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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김 호호 불며 후루룩 마시던 쇠고기국밥 한 그릇
이지데이 이지데이 2007.12.18 17: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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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끈한 쇠고기 국밥 한 그릇

초겨울이 다가오면서 찬바람이 목덜미를 싸늘하게 휘감을 때마다 눈앞에 아른거리는 음식이 있다. 시린 몸과 마음을 따스하게 데워주는 따끈한 쇠고기국밥 한 그릇. 특히 요즈음처럼 낮과 밤의 기온 차이가 심한 늦가을 저녁 무렵에는 더더욱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따끈한 쇠고기국밥 한 그릇이 몹시 그리워진다.

춥고 허기진 날 저녁, 어둑한 재래시장 한 귀퉁이에서 인상 좋아 보이는 아낙네가 커다란 뚝배기에 하얀 쌀밥을 담아 푸짐하게 퍼주는 맛깔스러운 쇠고기국밥 한 그릇. 콩나물과 무, 갈빛 쇠고기가 듬성듬성 섞인 그 따끈한 쇠고기국밥 한 그릇을 소주 한잔과 함께 게눈 감추듯 뚝딱 비우고 나면 추위든 그 무엇이든 두려울 게 하나도 없다.

쇠고기국밥은 잔치집이나 상가에서 빠지지 않는 음식이다. 물론 서울이나 중부지방에서는 잔칫날 국수를 내고, 초상이 나면 쇠고기국밥을 내지만, 남녘지방에서는 잔치집이든 초상집이든 반드시 쇠고기국밥을 낸다. 남녘지방에서는 아무리 어렵고 가난해도 잔치집이나 초상집에서 쇠고기국밥이 빠진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요즈음에야 흔해 빠진 게 쇠고기국밥이고, 쇠고기국밥을 잘 먹지도 찾지도 않아 찬밥 신세지만 예전엔 쇠고기국밥 한 그릇 먹기가 참으로 어려웠다. 마을에서 잔치가 벌어지거나 초상이 날 때가 아니면 일년 내내 있어도 쇠고기국밥 한 그릇 구경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였다.

쇠고기와 콩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쇠고기는 동물성 단백질과 비타민 A, B1, B2가 있어 영양가가 높고 맛이 뛰어난 고단백 식품이다. 쇠고기에 들어 있는 영양가와 맛이 오죽 뛰어났으면 쇠고기를 잘 먹지 못하던 가난한 시절에 콩을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 하여 쇠고기 대신 울며겨자먹기로 자주 먹었겠는가.

그렇다고 콩의 영양가를 깔본다는 것은 아니다. 콩 또한 쇠고기 못지않은 고단백 식품이다. 하지만 콩이 제 아무리 두 팔을 걷어붙이고 쇠고기에게 덤벼들어도 결코 쇠고기를 따라 잡지 못한다. 왜? 콩은 식물성 고단백 식품이어서 사람 몸에 중요한 아미노산이 빠져 있지만 쇠고기는 동물성 고단백 식품이기 때문에 필수 아미노산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쇠고기에는 사람 몸에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이 많이 들어 있다. 그런 까닭에 한창 자라는 아이들의 성장 발달을 도와주며, 병약하고 허약한 체질인 사람들이 쇠고기를 계속해서 먹으면 강한 체질로 바뀐다고 한다. 그러므로 쇠고기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빠져서는 안 될 아주 중요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쇠고기는 조금만 먹어도 다른 음식에 비해 배가 든든하다는 느낌이 든다. 왜 그럴까. 자료에 따르면 성인 체중 1kg당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 양은 1.2∼1.5g이라고 한다. 쇠고기를 110g 정도 먹으면 단백질 23g 정도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러니 어찌 배가 든든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꽃상여 앞에서 깃발 들어준 대가로 먹던 그 쇠고기국밥

"아지메요, 내는 와 소고기국밥(쇠고기국밥)을 안 주는교? 내는 오데(어디) 너머(남의) 동네 아(아이)인교?"
"야가(얘가) 시방(지금) 머슨(무슨) 소리로 하노? 조금 전에 국밥 한 그릇을 떠준 기 니가 아이고 누구라 말이고? 내가 귀신이라도 봤다 이 말이가?"
"그기 아이라 내 그릇에는 와 소고기 건데기로 쪼매(조금)만 주노 이 말 아인교. 두어 점 먹고 나이(나니까) 오데 묵을 끼(먹을 게) 있어야지."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였던가. 그해 늦가을에도 우리 마을에서 초상이 났다. 그때 나와 동무들은 여러 가지 떡과 쇠고기국밥 한 그릇을 얻어먹기 위해 초상집을 마구 기웃거렸다. 하지만 아무리 고개를 쭈뼛거리며 초상집 마당에 둘러쳐진 허연 천막을 뚫어지게 바라보아도 아무도 쇠고기국밥 한 그릇 먹으러 오라는 사람이 없었다.

그날 저녁 때였던가. 아무튼 마산쪽 하늘을 발갛게 물들이는 가을해가 내 새끼 손톱 끝자락만큼 남은 때였다. 꽃상여가 놓여 있는 저만치 어둑한 곳에서 누군가 나와 동무들을 불렀다. 초상이 난 그 집 사촌 아저씨였다. 그 아저씨는 나와 동무들에게 시루떡을 푸짐하게 나눠주시면서 쇠고기국밥이 먹고 싶으면 내일 아침 일찍 이곳으로 오라고 했다.

이른 아침, 꽃상여가 나갈 때 깃발 하나씩을 들라는 것이었다. 긴 대나무 끝에 매달린 그 깃발은 붉은 바탕에 이상한 글씨가 마구 새겨져 있었다.

언뜻 그 깃발이 저승사자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와 동무들은 맛있는 쇠고기국밥 한 그릇을 얻어먹을 욕심에 그 다음 날 아침 일찍 초상집에 가서 그 이상한 깃발을 들었다. 그리고 그 대가로 그날 점심 때 쇠고기국밥을 세 그릇이나 게걸스럽게 먹을 수 있었다. 쇠고기국밥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쇠고기국밥 먹고 고된 세상살이 한꺼번에 날려보자

쇠고기국을 끓이기 위해서는 양지머리가 가장 좋다. 특히 신선한 양지머리를 구하려면 살코기 부분이 선명한 붉은 색을 띠는 것을 골라야 한다. 또 살코기에 지방이 골고루 박힌 것이 좋고, 지방은 유백색을 띠면서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것이 싱싱한 것이다. 살코기가 거무스름하거나 지방이 누렇게 변한 것은 오래된 것이므로 피해야 한다.

쇠고기국을 끓이는 방법은 마치 라면을 끓이는 것처럼 간단하다. 제일 먼저 양지머리를 물에 푹 삶아 건져내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르면 된다. 이어 미리 우려낸 멸치국물에 자른 쇠고기를 담고, 손질한 콩나물, 어슷어슷 썬 가을무를 넣고 푹 끓인다. 그리고 송송 썬 대파와 양파, 고추, 다진 마늘을 넣고 다시 한번 푹 끓여 집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그만이다.

쇠고기국은 찬바람이 부는 가을철에서 이른 봄까지가 제철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쇠고기국은 목덜미가 선들선들해지는 요즈음 같은 철,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물에 하얀 쌀밥 한 그릇을 말아 후루룩 후루룩 먹는 그 맛이 일품이다. 별다른 반찬도 필요 없다. 김장김치나 깍두기 하나만 있어도 임금님 수라상이 부럽지 않을 정도의 맛과 넉넉함을 즐길 수 있다.

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뚝 떨어져 마음마저 춥고 쓸쓸하게 여겨지는 날, 쇠고기국밥 한 그릇에 쌀밥 한 그릇 말아 먹어보자. 이와 이 사이에서 쫄깃하게 씹히며 혀끝을 파고드는 쇠고기의 깊은 감칠맛과 가을무와 콩나물이 빚어내는 시원한 국물맛이 고된 세상살이와 온몸을 파고드는 쓸쓸함을 한꺼번에 싹 가시게 해주리라.



잔치상에 오르는 쇠고기국밥 끓여 보세요

멸치국물 낼 때 대파 뿌리 넣어야 감기 뚝!

재료/ 쇠고기(양지머리), 국물멸치, 다시마, 대파 뿌리, 가을무, 콩나물, 대파, 양파, 마늘, 붉은고추, 풋고추, 집간장, 소금, 후춧가루

1. 쇠고기는 선명한 붉은 빛을 띠는 양지머리를 준비해 덩어리째 냄비에 넣고 찬물을 부어 센불에서 팔팔 끓인다.

2. 냄비에 물을 붓고 국물멸치와 다시마, 대파 뿌리를 넣어 국물이 노랗게 우려날 때까지 중간불에서 1시간쯤 끓여 맛국물을 만든다.

3. 쇠고기를 넣은 냄비에서 김이 피어오르면 쇠고기를 건져내 한 입 크기로 얄팍하게 저며 썬 뒤 멸치 맛국물에 넣는다. 이때 핏물과 기름기가 뜨는 국물은 버린다.

4. 가을무는 껍질째 씻은 뒤 부엌칼로 어슷어슷하게 썰고, 콩나물은 손질해 찬물에 깨끗이 씻은 뒤, 쇠고기가 든 냄비에 함께 넣고 한소끔 끓인다.

5. 잘게 다진 붉은 고추와 풋고추, 3~4cm 크기로 길게 썬 대파, 송송 썬 양파, 곱게 빻아 다진 마늘을 쇠고기국에 넣은 뒤 국간장과 소금, 후춧가루로 간을 맞춘다.

6. 센불에서 다시 한번 부르르 끓어오를 때까지 끓인 뒤 국그릇에 퍼서 쌀밥 한 공기와 김장김치, 깍두기 등과 함께 상에 차려낸다.

※맛 더하기/ 입맛에 따라 쇠고기국 위에 고춧가루를 살짝 뿌려서 먹거나 김칫국물을 약간 넣어도 맛이 한결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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