테 당연히 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더란다. 남편의 태도에 자존심이 상해서 이혼까지 생각했다는 오씨. 그러나 지금은 남편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자주 싸우니 아이들이 불안해한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TV를 보는데 부부싸움 하는 장면이 나오자 아이가 엄마 아빠도 저렇게 싸우다가 이혼하느냐고 물었다는 것. 오씨는 이 일을 계기로 남편과 솔직한 대화를 나눴다.
“무시하는 말을 하면 죽고 싶을 정도로 기분 나쁘니 불만이 있거나 고쳐야 할 점이 있다면 좋은 투로 말해달라고 했어요. 그 말을 하고 나니 눈물이 주르륵 나는 거예요. 남편이 너무 놀라 그렇게 속상해하는 줄 몰랐다고 사과했어요.”
남편은 아내가 너무 무심해 보여 노력하라는 뜻에서 한마디 했는데 발끈해서 받아치니 기분이 상해 자주 비교하는 식으로 이야기했다는 것. 아내도 농담하는 것처럼 얘기해서 상처 받는지 몰랐다고 했다. 오씨 부부는 진실한 대화를 통해 서로 앙금을 풀고 지금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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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력 없다고 무시하는 남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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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들이 남편의 눈치를 보는 가장 큰 이유는 경제력 때문일 것이다. 결혼 전 사내 커플이던 변아무개씨는 회사 사정을 알기에 더 남편 눈치를 본다며 힘들어한다. 나이 먹어가면서 남편의 돈 버는 유세는 더 심해졌다. 늦었다고 한마디하면 ‘밖에서 돈 벌자면 늦기 싫어도 늦게 된다’ ‘더러워도 처자식 생각해서 참고 다닌다’ ‘집에서 편히 돈 받아 쓰면서 무슨 불만이 그렇게 많냐’는 말로 기분을 상하게 한다. 집에서도 바쁘다고 말하면 ‘눈치 보고 비위 맞추는 아니꼬운 일은 없지 않느냐’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어서 참자고 하면 이어지는 말이 ‘벌 능력이 없으면 불리는 능력이라도 있든가’한단다. 경제적인 부분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인지라 참고 있지만 너무 힘들다고.
부부 관계 전문가들은 부부 사이는 말 한마디가 독이 되기도, 힘이 되기도 하기에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이가 멀어지는 부부들의 경우 자신의 생각과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배우자에게 전달하지 못해 갈등을 겪는 일이 많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만, 반복됨에 따라 자신도 모르게 불만이 쌓인다고. 서울가정문제상담소 김미영 소장은 “서로 다른 인격체가 만나 잘 살기 위해서는 인내와 희생이 필요하다”며 “결혼 생활 중에 갈등이 생길 때는 서로 상처 받지 않게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공정하게 갈등을 치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불만 없는 아내가 없듯 불만 없는 남편도 없으므로, 상대방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공유할 기회를 만들라고 조언한다. 먼저 상대방에게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대화를 시도하라고 말한다. 자신의 느낌을 솔직하지만 공격적이지 않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고, 자신이 말하는 것이 상대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 듣는 사람은 자신이 이해한 것이 정말 상대가 원하는 것인지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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